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신경쓰이던 거실의 수족관. 친구들 모임에서 새로 어항을 들여놓은 친구의 얘깃거리에 물갈이 및 바닥재도 새로 깔아주고 대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모임에서 돌아와 밤늦게 바닥재와 수초 거름흙, 그리고 부상수초와 바닥에 심을 수초를 주문.
지난번 물갈이 전까지 사용하고 깨끗이 씻어 넣어둔 수족관을 꺼냈다(두개의 수조로 번갈아 가며 사용한다는).
이번에는 잔디처럼 키작은 전경수초를 멋지게 키워보리라~
먼저 가는 바닥재를 깔고 거름용 흙을 고루 펴준 다음. 약간 굵은 바닥흙을 덮었다. 그리고 수족관 너비의 비닐에 구멍을 뽕뽕 뚫어 그 위에 덮어준 다음. 흙먼지가 일어나지 않게 조심조심 물을 부어주었다. 바닥재 위로 5센티 정도 높이까지.
흙먼지도 일지 않고 깔끔하게 물이 차올라서 만족스럽다.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하룻밤 그대로 두었다.
다음 날 수초 심기 작업. 가늘고 긴 핀셋으로 엉켜있는 수초들을 조금씩 집어서 바닥에 심는다.
전경수초는 아주 작고 뿌리도 가늘어 심는데 꽤 공이 든다. 허술하게 심으면 나중에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에 의해 뽑혀져 버리고, 야물게 심으면 작고 여리다보니 흙속으로 푹 들어가서 아예 안보이게 되고...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뒤쪽엔 조명을 많이 받으면 보라빛이 된다는 좀 더 키 큰 수초를 심었다. 여섯 개 뿐이어서 수월~~^^
며칠 그대로 두어서 뿌리가 자리잡으면 물을 채워줄 요량이다. 잘 자라렴 수초들아!
사흘 뒤, 거실 한 켠 받침대 위에 수조를 올리고 조심조심 물을 삼분의 이쯤 채웠다. 제법 깔끔 싱그런 수조가 되었다. 내일쯤 물고기들도 이사 시키고 물고기들이 살고있던 물로 더 채워줘야지~
점심 먹고 흐뭇한 마음으로 새로 설치한 수조를 살펴보는데.. 수조 오른편 아래쪽에 물이 고여 있다.
아까 물 부어줄 때 흘렸나? 마른 걸레로 닦아준다. 잠시 후 다시 보니 또 물이 고여 있다. 이상하다... 다시 닦아주며. 아까 수조 밑으로 흘러 들어간 물이겠지? 설마 수조가 새는건 아니겠지. 괜실히 조마조마하다.
꼼꼼히 잘 닦아주고 바닥에 흘러들어간 물을 잘 흡수시키라고 티슈 몇 장을 깔아두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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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조의 옆 틈새로 자꾸 배어나오는 물...수조가 샌다. 사용한지 17년 정도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며칠 간의 수고가 꽝이 되어버렸다. 😢😢😭
수초를 다시 뽑아서 물에 담가두고, 흙과 거름이 층을 이룬 바닥도 최대한 섞이지 않도록 조심히 거두어냈다. 지금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어항을 씻어 수조를 꾸미기로 했다.
다시 시작. 물고기들을 잠시 토기항아리에 옮기고 지저분한 바닥재를 들어내고, 이끼가 조금 낀 어항 벽을 깨끗이 씼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 깔았다가 거둬둔 바닥재를 거름층과 바닥층이 섞이지 않게, 조심조심 깔아둔다. 뽕뽕 구멍 뚫은 비닐을 위에 덮고 새시로 받아뒀던 물을 살살 부어준다. 바닥재 위로 5센티 정도까지. 며칠 전 처음 물 부을 때보다 시커멓다. 조심했어도 흙과 거름이 섞어진 부분들이 많아서 그럴테지. 속상하다. 흙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린다.
다음 날. 물에 담가두었던 수초를 다시 심었다. 뽑혔다가 다시 심어도 잘 자라야 할텐데..미안타.
많이 다치지는 마렴.
물도 수조의 삼분의 이까지 넉넉히 부어주고. 수초들이 빨리 뿌리내리고 자리잡으라고, 광합성을 도울 CO2 알약도 넣어줬다.
이틀이 지나고 수초들이 뿌리를 좀 내렸을까? 물고기들이 살고있던 물로 수조의 나머지를 채워주고 물고기들을 조심스럽게 이주시켜본다.
새끼 낳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구피들, 빨강파란줄의 네온테트라, 아주 작은 병어처럼 납작한 모양에 검정 줄무늬를 가진 블랙테트라, 이름을 잊어버린 물고기 한 종들, 그리고 생긴 건 울퉁불퉁 메기같지만 예민하고 이끼 청소를 해주는 고마운 비파. 수조가 가득 찼다.
산소 여과기까지 알맞게 설치하고 나니 길고 긴 수조청소가 끝났다. 졸졸졸 흐르는 여과기의 물소리가 기분 좋게 들린다. 이끼를 다 씻어버려서 먹을게 없어서인지 비파가 유난히도 바닥이며 벽을 훑으며 다닌다.(원래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는 녀석이 아닌데) 며칠 배고플거야..넘 깨끗이 씻어버려서 미안🍎
거실 소파에 앉아 물고기들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물멍의 재미. 마음도 개운하고... 좋다^^
수초들아! 잘 자라서 좀 더 멋져지렴🪸
(물이 새던 수조는 칼로 실리콘을 잘 긁어낸 다음
다시 실리콘처리를 해서 말리고 있다. 다음 번엔 새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점검을 하리라.)
첫댓글 와우ᆢ조근조근 들려주는 어항 살림살이.
하고나면 계속 쳐다봐지는 개운함과 뿌듯함이 크지요.~
큰일 하셨네요.^^
아기자기 너무 귀욥고 사랑스러운 어항 사진 좋아요.~♡
어항 살림, 아무나 하는 게 아닌것 같습니다. 정성, 관심, 사랑. 타고난 취미까지 있어야 유지가 되겠지요. 몇 년 전 지식 상식도 어설픈 상황서 어항을 꾸며봤는데 물고기들 수난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빈 어항 됐지요. 소언 님 섬세한 손길로 멋진 어항으로 번성할거예요.
물고기를 키워볼 생각이 없어 세세한 부분은 몰랐는데 손이 많이 가나봐요.
바지런도 하여라~
부드럽고 따뜻한 비채에게 잘 어울립니다.
온화한 취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