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뒷목 잡을테니 보지 말라는 만류를 들었어야했다. 보는 내내 영화관을 박차고 나가고 싶을만큼 고통스러웠다. 군사 반란의 주범이 극악무도한 역사를 만들고도 천수를 누리고 자연사하도록 놔둔게 더 분한건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이지만 나는 배우 황정민을 좋아하지 않는다. 달콤한 인생이란 영화에서 처음 접했는데 너무나 사실적인 연기에 연기인줄 알면서도 싫었다. 그만큼 연기력이 좋다는 뜻이겠지만 밥상 운운했던 수상 소감조차도 호감가지 않았다. 그런 배우가 전두광 역할을 했으니 엎친데 덮친격이라 할까. 하나회로 구성된 그 유명한 쿠데타 성공 기념을 촬영하는 엔딩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러닝타임 140분이 고통 그 자체였다.
2. 한달에 한번 정도는 걷기 운동 겸 남광주 새벽시장엘 간다. 가족들 먹일 요량으로 마련해둔 나물감이며 콩이며 깨 등 계절식재료를 한주먹씩 갖고 나와 팔고 있는 모습들이 참 정겹다. 물건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으나 값이 싸고 후해서 단골도 생겼다. 시골 장 구경을 못해봐선지 신기하고 재밌어서 가끔 이용한다. 그 날도 배낭에 메고 갈 정도만 장을 봐서 육교를 건너는데 "참 머리숱도 많고 이쁘게도 하고 다닌다" 뒤에서 들리는 말에 뒤돌아보니 할머니의 부러움 섞힌 눈과 마주친다. "나는 머리숱 많은 사람이 젤로 부럽더라 어쩌면 저렇게 많으까" 털모자를 써서 상태는 알수 없으나 아마도 머리숱이 없으신 모양이다. 머리숱이 없어 늘 모자를 쓰시는 분한테 '아니예요 머리카락이 너무 빠져 속상해 죽겠어요 보세요 정수리가 훤하게 비었잖아요 머리 감을때마다 한웅큼씩 빠진다니까요 이러다 대머리되면 어떡하죠 아...정말 고민이예요' 이렇게 끝없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싶은데 그저 빙그레 웃기만했다. 많지도 않은 내 머리숱이 부럽다는 분한테 할 말은 아닌듯해서다. 그분이 키가 작아서 내 정수리 부분이 안보이고 뒷머리만 보였을데니 그리 생각할만도 하겠다 싶었다. 자기 만족은 끝이 없나보다. 점점 진행되는 탈모 걱정도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야겠다. 방법이 없으니까. 에효~~ㅠ
3. 지난 토요일은 시누이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부산엘 다녀왔다. 11시 결혼식이라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야했지만 시댁 형제들을 만날 생각에 길을 재촉했다. 늦은 간밤에 큰외숙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선지 마음이 쓸쓸했다. 서동 주택에서 멀지않은 동네로 이사 올때 눈물로 보내주던 외숙모님이시다. 치매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금방 가시다니... 米壽인 88세이시지 않은가...마음을 다스린다. 결혼식이 끝나면 서둘러 광주의 장례식장으로 가리라 생각을 정리하는데 순천쯤 지났나, 남편의 죽마고우 중에서도 절친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가 전해진다. 생각에 잠기던 남편은 결혼식 마치고 완도의 장례식장에 들렸다가 광주로 넘어가 외숙모님 조문을 가자고 한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서서 부산을 갔다가 완도를 거쳐 광주로 올만큼 내 체력이 버텨줄런지 걱정이 앞서지만 어느 한군데도 소홀히 할수 없다. 결국 형제들과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5시간에 걸쳐 완도 도착, 조문을 마치고 외숙모 영정 앞에 설때는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문득 6년전의 일이 떠오른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때 두희님과 영주님이 완도까지 조문을 왔었다. 완도까지 먼 길 올까봐 못오게 하려고 먼 부산이라 둘러댔던게 화근이었다. 부산까지 갔다가 다시 완도로 오는 힘든일을 만들고 말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짠하고 안타깝고 미안해서 가슴이 미어진다. 장시간 차를 타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던가. 피로감을 개의치않고 기어코 조문 와 준 두분을 지금도 가슴에 소중히 담고있다. 내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 가슴에 깊숙히 담고 있는 아름다운 일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서울의 봄'. 관람 계획 중인데 더럭 겁이나네요. 어떡해야하나~ 남광주 새벽시장, 남편과 간혹 가는데 신나는 시장 풍경하며 상인들이 얼마나 정겨운지요. *광주~부산~완도~광주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벌써 6년이 흘렀군요. 부산에 도착해 전화드렸더니 '완도'! 버스 안에서 영주 씨와 긴긴 얘기 나눴던 기억, 참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완도 장례식장에서 애닳게 반겨주셨던 언니 부부, 아들의 모습도 눈에 선해요. 우리 하하의 인연이 새삼 감사했던 일입니다.
