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가을 날씨 또한 요주의 대상이나 보다 더욱 몸에 신경을 쓰는 나날....
지난 주말 드디어 을미년 가을을 여는 풀코스 대회에 참가....
잘 먹고 잘 자면서 빠른 회복에 만전을 기하며 3일을 보냅니다....
다행히 대회가 토요일이어서 화요일까지는 3일 이상의 여유가 있네요....
대회 이후에도 곧잘 걸어다니고....
다음날은 뛰어다닐 수도 있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3일 후에는 다시금 강도 높은 인터벌 훈련을 재개할 수 있을는지....ㅎ
몸이 다 풀렸나 아직 어정쩡한 곳이 남았나....?
약간 의아한 기분으로 화요일 저녁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이번에는 9호선이 아니라 7호선 올라타고....
트랙 찾아 삼만리!....ㅎ
넓디넓고 풍요로운 서울에 왜 이리도 마라토너 달릴 트랙이 드물다는 말인가....
감독님께서 주요 대회가 가까울수록 더욱 트랙 훈련에 충실해야 한다십니다....!
잠실을 이용 못하면 서울숲으로 향해왔건만, 이번에는 꼭 트랙이어야 하니.....
아주 멀리 찾아갑니다....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가볼까 하다가 그냥 그옆 공릉으로....ㅋ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운동장 트랙이 그렇게 빼어나다나요....
중요한 가을 대회들을 앞두고 어디든 못 찾아가겠습니까....
바리바리 짊어지고 강 건너 찾아갑니다....^^
초행길이라 물어물어 정문으로 들어선 과기대....
오른쪽 어두컴컴한 곳이 운동장....?
야구장을 가로질러 어슴푸레 조명 깔린 트랙으로 향합니다....
먼저 오신 회원님들께서 경광등 켜넣고 위치를 알려주시네요....
잠실 보조경기장에서의 인터벌 출발 위치와 같은 지점....
그런데 트랙 바깥편으로 바로 화장실이 위치해있어 아주 大만족....
가방을 내려놓고 재빨리 환복한 후 점검차 트랙을 한 바퀴 먼저 돌아봅니다....
처음 밟아보는 트랙이라 그런지 몰라도 왠지 깨끗한 새 것같은 느낌....
탄성은 보조경기장 보다 덜해서 다소 단단하다고 해야 하나 딱딱해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적절한 그립감과 반발력을 동시에 전달하는 아주 대견한 트랙을 찾아왔네요....!
감독님 도착하시고 예정된 훈련 시작 시간마저 지나가고....
갑작스레 너무 생소한 지역에서 하게 된 훈련....
조금 늦게 도착하시는 회원님들을 고려하여 5분 정도 늦게 스트레칭이 시작됩니다....
모처럼 노란 유니폼 입은 마라토너들 환하게 트랙을 비추이는가....
마치 잘 닦인 회전 궤도와 같은 트랙 위로 정마사 마라토너들은 2열 종대로 조깅을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칙칙폭폭 마구 나아가는 폭주기관차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되는 법....
도심 속 대학의 운동장 트랙이라 많은 분들 함께 활용하는 경기장....
청소년 축구팀이 필드에서 훈련중이고 반원트랙 안 농구장에서 땀흘리는 고딩들도 많고....
그저 트랙을 돌면서 워킹 중이신 시민들도 넘쳐나는 화요일....
앞서 달리시는 감독님께서 일일이 양해와 협조를 구하면서 훈련 배려해주십사 요청하십니다....
유니폼에 '마라톤 사관학교'라 떡하니 써붙여놓았으니 일반인들의 이해가 빠른 듯도 하여요....^^
6바퀴 천천히 달려온 조깅 끝자락을 100여 미터 전력질주로 마무리....!
마라톤 훈련이란 무엇인가....?
그저 달리기련가....?
어떻게든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 이상....
트랙에 올랐으면 언제나 40바퀴 정도는 각오하고 뛰어야 합니다....ㅎ
한방향으로 무작정 달리는 것만이 어찌 훈련이라 하오리까....
향상된 스피드에 대한 적응과 그 적용인 지속주의 안정성....!
그 두 가지를 몸과 마음에 꼭꼭 새겨넣으려는 달림질....
언제나 화요일은 인터벌, 목요일은 지속주 위주로 진행되어온 훈련....
200m를 시작으로 400m를 넘고, 800m를 건너고, 2000m를 지나 드디어 3,000m 인터벌에 이릅니다....
마치 높은 산을 오르며 해발고도가 높아지는 듯한 훈련이련가....
계속해서 숨가쁘게 달려온 그 여정의 마지막에서 장거리 인터벌 훈련 3,000m과 대면....!
젖산역치, 최대심박수의 그 끄트머리에서 모든 것을 소진시킨다는 극강의 인터벌....
존버 정신으로 나아가며 정신력까지 시험하는 무대....?
