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야외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높고 푸른 하늘.
이파리 끝에서부터 물드는 아기단풍잎.
서늘한 기운.
바람따라 일렁이는 은빛억새.
낙엽 밟는 바스락소리.
시나브로 흩날리는 샛노란 은행잎.
들판의 황금물결......
억새를 마중하러 누에봉을 다녀온지 얼마되지않았다.
엊그제는 가까운 금당산을 오랜만에 올랐다.
원광대병원 입구쪽의 늘 다니던 진입로가 출입통제다.
사유지라 항의할순 없지만 남.서구민의 사랑받는 산행지로 나역시 자주 오르는 산이어서 적이 실망스럽다.
조상묘를 훼손 또는 주변을 어지럽혀서 소유주의 분노를 산것일까?
기꺼이 개방하는것이 사회환원 차원에서도 바람직할텐데...
여러 생각을 하며 살짝 우회해서 예전 다니던 길로 가다보니
철재계단, 멀리까지 바라볼수있는 서구8경전망대, 오다가다 쉴수있는 평상 등이 모두 철거되어 볼썽사납게 되어있다..
흠......이건 아닌데.
된통 화난 일이 있었나.
소유주의 심정을 헤아려보려 애쓰며 발길을 멈추지않는다.
197개의 철재계단을 옆에 두고 다소 가파른 길을 택해 팔각정을 거쳐 태극기가 펄럭이는 304미터 금당산의 표지석에 닿는다.
가장 높은 바위 위에 올라서서 무등산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염원을 빌며 기를 받는다.
구름에 가리워진 인왕봉이 신비스럽게 보인다.
무등산을 넉넉한 어머니의 품이라하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다.
봉우리마다 눈에 담고 뒤돌아 서는데 왠지 생경한 느낌이 스친다.
아.
조망권 확보를 위해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모조리 쳐내서 휑한 느낌이었던것이다.
저절로 탄식이 나온다.
인간 위주로 만들어지는것이 어디 산림훼손 뿐이던가.
밑둥부터 잘리워진 나무를 보니 마치 내 팔다리가 잘리워진듯 마음이 아프다.
얼마전 고성의, 축구장 70개 크기의 스키장이 적자운영으로 중단되어 민둥산으로 방치되어 산림복구가 시급하다고 하던데.
더 나아가선 케이블카, 짚라인, 출렁다리의 난립으로 우려를 낳더니 결국 적자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남게 되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여부로 오랜동안 대립하는것을 지켜보며 양쪽 입장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어 환경연대 편만 지지할수도 없다.
여러 이유로 산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면 설치가 마땅하지만 자연 경관을 헤치는것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잔뜩 무거위진 마음으로 정상을 내려가 헬기장에 당도하여 한바퀴 빙 둘러보는데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난다.
숲으로 둘러 싸여있어야 할 풍암호수 주변인 중앙공원 일대가 싯누런 흙을 드러내며 세군데나 파헤쳐져있다.
TV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아파트 단지인것이다.
마음이 상하다 못해 화가 난다.
도시마다 호수를 끼고있는 아파트는 이른바 대박나는것을 여럿 보았다.
중앙공원 일대도 아마 그럴것이어서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울창한 숲을 이룬 산이 많다.
국토의 64%가 산이며 약 4440여개의 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얼마든지 일부 파헤쳐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것같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여러 혜택에 감사할줄 모른다.
고 임종석님이 일군 축령산의 곧은 삼나무.
백운산휴양림의 쭉쭉 뻗은 소나무.
안면도 초입의 적송군락.
천년고찰 월정사의 전나무숲이 몹시도 보고싶다.
첫댓글 요즘 광주는 온통 공사판입니다.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하철 공사, 막연함으로 차들과 사람들은 할수없이 적응하고 있는듯해요. 우리 아파트 건너편은 목장, 작은 공원이었는데 다 뽑히고 흙더미가 가득하네요. 중앙근린공원. 새벽 여섯시면 흙을 나르는 트럭들이 불을 밝힙니다. 분명 훼손이겠지요?
숲이 주는 감사와 즐거움.
많이 파헤쳐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도 크지요.
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원광대 입구 진입로. 막혔다더니..
아쉽네요~😰
에고고ᆢ우리 언니 산 사랑 중 신음소리가 들리나이다.
오늘 날씨도 그냥 있기엔 궁딩이가 근질근질 합니다.
편지 잘 읽었고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