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2011 / 북하우스 / 348쪽 / 16,000원
지난 여름 공주북캠핑장을 떠날 때 재필씨가 준 '책은 도끼다'
하필이면 제목도 과격한 이 책이 왜 북까페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까 의아했는데
읽으면서 궁금증이 싹 가셨다.
이 책이야말로 인문학을 모티브로 해서 세운 북캠핑장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 박웅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대학원에서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Chief Creative Officer, CCO)로 일하고 있다.
칸 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 광고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마음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는 많은 광고를 만들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혁신을 혁신하다] 등
한 시대의 생각을 진보시킨 카피들은 그 협업의 결과물들이다.
자신만의 들여다보기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워준 책들을 소개했으며(『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살면서 꼭 생각해봤으면 하는 가치들을 인생의 선배로서 이야기했고(『여덟 단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을 전하는(『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들을 펴냈다.
늘 거기에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매일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사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트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 저자의 말 중에서..
1강. 시작은 울림이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복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11시에 고양이가 내 무릎에 앉아 잠자고 있고,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이 들리고,
책 한 권 읽는, 그런 순간이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몇 개가 각인되어 있느냐가 내 삶의 풍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들은 약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기준을 잡아주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 대부분이 책을 씁니다. 그래서 그 책들을 읽으면서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철수, 산벚나무 꽃 피었는데, 학교재, 1993
이철수, 마른풀의 노래, 학고재, 1995
이철수, 이렇게 좋은 날, 학고재, 2000
최인훈, 광장/구운몽, 문학과지성사, 1976
이오덕, 나도 쓸모있을걸, 창작과비평사, 1991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봄에 길을 가다보면 겨울에 눈 오는 게 믿어지지 않고, 먼 꿈 얘기 같고요,
겨울에 길을 걷다보면 봄에 꽃 피는 것이나 여름의 신록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같은 장소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릅니다. 이 글을 읽고 보니 정말 신기한 일이죠.
두 달 전만해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꽃이 피고, 꽃이 떨어지면 녹색이 올라오고,
그것이 노랗게 물들고 또 나뭇가지가 선명해진다는 게요.
김훈을 통하지 않았으면 못 봤을 것이고 무심히 지나가겠죠.
이런 몇 가지 구절 덕분에 세세히 보게 되는 거죠.
김훈, 자전거 여행, 생각의나무, 2000
김훈,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생각의나무, 2003
김훈, 자전거 여행2, 생각의 나무, 2004
김훈,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푸른숲, 2005
김훈, 화장, 문학사상사, 2004
김훈, 바다의 기별, 생각의나무, 2008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보다 '나는 상대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는 이야기죠.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는 겁니다.
사실 진정한 자아라는 것은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계없이 안정된 동일성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랑에 있어서는 이게 잘 안됩니다.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만큼은 내가 아닌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저 사람이 좋아해줄까가 중요해집니다.
관점이 모두 상대로 돌아서는 것이 사랑인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 불안, 이레, 2005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은행나무, 2005
알랭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이레, 2006
알랭 드 보통, 푸르스트를 좋아하세요, 생각의 나무, 2007
알랭 드 보통, 푸르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청미래, 2010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청미래, 2007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웅진싱크빅, 2008
4강.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고은, 순간의 꽃, 문학동네, 2001
미셀 트루니에, 방드르디 태양의 끝, 민음사, 2003
유홍준은 고은을 가리켜 "사실주의, 민족주의, 낭만주의가 한 몸으로 육화되어 던지는,
말 한마디가 시가 되고 마는 신묘한 경지의 시인"이라고 평했습니다.
고은은 "동해는 예술이고 서해는 인생인다"와 같은 표현을 무심하게 툭툭 던져내는,
말이 곧 시인 사람입니다. - p143
5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김화영, 행복의 충격-지중해 내 푸른 영혼, 책세상, 1989
김화영, 바람을 담는 집, 문학동네, 1996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김화영 예술여행, 문학동네, 2002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고려원, 1993
니코스 카잔차키스, 천상의 두 나라 , 예담, 2002
로버트 카플란, 지중해 오디세이, 민음사, 2007
알베르 카뮈, 이방인, 책세상, 1999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민음사, 2007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1997
R. M. 릴케, 말테의 수기, 문예출판사, 1984
결국 아무리 잘난 체를 해본들 결국 돌을 이길 수는 없어요.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자연을 이길 방법은 없다는 것, 그럼에도 지금의 삶이 부정할 수 없는 축복이에요.
지중해성 철학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p179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앙드레 지드, p192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 시인의 재능이다."라고 말한 앙드레 지드,
수박을 보고 천지개벽을 느낀 김훈 -p199
6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1997
'그들은 그들이 서로에게 했던 단어의 논리적 의미는 정확하게 이해했으나
이 단어 사이를 흘러가는 의미론적 강물의 속삭임은 듣지 못했던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소통이라는 것은 단어의 논리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걸로 끝나지 않죠.
어떤 두 사람의 대화는 단어 밑에 깔리는 의미론적인 것이 해석되지 않으면 소통이 불가능해요. -p257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문학동네, 2009
어느 스님이 '사람은 물이다'라고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하죠.
물은 고요한 곳으로 흘러갈 때는 얌전하지만 폭포를 만나면 거세지죠.
물의 성격이 그렇습니다. 저도 그래요.
나쁜 사람 만나면 거칠어지고, 좋은 사람 만나면 착해지고, 조용한 사람을 만나면 차분해지죠.
이게 저고, 안나고, 브론스키고, 바로 우리들입니다. -p300
8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돈오를 잊지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이 점수, 차츰차츰 정진하는 거라는 겁니다.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겠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것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좋은 책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이 있습니다. 책이면 다 좋다는 편견이죠.
하지만 읽는 시간이 아까운 텍스트들도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점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돈오하려면 깨달음을 줄 만한 좋은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정,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조화로운 삶, 2006
손철주, 인생이 그림같다-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 생각의나무, 2005
손철주, 그림 아는만큼 보인다-미술이야기, 효형출판, 1998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솔, 2003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솔, 2005
오주석, 그림 속에 노닐다, 솔, 2008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학고재, 2002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범양사, 2006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문학동네, 2011
첫댓글 '책은 도끼다'를 읽고나서 읽고싶은 책이 줄줄이 생겨났다.
이철수의 판화집이 전에 두 권이 있었는데 누군가를 빌려줬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도립도서관에 가서 빌려서 다시 읽었고,
전에 읽다가 책꽂이에 들어가 있던 장 그르니에의 '섬'도 다시 읽었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오래 전에 봤던 영화 '프라하의 봄'을 다시 봐야겠고
고은의 '순간의 꽃'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꼭 사서 읽고싶어졌다.
쥴리엣 비노쉬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프라하의 봄'은 쿡티비로 찾아서 보았고
'안나 카레니나'는 작년 여름에 사서 1권 읽다가 놔두었던 것을
올 겨울방학에 다시 도전
탄력붙어서 지금 2권째 읽고있다.
아, 그런데 러시아 이름은 너무 길고 헷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