그냥 훈련이 훈련이지 시키는대로 달리면 될 것이오나 사설이 긴 이유는?....ㅋ
풀코스를 달리고 3일만에 이렇게 휘리릭 솟아난 거리로는 처음 오르려니 괜시리 콩닥콩닥....
지레 심장이 달리기 전에 벌써 떨려옵니다....
짧은 휴식 시간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거쳐간 후....
질주 대형을 갖춰선 정마사 사관생도들....
그런데 이날은 그 늘어선 모양새가 색다릅니다....
3.5조는 1레인에 종으로, 3조는 2레인에 종으로, 그 위 상위조는 각자 능력껏 더 바깥 레인으로....
이렇게 함께 달려가는 3,000m인터벌....
그렇기에 감독님의 미션은 모든 조원들에게 동일하게 하달됩니다....
시작은 110초로 트랙 7바퀴 반 3,000m! 그리고 한바퀴 반 600m는 250초로 회복조깅....!
해본 적이 없는 훈련이니 묵묵히 명령을 받아들고 섰을 뿐....
어쩔 줄 몰라 망설이다 이내 힘찬 출발 신호와 함께 돌격 앞으로....!
1회전의 위치는 1레인 2열에서 달려갑니다....
트랙 안쪽으로 바짝 붙어 돌면서 거리 최소화하기....ㅋ
많은 회원님들 주말에 풀코스를 달려서인지 초반 페이스가 안정적....?
그런데 두 바퀴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뭐가 이렇게 느려! 너무 느리잖아! 더 끌어올려야지!....ㅎ
학교 건물과 주변의 아파트들로 둘러싸인 과기대 트랙....
그래서인지 바람도 잦아 달리기 좋을 뿐더러 감독님 목소리 또한 엄청 크게 울려퍼집니다....^^
주변에는 이미 불수사도 마라톤 클럽 회원님들 몇 분 인터벌 훈련 따로 하고 계셨는데....
놀래서 덩달아 빨리 달리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네요....ㅎ
여튼 너무 놀래서 후다다닥 피치를 끌어올리기 바쁩니다....
하위조와 달리시는 상위조 회원님들께서 외곽레인을 달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훈련을 위해 주로 위 여러 시민들께 성큼성큼 먼저 다가가 위치를 정돈해주시며 질서를 잡아주십니다....
덕분에 용케 1회전 7바퀴 반을 끝내고 출발지점 반대편 대각선 피니쉬 라인에 이르렀는데....
감독님 어찌나 빨리 그 길을 가로질러 오시는지 모두 두려워 떨며 잰걸음으로 회복조깅....
1회전이 너무 느려서 지레 겁먹었는지 회복조깅 리듬이 엄청 빠릅니다....
무려 예정된 시간보다 30초나 빠르게 600m를 쉼없이 달려버렸는가....
2회전에 들어가면서는 시작부터 빠른 페이스를 만들기에 여념없이 달립니다....
허겁지겁 주로를 거칠게 집어삼켜가며 달리다보니 매 바퀴마다 감독님의 칭찬 세례....
고래까지 춤추게 한다는 그 칭찬에 마라토너로서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나요....
템포를 늦추지 못하고 끝까지 계속 달리다 마지막에 지쳤는지 더 빨리 달려 끝내려는가....ㅎ
말로만 칭찬을 받기에는 뭔가 아쉽죠....
넉넉하게 회복조깅을 즐길 여유까지 받아내야 흐뭇한 법....
예정된 시간보다 살짝살짝 늘려가면서 물까지 충분히 보충해넣는 시간....^^
3회전에 들어가는데 여러 회원님들 모두 지난 주말에 풀코스 달리신 것 맞으신지....?
흐트러짐없이 너무나도 일사분란하게 나아가는 3,000m 인터벌 행진....ㅎ
가끔씩 그 사이로 축구공 농구공 등등 오가기는 하지만 맞더라도 피구처럼 아웃은 아니네요....ㅋ
아무 문제없이 3회전마저 감독님의 칭찬 뒤섞인 격려를 받으며 완수....
두 번이나 연거푸 함께 질서정연하게 달려왔으니 더욱 늘어난 회복시간을 다함께 즐겨보아요....
조별이 아니라 연합 인터벌 훈련이라 횟수도 이날은 하나같이 4회....!
마지막 달음박질을 하기에 앞서 충분히 급수도 해주시고 으라차차 고고씽....
저는 여전히 1레인 2열에서 달려갑니다....
조명이 있다지만 어둠은 깊어가고....
주로는 점점 한산해져가는 듯....
마지막 회전은 9시 정각을 너머 돕니다....
아직도 정마사 외에 가톨릭마라톤클럽 회원님들께서 주로를 함께 돌고 계시네요....
그저 주로를 돌고 도는 이 재미를 함께 나누는 분들 넘쳐나니 외롭지 않은 한밤의 훈련....
