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의 인생[이준석의 한시 한 수]〈44〉
동아일보 / 2020. 2.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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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이 흩날리는 길 위의 먼지 같은 것./흩어져 바람 따라 나뒹굴다 보면 더 이상 본래의 모습은 아니라네./태어나는 순간 모두가 형제인 것을, 굳이 피붙이하고만 친해야 할까./즐거울 땐 한껏 즐기고 한 말 술로 이웃과 어울려 보세./왕성한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이 두 번 오진 않지./모름지기 때맞춰 자신을 독려할 것, 세월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으니.
(人生無根쵷, 飄如陌上塵. 分散逐風轉, 此已非常身. 落地爲兄弟, 何必骨肉親. 得歡當作樂, 斗酒聚比隣.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잡시(雜詩)’(도잠·陶潛·365∼427)
뿌리 없는 초목, 꼭지 없는 열매처럼 나약한 존재, 먼지처럼 흩날리며 한시도 온전한 참모습을 유지하지 못하는 존재, 이런 인생에서 사귐의 친소(親疎)를 가린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우연히 얻은 작은 즐거움일지언정 헛되이 넘겨버릴 수 없으니 술 한 말로 이웃을 불러들이는 것조차 더없이 소중하다. 한데 인생은 과연 자기 방향을 스스로 움켜잡을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하기만 할까. 이 잔인한 결론에 공감하는 순간 우리는 미망(迷妄)과 혼돈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즐거울 땐 한껏 즐기라’는 권유와 ‘때맞춰 자신을 독려하라’는 경구(警句) 사이에서 잠시 혼란스럽고 의아해진다. 이 의문을 풀고 시를 맘 편하게 읽으려면 그저 삶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그리하여 도가적 허무 의식과 유가적 현실 지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현재에 충실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할 수밖에.
잡시란 즉흥적인 느낌을 토로한 무제시. 이 시는 연작시 12수 가운데 제1수인데 시제에 걸맞게 4구씩 따로 분리해 읽어도 각기 제 주제를 갖는다. 연작시 전체는 삶의 변화막측과 생명의 짧음에 대한 술회가 기조를 이룬다.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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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無根蔕(인생무근체)
飄如陌上塵(표여맥상진)
分散逐風轉(분산축풍전)
此似非常身(차이비상신)
落地爲兄弟(낙지위형제)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得懽當作樂(득환당작락)
斗酒聚比鄰(두주취비린)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Life has no root or (fruit-bearing) stem
It flutters like dust on the road
Scattered here and there with the whirling wind
It is not a fixed body like this
Wherever you are born, everyone becomes your brother
How can they only be flesh and blood relatives?
When you're happy, enjoy it as you should
They get along with their neighbors by a keg of alcohol
Young days will never come again
Dawn doesn't come twice in a day
You have to work hard to be on time
Time waits for no one
※ 根蔕(근체): 뿌리와 꼭지, 사물의 본질이나 본바탕
※ 落地(낙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남을 이르는 말.
※ 作樂(작락): 즐기다, 향락을 누리다, 낙으로 삼다
※ 斗酒(두주): 말술, 한 말 정도의 분량이 되는 술
※ 比鄰(비린): 가까이에서 사는 이웃
※ 勉勵(면려): 스스로 애써 노력함, 힘써 함
* 출처 : 잊어버림. 차후 다시 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