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왜 '혹성탈출'이라고 번역이 되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역시 팀 버튼의 특색이 잘 드러난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팀 버튼의 영화를 빌려보았다. 원제가 "Planet Apes"인데, 우리 말로 번역하면 '유인원(원숭이) 혹성' 쯤 될까.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은 영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화성침공'의 감독인 팀 버튼의 영화.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로 영화의 재미를 듬뿍 안겨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어느 시기(아마도 2039년?)에 우주를 개척하는 우주 탐험대의 이야기가 골격이다. 인간을 대신해서 실험을 하게되는 원숭이가 우주 탐험을 하다가 행방불명이 되자, 인간이 정이 든 원숭이를 구출하러갔다가 불시착한 곳이 바로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혹성. 졸지에 포로 신세가 된 주인공은 그곳에서 인간과 원숭이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모습을 보게되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그곳에 도착했고, 자기를 구출하러 온 대원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암 원숭이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을 하게되고, 그곳에서 인간이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동물들에게 가하는 가학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곳도 역시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로 포학한 원숭이가 있고, 선량한 원숭이가 공존하는 곳. 독재자인 원숭이를 자기가 타고온 우주선에 가두는 것에 성공한 주인공은 원숭이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하게 되지만, 도착한 지구는 이미 원숭이가 지배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며 영화는 끝맺는다. 아마도 속편을 염두에 둔 결말인 듯 하다.
이 영화는 우선 재미 그 자체도 좋지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더욱 괜찮은 영화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기적인 속성을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을 먼저 들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지만, 항상 상대적인 관점에 섰을 때는 결국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자신이 방문한 혹성에서는 독재자를 물리치고 평화를 선사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서 자신의 고향인 지구는 원숭이들에게 점령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설정은 '선과 악' 역시 인간 중심의 설정일 수밖에 벗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끝내 자신의 이기심이 자신을 파멸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나 할까? 아무튼 재미와 더불어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관람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