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을 울어서 여러 산 너머 가루 가루 울어서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 거기 앉아서 둥근 괄호 열고 둥근 괄호 닫고 항아리 되어 있어라 종소리들아
수평선 / 서정춘
하늘 밑 바다 위에 빨랫줄이 보인다. 빨랫줄 위에는 다른 하늘이 없고 빨랫줄에 빨래는 파도뿐이다
눈물 부처 / 서정춘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달팽이 略傳 / 서정춘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 낸 둥글고
아름다운 유골 한 채를 들쳐 업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인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 가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生이 있었다
나비祭 / 서정춘
나비가 한 마리 나에게로 수만 마리의 몸짓을 버리고 버리면서 나에게로 잃어버린 꽃밭 길도 잃어버린 手話도 도로 찾아 나에게로 빨리빨리 날아오니 낙화유수입니다
꽃밭에 든 내 마음의 향기가 나비를 한 마리 맞이합니다
나비는 천사가 백지로 날개를 오려줄 때 그 가위질 소리도 한 소절 가지고 날아옵니다
나비는 천사가 손거울에 햇볕을 담아 요리조리 비춰서 나에게로 한 마리 지어 보내 준 것입니다
나비는 다 자란 내 마음의 향기 위에 날개를 한 번 접힌 백지입니다
나비는 꽃 뿌리의 땅 속에서 대장장이가 연거푸 불어 올린 풀무질에 귀가 밝은 불꽃으로 나불거립니다
나비는 연금술을 꿈꾸기 시작하는 백지의 은유입니다
너에게 - 여하시편 / 서정춘
애인아 우리가 우리가 남모르는 사랑의 죄를 짓고도 새빨간 거짓말로 아름답다 아름답다 노래 할 수 있으랴 우리가 오래전에 똑같은 공중에서 바람이거나 어느 들녘이며 야산같은 데서도 똑같은 물이고 흙이었을 때 우리 서로 옷 벗은 알몸으로 입 맞추고 몸 부비는 애인 아니었겠느냐 우리가 죄로써 죽은 다음에도 다시 물이며 공기며 흙이 될 수 없다면 우리 여기서 부터 빨리 빨리 중천으로 쏘아진 화살로 달아나자 태양에 가려진 눈부신 과녁이 허물없이 우리를 녹여버릴테니
고추잠자리 / 서정춘
저! 一劃으로 켜진 성냥개비만한 것
저것이 여러 번씩 내 속눈썹 지지는 마른 번갯불이네
연애대위법 / 서정춘
나 그녀를 얻어 보려 메밀밭 지나서 수수밭 지날 때 저 하늘에 맹세코 널 사랑한단 말 수없이 했을 터, 나는 보았네 푸르러 푸르러 짙푸른 공중에서 바스라질 듯 타오르는 붉은잠자리표 가을 한 쌍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하上下의 기교를.
낙차 落差 / 서정춘
마음놓고 듣네 나 똥 떨어지는 소리 대웅전 뒤뜰에 동백나무 똥꽃 떨어지는 소리 노스님 주장자가 텅텅 바닥을 치는 소리 다 떨어지고 없는 소리
30년 전 - 1959년 겨울 / 서정춘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裸木― 朴樹根 / 서정춘
그는 겨울보다 새봄을 먼저 생각하고 마를대로 마른 裸木의 삭정이를 애써 꺾었으리 그러면 마음의 잔가지도 많이 ?여져서 여간 쓸쓸했던지 아무렴 裸木 아래 따뜻하게 애기 업은 여자를 貧妻만큼 사랑하고 이리 劃 저리 劃 응달 양달 고샅길 꺾어가듯 裸木 우듬지의 定處까지 걸었으리 番地는 없지만, 어디 하늘만한 定處가 또 있으리
오늘, 그 푸른 말똥이 그립다 / 서정춘
나는 아버지가 이끄는 말구루마 앞자리에 쭈굴쳐 타고 앉아
아버지만큼 젊은 조랑말이 말꼬리를 쳐들고 내놓은 푸른 말똥에서 확 풍겨오는 볏집 삭은 냄새가 좀 좋았다고
