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치매 병동의 노인들은 일어나면 끌을 가지고 저마다 뭔가를 새긴다 삐꺽거리는 침대에 걸터앉아 혀끝에서 사라진 말을 곰곰이 떠올린다 양각으로 드러나는 동그라미 얼굴 조각조각 파내면 초록 비린내를 풍기는 눈동자 병실 밖 세상이라도 다녀오고 싶은 한 마리 날갯짓이 방향을 잃는다 끌로 깊이 그어낸 네모난 집 풍경을 잘못 도려내 사라진 어린 시절 난해한 지도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닫힌 출구에서 문고리만 덜컹거린다 어둠이 깃들어 기억할 순 없어도 바람의 문신을 채워 날개를 그린다 균형이 맞지 않아 한쪽으로만 기우는 기억 물감 자국만 남아있을 뿐 지워진 그림자는 볕으로도 찍을 수 없어 꽃이 피지 않는 그림은 미완성이다 날카로운 끌로 파내기를 반복해도 좌우가 뒤섞인 노인의 오늘은 판화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한다 . . https://youtu.be/TFSV5dRYalA
첫댓글 치매노인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