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혹은 저것 혹은 둘이 다 잘 될는지 알지 못하니 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손을 놓지 말라
오늘이 10월 15일이니 금년의 농사가 점점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어제 고구마를 캤고, 며칠 전에 들깨도 베어놓았다. 녹두 수확은 끝났고, 팥은 계속 수확하고 있으며, 호랑이 강낭콩과 서리태는 익어가고 있다. 가지와 호박은 계속 수확하고 있고, 생강과 쪽파는 열심히 자라고 있다. 물론 배추와 무는 김장철에 수확할 것이다. 그리고 당근과 비트와 시금치와 갓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 다음 주에 마늘과 양파를 심으면 이 시절에 해야 할 큰 숙제가 마무리될 것이다.
올해 농사를 생각하면서 전도서 말씀이 생각된다.
“너는 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손을 놓지 말라. 이것이 잘 될는지, 저것이 잘 될는지, 혹 둘이 다 잘 될는지 알지 못함이니라”(전 11:6 개역개정).
“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부지런히 일하여라. 어떤 것이 잘 될지, 이것이 잘 될지 저것이 잘 될지, 아니면 둘 다 잘 될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새번역).
“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 네 손을 태만히 놀리지 마라. 이것이 잘 될지, 저것이 잘 될지 혹은 둘 다 잘 될지 누가 알겠는가?”(쉬운 성경)
“너는 아침에도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씨를 뿌려라. 이것이 잘 자랄지 저것이 잘 자랄지 아니면 둘 다 잘 자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현대인의 성경).
“Sow your seed in the morning and do not be idle in the evening, for you do not know whether morning or evening sowing will succeed, or whether both of them alike will be good”(New American Standard Bible).
여름엔 새벽 5시 반이나 6시에 나가서 일하고 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가뭄이 심한 어느 날엔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 가서 물을 주기도 했는데 전도서 말씀을 생각하면 마땅히 그렇게 하는 것이 농부의 자세임을 확인하게 된다.
올해는 고추를 심어 수확할 때까지 이전의 두세 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처음엔 가물다가 그 후엔 계속 비가 오는 날이 길어져서 결국 탄저병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꼭지를 따 내고 말린 고추로 5킬로그램 정도 수확했으니 우리 집에서 필요한 정도는 수확했다.
생강은 심은 후 계속 가물어서인지 절반 이상은 싹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중에 절반 정도 나왔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토마토와 옥수수, 가지는 대단히 잘 되어서 어느 해보다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다.
작년에 심은 양파는 쫄딱 망하였지만, 마늘은 대단히 좋은 수확이어서 날마다 식탁에 오르는 우리 마늘로 행복하다.
호박은 어느 집이나 잘 열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는 여름부터 끊임없이 따 먹었고 –물론 전처럼 수없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부추도 몇 차례 김치를 담아 먹고, 부추전을 만들어 먹고, 고구마순과 함께 김치를 담기도 했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하다 보니 독서를 하거나 성경 공부를 하는 일에 지장을 받는다는 생각도 든다. 텃밭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합하면 200평이 넘다 보니 늘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버릴 뿐만 아니라 몸이 피곤해서 밤 시간에도 누워서 쉬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렇게 봄에서 가을까지는 독서를 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갈수록 직접 길러서 먹는 농작물이 너무 좋으니 어찌하랴? 수고한 것을 계산하면 적자만 나는 농사이지만 그래도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길러서 수확한 것으로 남들과 나누며 사는 삶을 살 수 있으니 그것 또한 기쁜 일이다. 그리고 일하면서도 녹음한 설교나 강의를 들으니 그 시간에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 점점 농사를 정리하는 때다. 새벽에 나가는 일도 없고 밤에 가서 물을 주어야 할 필요도없다. 독서를 할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서재를 만들어 놓고 밤에만 잠깐 가는 현재의 삶이 아니라 낮에도 가서 밀린 책들을 꺼내들고 즐거워할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전도서만 아니라 성경 전체를 더 깊이 살펴보고, 청교도들의 말씀들과 교제하며,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을 즐거워할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전도서만 아니라 다음 말씀도 기억하고 싶다. 무엇이 참 농사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다.
“너희가 자기를 위하여 의를 심고 긍휼을 거두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마침내 여호와께서 임하사 의를 비처럼 너희에게 내리시리라”(호 10:12).
말씀 전파도 열심히 해야 하겠지. 인쇄물 배부도 해 보고, SNS를 이용해서도 전해 보고,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하여 아침에도 뿌리고, 밤에도 기도하면 이것이 열매를 낼 수 있고, 저것이 열매를 낼 수가 있을 것이니까. 앞일은 모르는 연약함을 인정하며 하나님의 약속과 섭리를 붙들고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