한 번을 울어서 여러 산 너머 가루 가루 울어서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 거기 앉아서 둥근 괄호 열고 둥근 괄호 닫고 항아리 되어 있어라 종소리들아
수평선 / 서정춘
하늘 밑 바다 위에 빨랫줄이 보인다. 빨랫줄 위에는 다른 하늘이 없고 빨랫줄에 빨래는 파도뿐이다
눈물 부처 / 서정춘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달팽이 略傳 / 서정춘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 낸 둥글고
아름다운 유골 한 채를 들쳐 업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인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 가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生이 있었다
나비祭 / 서정춘
나비가 한 마리 나에게로 수만 마리의 몸짓을 버리고 버리면서 나에게로 잃어버린 꽃밭 길도 잃어버린 手話도 도로 찾아 나에게로 빨리빨리 날아오니 낙화유수입니다
꽃밭에 든 내 마음의 향기가 나비를 한 마리 맞이합니다
나비는 천사가 백지로 날개를 오려줄 때 그 가위질 소리도 한 소절 가지고 날아옵니다
나비는 천사가 손거울에 햇볕을 담아 요리조리 비춰서 나에게로 한 마리 지어 보내 준 것입니다
나비는 다 자란 내 마음의 향기 위에 날개를 한 번 접힌 백지입니다
나비는 꽃 뿌리의 땅 속에서 대장장이가 연거푸 불어 올린 풀무질에 귀가 밝은 불꽃으로 나불거립니다
나비는 연금술을 꿈꾸기 시작하는 백지의 은유입니다
너에게 - 여하시편 / 서정춘
애인아 우리가 우리가 남모르는 사랑의 죄를 짓고도 새빨간 거짓말로 아름답다 아름답다 노래 할 수 있으랴 우리가 오래전에 똑같은 공중에서 바람이거나 어느 들녘이며 야산같은 데서도 똑같은 물이고 흙이었을 때 우리 서로 옷 벗은 알몸으로 입 맞추고 몸 부비는 애인 아니었겠느냐 우리가 죄로써 죽은 다음에도 다시 물이며 공기며 흙이 될 수 없다면 우리 여기서 부터 빨리 빨리 중천으로 쏘아진 화살로 달아나자 태양에 가려진 눈부신 과녁이 허물없이 우리를 녹여버릴테니
고추잠자리 / 서정춘
저! 一劃으로 켜진 성냥개비만한 것
저것이 여러 번씩 내 속눈썹 지지는 마른 번갯불이네
연애대위법 / 서정춘
나 그녀를 얻어 보려 메밀밭 지나서 수수밭 지날 때 저 하늘에 맹세코 널 사랑한단 말 수없이 했을 터, 나는 보았네 푸르러 푸르러 짙푸른 공중에서 바스라질 듯 타오르는 붉은잠자리표 가을 한 쌍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하上下의 기교를.
낙차 落差 / 서정춘
마음놓고 듣네 나 똥 떨어지는 소리 대웅전 뒤뜰에 동백나무 똥꽃 떨어지는 소리 노스님 주장자가 텅텅 바닥을 치는 소리 다 떨어지고 없는 소리
30년 전 - 1959년 겨울 / 서정춘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裸木― 朴樹根 / 서정춘
그는 겨울보다 새봄을 먼저 생각하고 마를대로 마른 裸木의 삭정이를 애써 꺾었으리 그러면 마음의 잔가지도 많이 ?여져서 여간 쓸쓸했던지 아무렴 裸木 아래 따뜻하게 애기 업은 여자를 貧妻만큼 사랑하고 이리 劃 저리 劃 응달 양달 고샅길 꺾어가듯 裸木 우듬지의 定處까지 걸었으리 番地는 없지만, 어디 하늘만한 定處가 또 있으리
오늘, 그 푸른 말똥이 그립다 / 서정춘
나는 아버지가 이끄는 말구루마 앞자리에 쭈굴쳐 타고 앉아
아버지만큼 젊은 조랑말이 말꼬리를 쳐들고 내놓은 푸른 말똥에서 확 풍겨오는 볏집 삭은 냄새가 좀 좋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