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야구 감독이 악플러 직접 고소
[한림랩_뉴스룸] 프로야구 40년 첫 사례…포털 댓글창 없애자 선수들 SNS로 공격도
▲ 지난해 4월 허 전 감독의 선수 기용을 욕설로 비판하며 쓴 글 (출처: 에펨코리아)
지난달 30일, 00들이 00하는(에펨코리아 설명하는 표현추가) 에펨코리아에 자신이 허문회 前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게 고소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당사자는 지난해 4월에 허 전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해 욕설로 비판하며 쓴 글 때문에 고소를 당해 최근 경찰서를 다녀온 사실을 전했다.
이 게시글에 따르면, 현재 허 전 감독의 법률 대리인은 상술한 에펨코리아, MLB파크와 네이버 카페 등의 실명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감독이 언급된 게시글 작성자들을 모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이 올라온 이후, 에펨코리아 등 커뮤니티에는 팬으로서 응원하는 팀의 경기 운영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악플로 치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과 선수 이름이 거론된 비방글은 모두 악플이라는 상반된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다.
스포츠 선수를 향한 악성 댓글의 고소 사례는 허감독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야구단 LG 트윈스 오지환 선수의 아내는 2018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차출된 오 선수의 기사에 “병역 기피”라고 악성 댓글을 단 악플러 전원을 고소하겠다고 나서기도 했고, 같은 해 유명 스포츠 에이전시 ‘리코 스포츠’도 소속 선수의 SNS로 "먹튀XX", "거품XX" 등 선수나 가족에 대한 욕설과 선을 넘는 악플을 단 인원들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가 있었다.
특히, 리코 소속의 KT위즈 박병호 선수는, 네이버 스포츠의 박 선수 관련 기사에만 악플을 다는 한 악플러에게, 지난 2013년부터 2020년 네이버가 댓글을 폐지하기 전까지 7년간 피해를 봐, 구단 차원에서 고소를 준비했지만 박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대리인이 아닌 직접 고소를 진행한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허 전 감독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 야구계 원로는 유튜브 방송에서 “올해로 프로야구 40주년이 되는데, 젊은 층들 사이에서 프로야구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며 “선후배 할 것 없이 프로야구의 인기를 되살리려 고군분투하는데, 전 감독이라는 사람이 야구계와 척을 지면서까지 프로야구의 이미지를 실추시켜야 하나“라고 고소에 대한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LG 트윈스 출신의 김재현 SPOTV 해설위원은 "내가 선수일 때 악플보단 경기 후 팬분들이 소동을 벌인 적이 더 많았다. 하지만, 해설을 맡고 후배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커뮤니티나 dm으로 악플이 달리면 슬럼프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수와 팀에 대한 악플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에펨코리아 야구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살펴봤다. 전체 230여 개 중 약 44개의 글이 제목부터 선수에 대한 욕설과 비방글이었고, 댓글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야구 커뮤니티 MLB파크 이용자들에 선수들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이유에 대해 질문해봤다. 총 열다섯명의 응답자중 과반수가 넘는 열 명의 이용자가 “경기가 안 풀릴 때, 팀과 선수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소 격하게 표현을 했다”는 취지로 응답했다.
다른 두 명은 “경기를 보며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질책을 했는데 그걸 비난으로 칠 수 있냐. 팬이기 때문에 선수를 질책할 수 있다”고 항변했고, 나머지 세 명은 “커뮤니티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물타기성으로 욕을 했다”고 답했다.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다음은 지난 2019, 20년부터 연예와 스포츠 기사에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외 국회의원 13인이 공동으로 2020년에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죄의 형량 강화의 목적에서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전 의원이 단독으로 양대 포털 실무자를 만나 댓글창 폐지를 촉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게시판이 사라졌다고 해서 악플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스포츠뉴스의 댓글창이 사라지자, 극성팬들이 선수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메시지(DM)로 인신공격성 메시지를 보내는 사례들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네이버 다음 이외에 댓글창을 살려둔 포털도 있다. ‘네이트’의 스포츠뉴스는 클린지수로 필터링을 하는 임시조치만 취할 뿐, 여전히 선수나 기자에 대한 악플이 심각한 것이 그 한예이다. 기사의 댓글에는 주로 "기레기", "연패할 거면 시즌 접어라 씨X" 등 인신공격과 "개XX" "병XXX" 등의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민주언론 시민연합은 지난 2월 사이버불링 대응에 대한 토론회를 열어, 국회와 플랫폼에 악플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구하며 21대 국회에서 ‘온라인 폭력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3일 장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영국의 온라인 폭력에 대한 판례를 탐색중이며 올해 안에 법안 상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혁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