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싸울아비'는 순우리말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부터 드리지요. 현대 국어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싸울아비'는 현대 국어의 "싸우(다) + -ㄹ + 아비"가 결합해서 만들어낸, 만들어 낼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시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사항입니다. 하나는 '싸울아비'가 백제의 단어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에 연결되어 있는 그 백제의 단어 '싸울아비'가 일본어의 '사무라이'와 같은 어원의 단어이냐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문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싸울아비'가 백제어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무엇보다 훈민정음 창제 900여년 전의 백제 언어에 대한 기록은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백제어를 현재에 와서 본래 그대로 되살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당시의 기록물들은 현대에 와서는 거의 한자로 표기되어 일부가 여기저기 파편처럼 남겨져 있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 우리말(즉 백제어)를 나타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한자들을 재해석함으로써 백제어의 일부 단어를 재구해 낼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방면의 연구로는 현재 충남대학에 계시는 도수희 선생님께서 평생을 두고 정리해 놓으신 작업이 있고 그밖의 많은 연구자들이 지명과 인명, 그밖의 기타 자료들로부터 추출한 백제어의 흔적들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만, 백제어의 문법이나 어휘, 발음 체계 등 전반적인 모습을 구명하기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재구형을 통해서 찾아낸 백제의 단어들은 대부분 사람의 이름이나 땅 이름에 대한 해석으로부터 가져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싸우다'와 같은 의미를 갖는 단어를 찾아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현재 백제에서 '싸우다'라는 의미로 썼을 단어가 정확히 어떠한 단어였는지를 정확히 밝히기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우리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 쓰여진 단어 중에서 현대 국어 '싸우다'의 고어인 '사호다/싸호다'를 찾아볼 수가 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백제어는 (만약 백제어가 조선 시대의 말과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조선 시대의 말은 백제어보다는 신라어, 즉 현재의 경상도 방언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적어도 '싸우다'보다는 '사호다' 또는 '싸호다'에 가까운 단어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단어가 만약 백제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다면'싸울아비'가 아니라 '사홀아비' 또는 '싸홀아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 남겨진 조선 시대의 어떠한 한글 자료에서도 '싸울아비'나 '사홀아비, 싸홀아비'와 같은 단어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현대 일본어에 대해서도 잘 모를뿐더러 고대 일본어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어 '사무라이'가 정확히 어디로부터 온 단어인지 모릅니다. 다만 <>의 '사무라이' 항목을 보면 "사무라이라는 단어는 '섬기다, 봉사하다'는 뜻의 동사인 '사부라우(侯)'의 명사형 '사부라이'의 와전(訛傳)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어의 '사무라이'는 '싸우다'와는 아무 상관없는 "황제를 '섬기는' 제후"를 가리키던 일본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사부라우(侯)' 또는 '싸우다'의 의미를 갖는 고대 일본 단어에 대한 역사적이고 실증적인 탐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물론 이 방면에 충분한 지식을 갖춘 일본 고대어 전공 학자의 전문적인 설명이 있어야 하겠지만 거기까지는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관련된 지식을 갖추고 있거나 그러한 지식을 갖춘 분을 알고 계시는 분은 부디 따로 권하셔서 이 자리에 정확한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말해서 위 두 가지의 사항을 종합해 보면 '싸울아비'와 일본어 '사무라이'는 아무 관계 없는 단어입니다. 또 '싸울아비'는 백제어일 가능성도 매우 희박한 단어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싸울아비'라는 단어는 매우 현대적인 단어입니다. 아마도 이 단어는 현대, 혹은 현대의 어느 시점에 우리말과 일본말을 연결시켜서 고대 한국사와 고대 일본의 역사를 하나의 근간에서 나온 것으로 보려는 견해를 가지신 어떤 분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만든 단어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어학회 홈페이지 [묻고답하기 모음] 에서 발췌.
*출처: http://cafe.naver.com/booheong/3222
첫댓글 감사합니다. 가져갑니다.
일리있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일본어에서 '사무라이' 라고 쓸 때에는 한자 侍[모실 시] 를 쓰고 사무라이라고 읽습니다. 侍 는 주인을 섬긴다는 의미이므로, 일본왕이나 각 지역군주(다이묘) 등을 섬기는 자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싸우다' 에 해당하는 조선초기 단어는 '싸호다' 였다는 건 간단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15세기의 책인 <용비어천가> 의 제 52장에서는 '싸호샤'(싸우시어), 제 69장에서는 '싸호아'(싸워), 제 87장에는 '싸호ㄴ.ㄴ'(싸우는) 이란 표현이 나오고, 16세기 초반(1527년)의 책인 <훈몽자회> 에서도 戰 (싸홈 젼), 鬪 (싸홈 투) 라고 하고 있습니다.
속단하기는 금물입니다. 일본에서 백제(百濟) 를 하쿠사이,하쿠자이 라고 읽는게 정상이겠으나 그렇지 않구 "구다라"라고 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고대어의 한문 적용은 일본사람의 자의적 판단 이었다고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