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비용·감정노동 절감 효과 “진짜 맞어?”
안내 직원 스트레스, 소비자도 잦은 민원…설치 1주일만에 방치하는 카페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음식점·영화관·병원 등 서비스 산업 전반에 설치가 늘고 있는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가 소비자는 물론, 서비스 인력 자체에도 불편을 야기하고 심지어 설치만 하고 쓰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국내 키오스크 보급 현황(추정)’에 따르면 민간 분야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2019년에 8천587대에서 2021년 2만6천574대로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건비 절감과 편의성 증대를 기대했던 키오스크는 일선 매장에서 사용이 익숙지 않은 소비자는 물론, 서비스 종사자에게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시에 위치한 놀이시설 A기업은 지난해 태블릿 PC를 활용한 ‘스마트 키오스크’ 3대를 도입했다. 키오스크를 통해 티켓을 구매하고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개인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티켓이 전송된다. 인건비와 종이티켓에 사용되는 종이값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키오스크가 도입된 후, 키오스크로 인한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님들이 태블릿 pc를 키오스크로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법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키오스크 앞에 안내 직원들이 상주하는데 이들이 신형 기기와 그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 틈새에 끼어 말 그대로 ‘새우등’이 돼 버린 것이다. 불필요한 신체접촉, 고성의 민원 제기 등을 코앞의 소비자들로부터 감내해야 하는 현장 키오스크 안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직원 이모(25·여)씨는 “매대 안에서 일할 때는 손님들과 어느 정도 거리 유지가 됐었는데, 키오스크 앞에서 안내할 때는 손님과 가깝게 대면하다 보니, 손님들이 도움을 요청하면서 허리와 어깨를 터치하는 등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많아서 불편하다”며 “컴플레인을 걸거나 화를 내는 손님을 바로 앞에서 응대할 때는 너무 무섭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직원 정모(27)씨는 “한사람이 3대의 키오스크를 안내하다 보니 한 손님을 응대하고 있으면 다른 손님들이 계속 재촉하셔 급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손님들도 불편함을 드러내고 솔직히 저희도 일대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직원(25·여)은 “전보다 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키오스크 앞에 서 있으면 손님들의 요구사항이 많아 다른 팀의 업무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 업무에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직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손님들의 불만 표출도 잦아졌다. 키오스크는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작동되는데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거나 끊기면 긴 시간 로딩이 걸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복 결제가 발생, 전산실에서 결제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다가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손님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또, “형평성”을 따지는 소비자도 있다. 키오스크의 활성화를 위해 키오스크로 티켓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25%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자 “젊은 사람만 할인받고 기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은 할인 못 받나. 이건 불공평하다”며 관광을 끝낸 후 할인 내용을 알게 된 손님이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문물’ 키오스크는 서울 시내에서는 소비자의 불만과 이를 방어하려는 직원간의 긴장과 갈등 정도를 야기하지만 지역으로가면 기기만 도입하고 제대로 활용도 못한 채 방치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안산시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본사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 사용을 요구, 직영점에서 300만원 가량의 비용을 들여 무인 주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1주일도 사용하지 못하고 키오스크 기능은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카페는 키오스크 주문 화면에 “지금은 셀프주문 시간입니다”라는 문구를 띄어 1주일간 시범 운행을 진행했지만 손님들은 키오스크 문구를 읽지 않고 직원에게 대면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것.
카페 직원 박모(28·여)씨는 “우선 손님들이 키오스크 자체를 아예 인식하지 못한다. 다른 맥도날드 같은 곳에 있는 큰 기계도 아니고 작은 모니터다 보니”라며 “그래서 키오스크로 주문해달라고 얘기하면 불편한 티를 내거나 2030대 아니면 ‘그냥 직원에 주문하면 안 되냐’고 하셔서 괜히 큰소리 나올까봐 그냥 주문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카페 점장인 배모씨는“키오스크가 바쁠 때 도움이 될줄 알았는데 오히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주문을 기다리는 손님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져 불만이 발생하고, 키오스크 사용법을 설명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냥 키오스크 기능을 아예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도입하면 한 대 당 서비스 인력을 평균 1.5명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키오스크의 사용을 추구한다. 직원들은 키오스크가 노동 서비스를 대신하기 때문에 감정 노동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키오스크 이용 혜택은 소비자들이 키오스크 사용에 능숙할 때를 전제로 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건비와 감정노동을 절감하기 위해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키오스크가 그 혜택 실현의 전제 조건인 소비자의 이용숙련도 향상이라는 사회적 난관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수빈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