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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20권 쉽게 읽기’라는 부제의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저작들을 읽고, 그에 관한 내용 요약은 물론 사회사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는 그것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유사한 또는 정반대의 해석이 내려질 수 있다. 이러한 상반된 해석은 세계를 파악하는 방법이나 시각에 따라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수용하는 대중들 역시 어떠한 관점에서 사고하는가에 따라 그러한 해석에 동의하기도 혹은 비판적인 견해를 표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오늘날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라고 할 것인데, 동일한 사안에 대한 상반된 반응과 이해가 그 결과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과학의 방법론 역시 연구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전제해야만 한다. 이 말은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관점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던져줄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격렬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른바 ‘고전(古典)’이라 칭하는 것들도 그 저술 배경에는 저자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으며, 그들의 주장과 결론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반드시 들어맞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사건 혹은 현상을 바라보는 과점이 다르면 그에 대한 이해나 해석 또한 달라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유명한 저작이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읽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선정한 20권의 사회과학 고전을 읽으면서, 저자는 ‘다음의 세 가지 포인트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하나는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과 법칙을 정립’하라는 점이다. 여기에 ‘이론을 뒷받침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실제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며 읽’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융합적 견지에서 사회과학의 다양한 분과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사고’하라는 조언이 그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 역시 누군가의 이론에 압도되기보다는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독자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음을 전제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기에 ‘궁극적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과학적으로 사고하고, 비판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체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상이 된 저작들은 대체로 시대순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이 유일하게 18세가에 출간된 저작이라고 하겠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와 귀스타부 르 봉의 <군중심리>, 그리고 뒤르켐의 <자살론>과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19세가에 출간된 것으로서 여전히 고전으로서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저작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회과학 서적이 그러하듯이, 각각의 저작들이 토대로 삼고 있는 사회현상은 저자가 살고 있던 당대의 현실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발딛고 있는 사회의 토대가 달라지면서 당연히 그에 대한 반론이나 비판적 평가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즉 이들은 고전으로서 평가되고 있지만, 그들이 제시한 이론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춰 수정되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실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저작들은 20세기에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인데, 마지막에 소개되는 토플러의 <부의 미래>(2006)를 제외하면 나머지 14권이 여기에 해당된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그리고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회폐의 일반이론> 등은 이미 자본주의로 접어든 20세기의 사회와 경제를 바탕으로 저작된 것들이라고 하겠다. <역사란 우엇인가>로 잘 알려진 카의 <20년의 위기>와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2차 세계대전의 혼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은 전통시대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지구에 존재하는 사회를 문명과 미개로 단순하게 구별하던 기존의 인식에 일침을 가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산업화 사회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했던 맥루언의 <미디어의 이해>는 여전히 시대를 바라보는 적절한 안목을 제공해주는 서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와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와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은 21세기의 변화된 조건 속에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유용한 인식을 제공해주는 유용한 저작들이라고 하겠다. 전쟁과 혼란 그리고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20세기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 책에서 다룬 저작들을 통해서 저자는 그러한 현상이 지닌 의미를 적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저작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사회현상과 서술 방향은 모든 분야에서 통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21세기의 현실에서는 어느 순간 그것마저 현실에 대한 해석의 적절성이 문제되고, 단지 각각의 저작들이 지닌 내용이 아니라 그 문제의식만이 독자들에게 수용되는 시점이 오리라고 예견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전’을 읽는 것은 각자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유용한 인식을 제공해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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