첫댓글 저도 '서울의 봄' 봤어요.
영화는 잘 봤지만
그 때의 상황과 그 주동자들의 뒷일을 알기에 답답한 마음이었지요.
언니의 조곤조곤 작은 이야기들에
세월의 아쉬움이 느껴지네요~
토닥토닥♡
어떤 영화는 "당신도 한 번 가서 봐~" 권유 하는데 '서울의 봄' 말리네요,
그래도 직접 제작자,
감독의 입장에서 보고싶네요
"당신취향 아니니 가지마 !"
순천 부산 완도 광주
만만한 거리도 아닌데
애쓰셨어요
만약, 부산 광주 완도 광주
그 또한 힘들죠...
가족 장례식 , 다음날
시누이 결혼식은 정말
힘들더군요.
산다는 게 헤어짐의 준비이구나
했습니다
88세 米壽 맞네요.
잘못 기입한 한자를 바로 잡아주는 분 있으니 왠지 넉넉해지네요.
혹여 또 실수를 해도 또 넌지시 일러줄테니요.
감사합니다.
마리아님.
시간이 지날수록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주시는 영희 언니 존경합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집안 대소사까지 최선을 다하시는 그 모습 대단하십니다.
항상 지금처럼 건강만 하소서~
'서울의 봄'.
관람 계획 중인데 더럭 겁이나네요. 어떡해야하나~
남광주 새벽시장, 남편과 간혹 가는데 신나는 시장 풍경하며 상인들이 얼마나 정겨운지요.
*광주~부산~완도~광주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벌써 6년이 흘렀군요.
부산에 도착해 전화드렸더니 '완도'!
버스 안에서 영주 씨와 긴긴 얘기 나눴던 기억, 참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완도 장례식장에서 애닳게 반겨주셨던 언니 부부, 아들의 모습도 눈에 선해요. 우리 하하의 인연이 새삼 감사했던 일입니다.
전통시장을 좋아하는데 남광주시장은 두 번인가 갔을거예요. 노점에서 야채를 샀었나? 백화점을 주로 다닐줄알았는데 시장의 정겹고 소박한 인심, 정서도 좋아하시네요. 머리숱 고민에 대해선 나만큼 심한 하하 없을듯요. 관리도 안하지만, 친정 가족력이랍니다. 다 훤~~해요.^^
다시 읽어도 올까봐ᆢ부산을 되돌아 완도까지 오게한 가슴미어지는 이야기들 감동이네요.~
잊지 않으면 되죠.~~^^👍
'서울의 봄', 아니 보면
사람 축에 못 낀다합니다.
그래서 ! ?
"알아서 ~~~~ ! "
알아서 하라고 ㅡ
전두환을 온천하에 알린
영화라 합니다.
벌써 6년, 조문 말씀 저도
두어번 듣고 하하에 회자될 美談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