아덴 항(港)의 방파제 모양이나 우리 나라 방파제의 모양이나 다른 나라의 방파제나 생긴 모양은 똑 같다.
특별나게 잘 만들어져서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고 그 곳에 예멘 나라의 특이성 때문에 내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
는지 모른다. 사우디 아라비아 남쪽 끝 삼각 모퉁이 조그만 나라 남예멘의 나라, 공산주의 국가이면서 국민 모두가 균등한
생활을 즐기고 있던 나라, 활동이 자유로운 나라, 내부 깊숙이 들어 가 보지 않아서 전체적인 국민의 생활을 판단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항구 주변의 모습들만 보면 모든 게 다 평등, 균등한 삶이 목적이었던 나라, 공산주의 국가이면서 북한의
김일성을 가장 미워하는 국민들의 나라, 호텔이라고 유달시리 크세 지은 건물도 없고 일반 가정집과 똑같이 지어놓고 외
국 손님을 재우는 나라, 어떻게 가능할까 의구심도 들고 혹시 외부에 대한 눈속임은 아닌가?
일년 열두 달이 흘러도 거센 파도 한 번 일지 않는 나라, 그런 곳에 긴 방파제가 바다 가운데로 쭉 뻗어 있으니 신기하지
않은가. 사실은 방파제가 아니라 수심이 얕은 모래의 땅이다 보니 배를 접안 시키기 위한 부두인 셈이다.
쇼핑할 곳도 없고 콜라 한 병 값이 우리 나라보다 5배정도 비쌌다. 천막 씌운 고물 트럭이 가끔 왔다갔다하고 휴게실에
가서 구멍 6개 뚫린 당구대 거기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뭐 이렇다 할 아롱다롱 새긴 추억은 없지만 그 곳에서 생활하며
자라 온 청소년들 대해보면 구김살이 전혀 없는 모두 밝은 얼굴들, 여자들의 얼굴에 챠도르(얼굴 가리는 검은 천)를 쓰고
다니지 않는 걸로 봐서 종교적인 의미가 없었던 나라, 옷차림도 치마, 청바지, T샤스 등 간편했던 나라.
육군 병장 출신 이 몸이 공산주의에 대한 나쁜 선입관만 꽉 차 있었는데 남예멘의 아덴 항 방파제를 통해서 본 그 나라의
공산주의, 아! 신선한 충격이었다.
민주주의 국가 북예멘의 나라는 어떤가.
대부분의 남자들 부(富)의 상징인 반달칼을 허리에 차고 있으며 검은 얼굴에, 욕심에 찌들은 번들거리는 눈빛 사막에서 입
는 너덜거리는 천으로 감은 옷, 엄지발가락 사이에 끼우는 스폰지 슬리퍼, 알라 신을 숭배하는 나라, 배를 접안 시킨 10미
터 코앞에 온갖 물건 사고 파는 시장이 있고 거리는 지저분하고, 군사 훈련받고 있는 병사들은 내가 보기에는 오합지졸같
이 질서도 없었고 그야말로 민주주의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사상에 더 깊숙이 빠져버린 나라, 나에게는 하나의 역겨움으로
다가왔었다.
지금은 남예멘, 북예멘 하나의 국가로 통일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남예멘의 국민들 북예멘의 국민성을 닮지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