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침목 | 영남일보 -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2025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침목 | 영남일보 | 김미정 시인 기자 | 문화
침목김미정스위스 빙하 열차의 기울어진 유리잔을 생각했다버틸 수 있는 각도 그런 거 있잖아결빙 구간이 자주 반복되었다나는 선로를 따라 쩍쩍 갈라지고아무렇지 않다는 말이 물이 되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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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목/김미정스위스 빙하 열차의 기울어진 유리잔을 생각했다버틸 수 있는 각도, 그런 거 있잖아결빙 구간이 자주 반복되었다나는 선로를 따라 쩍쩍 갈라지고아무렇지 않다는 말이 물이 되어 몸이 몸으로 늘어지고완전히 누우면 각진 하늘이, 조금 측면으로 기울이면 삐죽이솟아있는 아파트 옥상과 낙상주의가 적힌 사물함이 보였다신은 나를 물속에 둔 채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그럴 때마다몸을 최대한 동그랗게 말고 그 속에 얼굴을 파묻었는데나랑 같이 있자사이프러스 큰 나무들은 비켜서 있다철 지난 비둘기를 부르고 솟대를 걸고 손톱을 물어뜯고,보고 싶다 보고 싶다 열두 번 모으면 사랑해 한번커튼이 열리면 각자의 성호를 긋고 밥상을 마주하는 사람들비릿한 철 냄새와 밥 냄새가 섞이고열차는 제시간에 들어오거나 연착되었다내 자리는 콘크리트가 대신하고, 폐목이 되어 공원으로옮겨질 거라는데부유하는 법을 배운 건 그때부터신은 나를 통과하게 될 것이다기다림은 다시 기다림으로 연결된다누구든 꾹꾹 밟고 지나가길그렇게 홀가분해지도록 나를 분리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