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서둘러 가는 건 아닐까?
첫날인데 그래도 화장은 하고 가야지 않을까?
다 저녁에 화장을 하고 가는 것도 좀 그렇긴 하잖아?
하여,
민낯에 눈썹과 입술만 한 듯 안한 듯 나섰다.
마당을 나서니 볕에 시달린 고추와 토마토 모종이 지쳐 있다.
분명 저들도 내게 잘 다녀 오라는 말 하고플 텐데 말이다.
기껏 3분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해
여린 것들의 고개를 들춰주니 그들의 표정이 싱그럽다.
그제서야
"너, 설레는구나?"라는 배웅의 인사를 하는 저 초록들.
난 겁이 없다.
어차피 부딪혀야 하는 것들에는 당당하다.
첨 뵙는 분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새신자임을 떳떳이 밝혔다.
나는 축하받아야 하니까...
교리실로 가니 오늘은 교리가 없다며 본당으로 안내를 한다.
5월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달,
그 아름다운 달 중 더욱 아름다운 날 하루를 성모의 날로 정해 마리아와 함께 한단다.
연극을 봤으며
기도를 했다.
헌데?
뭘 기도했는지 도통 모르겠다.
내 기도가 이루어질 것인지도 일단은 모르겠다.
처녀의 몸으로 잉태된 예수를 믿어야 내 신앙에 확신이 생길 텐데
어떻게 그 사실을 믿으라는 것인지...
못 박혀 죽은 지 3일만에 부활한다는 것도 그렇고
부활할 만한 능력이 있는 자가 본디오빌라도에게 시달려 죽었었다는 것도 그렇고...
그 외에도 숱하게 많은
믿지 못할 것들을 내가 공부하게 될 텐데 어떻게 믿어야 한다는 걸까?
난 원래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외려 긍정의 힘이 강해 푼수짓도 제법 하는 사람이다.
헌데?
휴!
그렇지만
내가 발 들여 놓은 이상은 다니게 될 것이므로
준비한 꽃 한 송이와 초 하나를 바쳤다.
웅얼웅얼 성모송도 쉽게 워워졌다.(신기했다. 일부러 외우려 했던 게 아닌, 제 스스로 외워졌다는 것이...)
미사는 끝났고
헌화된 꽃들은 남았다.
꽃이 꼭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도 좋다는 신부님의 말씀이 있다.
꽃 필요없는 사람 어딨을라고...
신부님은 어찌 사람 맘을 그리도 몰라?
주고픈 사람을 떠올렸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조금은 신비로운 파랑색으로 가져갈까?
아니지, 그녀는 장미만큼은 빨간색이라 할 거야.
얼마나 좋아할까? 이 꽃을 받으면...
헤프게 벌어진 겉잎 석 장을 떼어 내니 수줍게 속눈썹 보이며 웃던 그녀를 닮았다.
꽃을 선물로 받기 좋아하는 그녀,
그녀가 받아 본 꽃은 몇 번이나 될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을 화려한 꽃에의 욕심.
어쩌면 숨겨진 욕망같은 것 아닐까?
축하한다는 말 꼭 해야지.
오늘 가졌던 그 곳에서의 맑은 심성을 꼭 전해야지.
나에게 바쳐진 장미 한 송이
꽃은
어디서든
어느 때든 피고 진다.
자고 나니 꽃잎 하나 호콤하다.
밤새 가졌던 불신, 예수의 탄생이 받아들여질 것도 같다.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
詩가 그렇고
신앙도 그렇지 않을까?
우선은 시를 쓰듯, 시를 읽듯,
그렇게 다가가기로 한다.
마리아나 요셉, 예수,
그들도 시를 썼을 테니까...
*
아무 것도 모르는 새신자입니다.
씩씩함과 용기 하나로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부족함도 많을 테고
'저러면 안 될 텐데...'라는 것도 많을 겁니다.
내세울 거라고는 좋은 성격 하나입니다.
꾸짖어 주시거나
타일러 주시면 스폰지처럼 받아들일 겁니다.
많이 가르쳐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쑥쓰러운 글 올립니다.
이 글은 지난 5월에 성당 몇 번 나가고 난 후 썼던 일기입니다.
첫댓글 복희언니~어제번개에 봤던 아녜스입니다~~설레는 마음으로 언니를 뵈었을때 수줍게 웃는 언니의 모습 ~~~간간히 무표정으로 한방씩 날려주시는 멘트 ~~주님은 왜이제서 보내주셨나 하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모든걸 주님께 맡기고 교리에 1등으로 오신다니~~이또한 감사할일이지요~~언니 글 참으로 잘읽었어요~~더 많은 진리와신앙이 주님안에 함께하실겁니다~~~복희언니 화이팅~ 기도하겠습니다~^^♥
힛~
믿습니다!
복희 누님!! 어제 반가웠습니다. 고급스런 유머로 즐거운시간 주셔서 감사하고요. 성당에서 자주 뵈어요.
고맙습니다.
누님 값 제대로 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리바리한 것들 투성입니다.
앞으로 잘 가르쳐 주십시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글을 읽었습니다.
어머니 태반에서 태어난 어린 생명은 자신이 걷고 뛰고 달릴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그져 시간의 흐름에 충실할때 마침내......
머리를 가누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걷고,
뛰게 되듯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 역시 매 한가지라 생각됩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그리고 성실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그저 믿습니다.
설령,
도끼로 발등 찍힌다 해도 일단은 믿고 따릅니다.
주님을 알아가는 시간! 소중한시간! 예쁘고 감동적인글 가슴에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더러는 성당가는 길이 설레기도 하답니다.
이런 날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는 거 분명할 겁니다.
그 마저도 누리려구요.
뭐든 다 받아들이다 보면 어제보다는 분명 나은 내일이 될 거라 믿으면서요.
댓글 감사합니다.
넘넘 이쁘신 마음,글
잘 읽었습니다.
철없던 시절 어설프게 아무것도 모른채 시작한 저의 신앙시작을 생각나게 하네요ᆢ
누구보다도 진실되게 주님께 다가가실듯 싶네요ᆢ
이쁘게 이쁘게 그분사랑 키워가시길 기도드립니다~~^^
그 분이 저도 사랑하실까요?
그래 주셨으면 좋겠어요.
세번 거듭 읽었네요 반가움과 공감과 애잔함으로...자매님은 시인이시군요! 꽃을 좋아하고 초록의 자연과 이야기 나누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시고~필경 주님께서 많이 기다리셨을 터, 아는 것이 없어도, 겁없고 당당한 좋은 성격안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눈만 흘겨도 시든다는 장미꽃의 여린 심성까지도 모두 받아주시는 주님만 바라보며, 진솔한 시인의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시길 기도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아참! 한가지 잘못 짚으신게 있는데 (지금쯤은 알게 되셨겠거니와..) 우리 본당신부님은 저희들 마음을 아주 잘 아신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눈으로 보시거든요!^^
다시한번 주님의 집에 오심을 축하드립니다♡
뭘 세 번씩이나 읽으세요.
부끄러운 글인데요.
단,
앞으로 더욱 나가고자 하는 맘에서 올린 글입니다.
앞으로 많이 도와 주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리라 믿습니다.
이런 글 올리고픈 마음 생기는 것만으로도 분명 길은 열린 거겠죠?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