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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작품에는 그것을 쓴 시인의 삶과 생각들이 반영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작품들은 그 내용이 익숙하지 않아 생경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들에는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지면서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는 내용일 지라도 자주 접하다 보면, 또한 시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를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시로 채워진 시집을 읽다 보면, 개별 작품들에 형상화된 면모들을 더듬어보면서 그 시를 쓴 시인의 삶과 생각들을 읽어낼 수가 있다.
오랫동안 공무원이자 노동운동을 했던 민점기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문득 떠올린 시에 대한 단상이었다. 공무원 노조 활동으로 해직과 복직을 경험하고, 퇴직 후에도 여전히 노동 운동의 현장을 누비고 이제는 ‘진보 정치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음을 시집의 앞뒤에 덧붙여진 여러 사람들의 축사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한 면모를 전제하면서 시집을 읽었고, 그동안 자신이 발 딛고 서 있었던 현장의 상황이 그대로 개별 작품들에 형상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7장으로 꾸며진 시집의 목차는 여느 시집들과는 다른 두툼한 분량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고, 노동운동가로서 또는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자신의 생각들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시인의 발길과 생각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소외된 노동자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작품을 통해 억눌리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예컨대 <구의역 포스트잇>이라는 작품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쓰러져 간 젊은 노동자를 추념하고, 여전히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미증유의 사건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팽목항 편지>를 통해 망자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인은 사회에 대한 관심과 행동을 통해 얻어진 생각들을 정리하여, ‘제발로 당당하게 일어선 / 자주시대의 직립보행 노동자’(<직립보행>)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시집 후반부로 가면서 시인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손주의 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산행>을 하면서 주변 풍경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시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시인에게 시란 이처럼 발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각과 함께 개인적인 소회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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