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복 입고 요리하며 코로나 확진 103세 할머니 케어
[한림랩 뉴스룸_인터뷰], 춘천시장상 받은 공무원 김도아·황수미씨
코로나19에 걸려 혼자 방치돼 있던 103세 독거노인을 찾아가 3일간 방역복을 입고 식사 준비 등 간호활동을 벌인 두 공무원이 지난달 춘천시장 표창을 받았다. 코로나 확진으로 방문 요양보호사의 케어를 못 받은채 세상과 단절돼 허기와 추위에 시달리던 시니어를 보살핀 공무원들을 지난달 29일 만나 사연을 들었다.
강원 춘천 효자 1동 행정복지센터 소속 김도아 방문복지담당과 황수미 주무관은 지난 3월 24일, 보건소의 요청을 받고 관할지역의 한 가정을 방문했다. 이곳에 거주하던 이모(103)할머니는 당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고, 고령에 청각 장애까지 있어 건강 상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매일 방문하던 요양보호사도 이할머니의 확진으로 방문을 중단,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긴 데다 보일러 문제로 추위에 떨고 있었다.
황 주무관은 “원래 코로나 확진을 받을 경우, 보건소에서 재택치료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약 처방 및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하지만, 어르신의 경우 약 처방 기록이 존재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였다”며 “자녀분도 입원 등의 이유로 올 수 없는 상태였고 어르신이 청각 장애까지 가지고 계신 터라 걱정이 되어 직접 방문하게 됐다”고 처음 방문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 담당과 황 주무관은 그런 이 할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방역복을 입은 채로 3일간 요리를 하고 처방 약 복용 확인 등 건강 상태를 직접 챙겼고, 덕분에 할머니는 격리기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김 담당은 “어르신이 보청기를 착용하셨지만 듣는 게 여전히 불편하셔서 손동작 등을 많이써야 했다”며 “특히 방역복을 입은 상태로 식사를 챙겨드리기 위해 직접 밥과 반찬을 요리하다보니 덥고 시야 확보도 잘되지 않아 진땀을 뺐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황 주무관은 “갑자기 사람의 발길이 끊겨 의아해하시던 와중에 우리가 방문하자 정말 반가워하셨다. ‘용돈 하라’고 자꾸 5천 원짜리 지폐를 손에 쥐어 주시기도 했다”고 일화를 이야기하며 홀로 살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독거노인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 “우리 도움으로 어려운 이웃의 문제가 개선됐을 땐 뿌듯함보다는 안도감이 든다”는 이들은 지역의 취약 계층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도아 담당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도 어떻게 할지, 어디로 갈지 모르거나 창피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꼭 주변 행정복지센터 등 시설을 방문해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떻게 해서든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언제든 방문해서 본인이나 주변 이웃의 힘든 상황을 얘기해주길 바란다”며 “혼자 고민하지 마시라”는 말을 연신 강조했다.
황수미 주무관은 “도움을 청할 방법조차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웃의 도움이 정말 필요하다”며 “현재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고, 동네 통장이나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황주무관은 “행정복지센터는 가장 문턱이 낮은 공공기관이다. 그렇지만 그 문턱을 넘길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거나, 있다면 꼭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고 있다. 뜻밖의 가까운 곳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있진 않은지 관심이 필요하다. 어려움에 홀로 남겨진 할머니를 돕기 위해 앞치마가 아닌 방역복을 입고 눈앞에 김이 서린 상태에서도 요리를 하며 두 공무원의 선례가 우리 사회 복지사각 지대의 그늘에 드는 햇볕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최민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