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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문학회
 
 
 
카페 게시글
사람 이야기 스크랩 종소리 외 / 서정춘
오원 추천 0 조회 13 13.09.06 19: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종소리 / 서정춘 

 

 

한 번을 울어서
여러 산 너머
가루 가루 울어서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 거기 앉아서
둥근 괄호 열고
둥근 괄호 닫고
항아리 되어 있어라
종소리들아

 

  

 

 

 

 

 


수평선 / 서정춘          

 


하늘 밑 바다 위에
빨랫줄이 보인다.
빨랫줄 위에는               
다른 하늘이 없고
빨랫줄에
빨래는 파도뿐이다 

  

  

 

 

 

 

 

 

눈물 부처 / 서정춘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달팽이 略傳 / 서정춘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 낸 둥글고

아름다운 유골 한 채를 들쳐 업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인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 가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生이 있었다

 

 

 

 

 

 

 

 

 

나비祭 / 서정춘


                   
나비가 한 마리 나에게로
수만 마리의 몸짓을 버리고 버리면서 나에게로
잃어버린 꽃밭 길도 잃어버린 手話도 도로 찾아 나에게로
빨리빨리 날아오니 낙화유수입니다
 

꽃밭에 든 내 마음의 향기가
나비를 한 마리 맞이합니다


나비는
천사가 백지로 날개를 오려줄 때
그 가위질 소리도 한 소절 가지고 날아옵니다


나비는
천사가 손거울에 햇볕을 담아 요리조리 비춰서
나에게로 한 마리 지어 보내 준 것입니다


나비는
다 자란 내 마음의 향기 위에
날개를 한 번 접힌 백지입니다
 

나비는
꽃 뿌리의 땅 속에서 대장장이가
연거푸 불어 올린 풀무질에
귀가 밝은 불꽃으로 나불거립니다
 

나비는 연금술을 꿈꾸기 시작하는 백지의 은유입니다
 

 

 

 

 

 

 


너에게 - 여하시편 / 서정춘

 

 

애인아
우리가 우리가 남모르는 사랑의 죄를 짓고도
새빨간 거짓말로
아름답다 아름답다 노래 할 수 있으랴
우리가 오래전에
똑같은 공중에서 바람이거나
어느 들녘이며 야산같은 데서도
똑같은 물이고 흙이었을 때
우리 서로 옷 벗은 알몸으로
입 맞추고 몸 부비는 애인 아니었겠느냐
우리가 죄로써 죽은 다음에도
다시 물이며 공기며 흙이 될 수 없다면
우리 여기서 부터 빨리 빨리
중천으로 쏘아진 화살로 달아나자
태양에 가려진 눈부신 과녁이
허물없이 우리를 녹여버릴테니

 

 

 

 

 

 

 

 

고추잠자리 / 서정춘


 
저!  一劃으로 켜진 성냥개비만한 것


저것이 여러 번씩 내 속눈썹 지지는  마른 번갯불이네

 

 

 

 

 

 

 

 

 

연애대위법 / 서정춘 

 


나 그녀를 얻어 보려
메밀밭 지나서
수수밭 지날 때
저 하늘에 맹세코
널 사랑한단 말
수없이 했을 터,
나는 보았네
푸르러 푸르러
짙푸른 공중에서
바스라질 듯 타오르는
붉은잠자리표 가을 한 쌍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하上下의 기교를.

 

 

 

 

 

 

 

 

 

낙차 落差 / 서정춘

 


마음놓고 듣네
나 똥 떨어지는 소리
대웅전 뒤뜰에 동백나무 똥꽃 떨어지는 소리
노스님 주장자가 텅텅 바닥을 치는 소리
다 떨어지고 없는 소리 
 

 

 

 

 

 

 

 

 

 

30년 전 - 1959년 겨울 / 서정춘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裸木 ― 朴樹根 / 서정춘

 

 

그는 겨울보다 새봄을 먼저 생각하고
마를대로 마른 裸木의 삭정이를 애써 꺾었으리
그러면 마음의 잔가지도 많이 ?여져서
여간 쓸쓸했던지 아무렴 裸木 아래
따뜻하게 애기 업은 여자를 貧妻만큼 사랑하고
이리 劃 저리 劃 응달 양달 고샅길 꺾어가듯
裸木 우듬지의 定處까지 걸었으리
番地는 없지만, 어디 하늘만한 定處가 또 있으리

 

 

 

 

 

 

 

오늘, 그 푸른 말똥이 그립다 / 서정춘 

 


 나는 아버지가 이끄는 말구루마 앞자리에 쭈굴쳐 타고 앉

아버지만큼 젊은 조랑말이 말꼬리를 쳐들고 내놓은 푸른
말똥에서 확 풍겨오는 볏집 삭은 냄새가 좀 좋았다고

말똥이 춥고 배고픈 나에게는 따뜻한 풀빵 같았다고

1951년 하필이면 어린 나의 생일날 일기장에 침 발린

연필 글씨로 씌어 있었다
 

오늘, 그 푸른 말똥이 그립다    

 

 

 

 

 

************************************

 

서정춘 시인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제3회 박용래문학상 수상 

시집

< 죽편 >  

< 봄, 파르티잔 >  

< 귀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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