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5.
나는 심부름을 잘 하는 편이다.
어릴 적엔 어머니 심부름을 도맡아 하곤 했었다.
이른 아침에 콩나물이나 두부를 사러 가면
시장 아줌마들이 총각이 마수걸이를 해주었다고 좋아라 하셨다.
결혼을 해서도 아내 심부름을 곧잘 했다.
올해 퇴임하고 전주로 이사를 온 뒤로는
내가 주로 하는 일이 아내 심부름이다.
심부름을 다녀오면 아내는 나를 착한 막내 아들을 바라보듯이 한다.
오늘도 아내의 심부름을 다녀왔다.
큰 형님께 땅콩을 좀 갖다 드리라는 심부름이었는데
아내의 마음씀씀이가 고맙기도 해서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다.
어제는 처형댁에 아내가 만든 부추전을 갖다 드렸다.
아내 심부름을 하는 것은 사실상 내 두 다리다.
오늘은 좀 먼 거리였지만 습관이 되어선지
산책 삼아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에 있는 산을 넘어 다녀왔다.
왠만한 거리는 차를 타고 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허리가 완전히는 낫지 않아 쉬엄쉬엄 산길을 걸었다.
삼십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넘게 사부작사부작 걸어갔다.
돌아올 때도 같은 길을 같은 느린 걸음으로 시나브로 걸어왔다.
천천히 걸어서 오는 길이 참 평화로웠다.
나는 아내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 싫지 않다.
아내는 내가 착한 사람이라서 그런단다.
나는 내가 착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싫지 않다.
그러기는커녕 고맙고 기쁘기까지 하다.
요즘은 착한 것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아내는 아들은 나처럼 살기를 바라지 않는 눈치다.
아들도 나처럼은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건 정말 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착함이 주는 보상이 있다.
나는 안 착해본 적이 더 많아서 그것을 아는 것이다.
착함이 주는 보상은 느림이 주는 보상과 엇비슷하다.
천천히 걸어서 오는 길이 참 평화롭듯이 말이다.
오늘 내가 받은 심부름에 대한 보상이다.
출처: 교육공동체 벗 원문보기 글쓴이: 낭만샘(안준철)
첫댓글 저도 위에 일기 하나 썼어요 ㅋㅋ 비와요 여긴^^ 저도 이 세상에 내세울 것은 착한 것 그것 하나 뿐이에요^^ 그 착함이 동할날 언젠가는 오리라고 믿어요^^ 아니 어느듯 제 앞에 와 있어요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바로 저 앞에~~~
착한 준한이 힘 내라♡
첫댓글 저도 위에 일기 하나 썼어요 ㅋㅋ 비와요 여긴^^ 저도 이 세상에 내세울 것은 착한 것 그것 하나 뿐이에요^^ 그 착함이 동할날 언젠가는 오리라고 믿어요^^ 아니 어느듯 제 앞에 와 있어요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바로 저 앞에~~~
착한 준한이 힘 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