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기록은 스페셜올림픽 코리아와 원 선수 아버지의 기록에 따라 적었습니다.
스페셜올림픽 코리아와 버투스 게임의 공식기록이 안 맞는 경우, 공식 경기기록을 적었습니다.
버투스 게임 비하인드, 유일한 싸이클 한국 국가대표, 원종웅 선수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발달장애인 엘리트 스포츠 대회 '버투스(Virus) 글로벌 게임'에 싸이클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 출전한 네 개 종목에서 모두 4~6위를 차지하며 선전한 원종웅(28)선수가 지난 12일(한국시간) 프랑스 비시에서 귀국했다.
원 선수는 2018년 부터 2022년까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매년 금메달을 손에 넣는 등 국내에선 이미 최정상급 싸이클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성과는 프랑스, 에콰도르 등 유럽의 전통 싸이클 강호들과 함께 경쟁해 얻은 결과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1일, 원 선수의 실내 훈련장 '춘천 자전거 플랫폼'에서 이번 대회를 함께 복기해 봤다.
국제대회 앞서 만반의 준비
흔치 않은 국제대회인 만큼,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2018년 첫 출전 당시에도 싸이클 부문 유일한 한국 대표였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사비를 들여 '개인 자격'으로 나간 대회였다. 그러나 이번 기회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를 통해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원 선수는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회에) 나갔다."고 밝히며, 남달랐던 각오를 밝혔다.
만반의 준비도 필요했다. 원 선수는 3일(현지시간) 비시에 도착, 첫 경기가 있는 6일까지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측에서 가장 신경 쓴 건 식사 문제였다. 원 선수는 이에 대해 "음식이 모두 한식이라 입맛에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장비가 많아 걱정이었지만, 분해된 자전거를 전용 캐리어로 실어 날랐고, 경기 직전, 규정에 맞춰 순조롭게 조립했다.
원종웅 선수의 자전거가 실렸던 전용 캐리어의 모습.
"동일 트랙 훈련 전무", "장비 사용 불가" 등 "위기", 그러나 트랙 종목에서 오히려 강세
원 선수는 지난 9일 '트랙 4km 독주'에서 '5분 17초 014', 10일 '트랙 1km'에서 '1분 15초 324'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예상보다 좋은 성적이었으나, 이는 동일한 환경의 트랙을 타보지 못한 채 나온 결과였다. 국내 훈련장 양양 벨로드롬의 트랙 길이는 333m, 경기를 치른 부르주(Bourges) 벨로드롬의 트랙 길이는 200m로, 길이가 짧은 만큼 경사와 코너도 더 심하다. 결국 이를 불안정하게 느낀 원 선수는 공기저항을 덜 받도록 설계된 '에어로 핸들바'를 포기하고 일반 핸들은 장착해 사용했다. 원 선수는 이번 대회 간 아쉬웠던 순간으로 '트랙 경기'를 꼽으며, "준비해 갔던 핸들을 사용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버지 원정희(55)씨도 아쉬움을 함께 했는데, "진천 선수촌에 있는 250m 트랙을 미리 경험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며 그 이유를 말했다.
트랙 경기 직전, 출발선상에 선 원종웅 선수. (사진 : 원 선수 아버지 제공)
이러한 '아쉬움'에도 원 선수는 '가능성'을 느꼈다. "코너를 돌 때 몸이 너무 기울었지만, 경기 전 연습시간에 최대한 감을 잡았다."며 좋은 결과의 이유를 밝혔다. 순위 확정 직후의 기분을 묻는 질문에는, "후회는 없었다. 뿌듯함이 더 컸다. 앞으로 더 노력하면 1등도 가능하겠다는 가능성을 느꼈다."며 당시의 감정을 전했다. 또한 "코치님은 기록이 당겨져 만족스럽다고 했고, 부모님은 4위도 잘한 거라고 했다."며 주변의 반응을 설명했다.
"중간만 하고 오자."고 했지만... 유럽 강세 속 도로 경기에서도 5위 차지
아버지는 대회 전 목표했던 성적에 대해 "솔직히 중간만 하고 오자고 생각했다. 코치님도 다른 국가 선수들의 기록을 알고 있기에, 중간만 해도 성공이라 하더라."며, 평범했었던 목표를 전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원종웅 선수는 '개인도로 60km'에서 '1시간 46분 15초'로 6위를 기록하더니, 7일 '개인도로 10km 독주'에서 '13분 45초 732'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원종웅 선수가 각각 6위, 4위를 차지한 개인도로 60km, 트랙 4km 독주 경기의 공식기록. 대부분 프랑스, 에콰도르 선수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건 전통적 '싸이클 강국' 프랑스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1903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전거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개최하는 나라이기도하다. 경기를 지켜봤던 아버지는 "유럽 선수들이 많아 분위기에 죽을 수밖에 없다. 종웅이는 혼자였지만, 프랑스 선수들은 단체로 나와서 팀플레이를 했다."며 프랑스 선수들의 강세를 설명했다. 에콰도르도 이러한 성격을 띠었는데, 원 선수는 "프랑스와 에콰도르는 서로 왔다갔다 하면서 팀플레이를 하는 성격이었고, 일본 선수 '오타니 하루키'는 순간적 스피드가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종웅 선수는 이런 분위기에 압도당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유럽 국가들의 팀플레이가 만연하던 '개인도로 60km'에서 원 선수는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했다. 경기 전 세운 전략은 프랑스, 에콰도르, 일본 선수들을 따라가는 것. 혼자 달리게 된다면, 바람을 홀로 맞아야 해 체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 프랑스 선수 한 명이 펠로톤(자전거 선수들의 무리)을 흔들기 위해 홀로 나와 질주했지만, 추격하지 않으면서 흔들리지 않았다. 원 선수는 "국내에 비해 도로환경이 좋아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계속 선두 그룹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안정적이었던 경기 흐름을 전했다.
결국 해당 경기에서 원종웅 선수는 6위, 일본의 오타니 하루키 선수는 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계 선수들의 선전에 유럽 국가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원 선수는 "(경기 직후) 일본 선수에게 순위권을 빼앗겨서 에콰도르 선수단의 분위기가 차가웠다."고 설명했다.
귀국 후 하루만 휴식, 바로 대회와 훈련에 전념
원종웅 선수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탔다."고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앞으로 체중 감량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속도에 더 탄력이 받는다."며 앞으로도 더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원 선수는 귀국 후 하루만 휴식을 취하고 강릉에서 열린 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 출전했고, 인터뷰를 마치고는 다시 싸이클 대회 출전을 위해 무주로 떠났다. 지난 3월,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국제대회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싶다. 그리고 꼭 챔피언이 되고싶다."고 밝힌 적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는 목표와 한 발짝 더 가까워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