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마침조차 은혜가 되는 삶: 폐업(閉業)의 감사
시작보다 어려운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개업 예배에는 늘 축하와 축복의 인사가 넘쳐나지만, 문을 닫는 폐업의 순간에는 대개 묵직한 침묵과 씁쓸한 아쉬움만이 남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 전혀 다른 고백으로 문을 닫은 한 서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종로의 터줏대감이었던 작은 서점 '삼일서적'은 대형 서점들이 들어서며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습니다. 치열하게 버텼지만 결국 15년 만에 문을 닫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1995년 9월, 그곳에서 드려진 예배는 눈물과 탄식의 자리가 아닌, 하나님을 향한 ‘폐업감사예배’였습니다.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모여 지난 15년 동안 그 작은 서점을 지켜주시고, 수많은 이들에게 책을 전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와 찬양을 올렸습니다.
우리는 흔히 일이 잘 풀리고 성공할 때만 하나님의 축복이라 생각하며 감사를 고백하곤 합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시작의 기쁨 못지않게 내려놓음의 순종, 끝맺음의 성숙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실패나 끝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지나온 모든 과정을 감사로 승화시키는 모습이야말로 신앙이 주는 가장 깊은 경지일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교회를 향해 이렇게 권면합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8)
하나님이 말씀하신 ‘범사(凡事)’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번창과 개업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멈춤과 폐업의 순간까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성공 여부보다, 삶의 어떤 정황 속에서도 당신을 신뢰하고 감사할 수 있는 거룩한 믿음의 태도를 기뻐하십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는 것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또 다른 은혜의 계절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는 과정입니다. 오늘 혹시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나 무거운 내려놓음 앞에 서 계신가요? 지나온 모든 걸음 속에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마침표 뒤에 찾아올 하나님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감사함으로 하루를 채워가시기를 소망합니다.
https://youtu.be/QP9EH1Oq2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