그런데 드디어 주말 풀코스 후유증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가....?
종아리가 찌릿하더니만 이내 오른쪽 허벅지가 지끈지끈거립니다....
이쯤이야~ 이쯤이야~하며 버티고 나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사오나....
두 바퀴를 남겨놓고 모두들 각자 최대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시간....
서서히 뒤로 밀려나는 것 같아 그 기분이 야릇꿀꿀해지네요....
그래도 페이스 꺼뜨리지 않고 끝끝내 달려서 꼴등으로라도 마무리하는 내 인생의 첫 3,000m 인터벌 훈련....!
크게 숨을 몰아 쉬며 걷다가 다시 살포시 달리며 출발점으로 복귀....^^
혹시나 불식간에 주로를 막지 않도록 트랙 안으로 들어와 쉽니다....
상위조 훈련이 모두 끝나기를 기다려 함께 정리 운동에 들어갑니다....
인터벌의 날에는 질주훈련은 더 이상 없습니다만....
이날의 피치는 과기대 인조잔디 위에서 펼쳐졌어요....
트랙보다 더욱 푹신한 곳에서 보다 힘차게 내딛어보는 고속 피치....^^
그 끝에 옹기종기 모여 깔끔하게 스트레칭하면서 이날의 훈련은 모두 마무리....!
대망의 가을 잔치는 아직 3주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오는 주말은 바로 경주동마도 개최되죠....
상위조 회원님들께서 회장님과 더불어 대거 참석 예정....!
각자 주말 대회 리듬에 맞게 테이퍼링과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주간....
감독님께서는 각양의 전략과 전술을 전달하기에 이날밤도 열정적이십니다....
끝나고 평소처럼 남자 화장실에 가서 간단하게 샤워할랬는데....
운동장 중앙 스탠드 뒤편에 바로 실내체육관이 있다네요....!
거기에 샤워시설이 있다는 낭보에 총총 올라 들어가봅니다....
우와~ 여의도 여의나루 시민센터 샤워시설보다 배나 큰 공간....
거기에 늦은 시간임에도 뜨거운 물 콸콸콸....
잠실 보조경기장처럼 입장료도 내지 않고 들어와 트랙까지 사용하고....
이렇게 멋진 시설까지 마음껏 활용해도 되는 것인지 너무나도 감격....
싸늘한 저녁, 땀에 젖어 빠르게 식어가는 몸을 녹여주는 그윽한 물줄기 아래....
훈련 후 귀가 전에 이렇게 말끔하게 씻어보는 경험이 낯설어서 마음 더욱 뜨거웁습니다....^^
트랙 찾아 먼 길을 찾아온 나그네같은 마라토너에게 이런 하해와 같은 애정을 베풀어주시다니....!
역시 스포츠도 과학이고 마라톤 역시 기술이 필요함을 잘 아시는 서울과기대 교직원 여러분들께 감사감사....ㅎ
샤워를 끝내고 곁문으로 학교를 나섭니다....
조명은 모두 꺼졌고 내려다보이는 트랙도 이제 고요히 잠든 시간....
갑작스레 적막함이 내려앉아옵니다....
그래도 뿌듯한 마음 안고 돌아가는 발걸음....
얼마 걷지 않아 큰 길이 나오고 대학가 앞 활기찬 기운처럼 네온 불빛 눈부신 밤거리....
이번 주에 생일을 맞으신 정마사 젊은 회원님 두 분이나 계시오니....
어찌 그냥 이 거리를 벗어날 수 있겠나이까....
모처럼 대학을 찾아 달려서인지 더욱 젊은 기운이 힘차게 샘솟아나는 듯한 상쾌함....!
반짝이는 숯불 위에 발그스레한 고기 올려놓고 시원한 음료를 들어 축하하는 시간....^^
알찬 훈련 후에 함께 둘러앉아 기쁨을 나누며 희망을 이야기할 때....
이 가을의 마라톤 이야기는 더욱더욱 큰 기대로 부풀어오릅니다....^^
이 좋은 공릉 숲향기 그득한 서울과기대의 트랙 그리고 대학가 풍경....
언제쯤 다시 찾아 또 달려보려나....
마라토너 베르디안~
첫댓글 풀코스후의 3000m!고생하셨요.
Real 그자체네요..
가본것같이 생생합니다..
지금까지의 훈련중에 가장 스피드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초반에 느린것 빼고는 모두 2000m 인터벌 페이스보다 양호하였습니다.
이 훈련이 풀코스 그림을 완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겁니다.
기대이상의 훈련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기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훈련장소로는 좋으나 너무나 먼곳,과기대!!!안타깝지만 버려야할 카드입니다.
회원분들이 훈련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적당한 훈련장소이니까요...
여름내내 흘리신 땀방울의 결실이 열매를 맺을 겁니다.
그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위하여...
샤워장이 ㅇ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동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