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마른 기침을 조금씩 하고 있는 편이다.
지리산 걷기의 후유증인가 하는 생각을 할수 있을 것이다.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 기침은 이미 지리산을 걷기 전에 조짐을 보였고 걷는 내내 나와 주위의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으니까.
산장을 미리 예약하고 지리산 걷기 준비에 착수하고부터 나무하기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7여년 전에 불이나 타버린 아름드리 나무들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시작한 일이 공교롭게도 지리산 걷기의 전에 시작 되었다.
어찌 계획이 있었겠나마는 하는 일들이 늘 이런 모양이다.ㅋㅋ
1월8일 조카를 데려주기 위해 울산으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 일요일 진주로 출발하여 지리산 걷기를 시작할 계획이 내려가는 차에서부터 몸이 이상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기어코 몸살이 시작되었다.
나무하기에 너무 진을 빼고 찬 공기를 많이 마신 탓이리라.
온몸에 힘이 빠지고 근육이란 근육들은 모두 뭉쳐 아파오기 시작하고 기침까지 동반한 목의 까칠함은 지리산 걷기를 포기해야할 듯 했다.
일요일 늦은 아침에 일어나 몸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 일단 진주로 출발하기로 하지만 맘속으로는 이 상태로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온통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진주에서도 몸의 상태가 계속 좋지 않으면 되돌아 올 것이란 생각으로 일단 진주를 향해 출발하고 보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진주라 천리길이라 했던가.
하지만 울산에서 진주로 가는 길은 의외로 가까운 것 같았다.
언양을 거쳐 밀양까지는 터널이 뚫린 이후로 너무나 가까운 거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터널이 뚫리고 처음로 지나보는 가지산이지만, 터널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가지산을 관통하는 것이라 산을 볼수는 없고 그저 터널의 길이와 한국인의 무지막지한 기술에 감탄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꾸불꾸불 꼬불꼬불 울밀선을 넘던 기억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지기 역시 빠른 길을 택하는 것은 아마도 아름다움보다 편리를 택하는 쌓이고 쌓인 습관의 탓이려니 하지만 맘 한구석에 편치 않음은 어쩔수 없나 보다.
그렇게 밀양을 찍고 창원을 지나 진주에 도착하여 다음 일정의 차편을 알아본다.
이곳 진주에서 하룻밤을 묵고 월요일 이른 아침에 하동을 거쳐 구례의 화엄사를 기점으로 지리산 걷기를 시작 할 것이다.
진주에 차를 주차하려는 이유는 지리산의 어는 곳에서나 진주로 통하는 교통편 때문이다.
4일간 주차를 시켜놓아야 하기 때문에 자리 물색에 나섰다.
유로 주차장을 이용하자니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하기에 무료 주차장을 알아 보려고 진주를 이리 저리 돌고 돌아 본다.
처음 6만원의 주차료에서 깍고 깍아 4만원까지는 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뒤로하고 진주역으로 가 보았다.
진주역은 작았고, 주차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로터리에서 재주껏 주차를 해야할 듯 했다.
그나마 작은 주차공간에는 어김없이 유료라는 팻말과 징수(?)인이 버티고 노려보는 느낌이다.
또 다시 진주를 돌아본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이정표 하나, 운동장이다.
이정표를 따라 운동장으로 차를 몰았고 넓은 운동장 주변의 주차장은 우리를 마냥 기다리고 있은 듯 반기고 있었다.
이제 주차할 곳도 찾았고, 묵을 곳을 찾아 몸살기가 역력한 몸을 조금이라도 쉬어야 했다.
이렇게 진주 공설운동장 주변의 어느 모텔에서 깨짱구와 지기는 지리산 걷는 꿈을 꾸며 단잠에 빠져 들었다.
오래묵은 도시, 그리고 작은 도시는 늘 아름답고 정겹다.
진주라 천리길이라는 노래처럼 그 옛날의 진주는 그리도 멀리 있었나 보다.
잠시 헤메고 돌았던 진주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늘 진주라는 곳이 정겹고 눈에 선한 도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