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한없이 걷고 싶던 날이 있었다. 펑펑 쏟아지는 사이로 그닥 두껍지도 않은 옷을 걸친 채 마음맞는 친구들까지 셋이서 오후 내내 걸었던 기억. (그땐 우산도 잘 안썼다.) 한동안 발가락을 근질거리게 하는 동상을 남겼다. 지금도 눈이 오면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 절반. 안에서 따스하게 내다보고 싶은 마음이 절반이다.
오늘도 하얀 눈 쌓인 무등산을 보고 싶어 남편은 주섬주섬 짐을 싼다. 함께 갔으면 하는 눈치이지만 난 노노. 그럴 마음은 없다. 내가 못 갈 핑계를 대자면 아이젠도 없고..스틱도 고장나서 사용 못 할거고... 카페에 앉아 눈을 즐기고 싶은게 내 스타일~😋 대추호두과자. 단백질바. 따뜻한 물과 차....산행에서 간간이 힘을 보태줄 먹거리만 조심스레 내놓으며, 남편 혼자만 산에 보내는 마음이 불안하다.
- 화장실 다녀와서 나갈라네. 잠시 후. 남편 휴대폰이 울린다. ..... - 우리 장성호 수변길 갈까? 작은 형네랑 작은 누나네 가신다는데. - 그 정도 길은 나도 좋아! 가요. 눈오는 날 무등산 혼자 보내기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잘 됐다. 간단한 산책이니 따숩게 입고 얼른 따라 나섰다.
눈쌓인 풍경들을 보며 사오십분 달려 다다른 넓은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심심치 않게 주차되어 있다. 아이 좋아. 하얀 눈과 새초롬 내민 햇살의 눈부심, 간간히 볼에 부딪치는 매섭지만 청아한 바람을 느끼며 걷는 맛.
수변길은 폭설로 아쉽게 통제 되어 있었다.(어쩐지 오늘은 입장료 무료라고 써있더라니. 이 때문이었군) 우린 윗쪽길로 향했다. 사람 흔적 별로 없는 길을 내딛는 뽀드득을 느끼며, 눈꽃 핀 나뭇가지들을 감탄하며 걷는 즐거움. 이런저런 잡다한 얘깃거리들. 차근차근 이야기만큼의 보행속도로 걷는 걸음이 편안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쉬어가기 좋은 정자와 평상이 있다. 각자 싸가지고 온 먹거리들을 꺼내본다. 따스함이 아직 남은 구운 고구마. 해초 과자. 과일. 선물받았던 대추호두과자를 내놓으니 다들 좋아하신다. 보약먹는 느낌이라고^^ 등산에 둘째 고모부께서 꼭 챙기시는 막걸리 등장. 남편은 운전해야 하니 마실 수 없고 각집 대표로 막걸리 두 잔씩 나누었다. 싸아~~ 톡 탄산이 느껴지는 막걸리 맛이란👌
눈숲으로 둘러싸인 장성호가 가깝게 내려다 보인다. 사진으로는 눈으로 보이는만큼의 느낌을 담을 수가 없다. 아쉽지만 마음에만 찰칵!
먹거리 나눔 후 돌아오는 길. 눈발도 완전 멈추고 되돌아오는 길이 더 편하다. 하얀 나뭇가지 사이의 하늘이 어찌도 파랗던지... 장성호의 푸르름과 하늘빛을 함께 담아보는 날이었다.
몇 해 전,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혼자 기차타고 흰 눈 덮인 목포 바다 보러 가고, 작년에는 남편과 목포해변의 눈보라를 맞았구요. 뒷 산 올라 하얀 세상을 만끽하기도 했어요. 어렸을 적에 방문 열어놓고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마당에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봤던 기억도 많아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눈을 즐기니 기쁨이 배가 되셨겠네요. 파란하늘처럼 맑은 글, 비채 씨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첫댓글 와ᆢ아름다운 편지ᆢ동심 자극하는 눈길~~
오손도손 함께하는 하얀 눈길~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드셨네요.^^
아기편지 반갑고 좋아요.~♡
비채 님 덕분에 싸~아 톡 탄산 맛이 느껴지는 막걸리가 마시고 싶네요.^^수,목요일 또 눈이 온다는데 술맛,흰 눈맛 버무려 멋진 시간 보내세요.
마음이 참 예쁜 비채의 글을 아기편지에서 보다니.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수변길을 걸었을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흰눈에 덮힌 무등산을 못가서 안달이 난 1인 여기 있답니다.
내일도 좋으련만 수업이 우선인지라 ㅠ
반가웠어요~~
몇 해 전,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혼자 기차타고 흰 눈 덮인 목포 바다 보러 가고, 작년에는 남편과 목포해변의 눈보라를 맞았구요. 뒷 산 올라 하얀 세상을 만끽하기도 했어요. 어렸을 적에 방문 열어놓고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마당에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봤던 기억도 많아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눈을 즐기니 기쁨이 배가 되셨겠네요. 파란하늘처럼 맑은 글, 비채 씨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다음 무등산 스토리도 기다려집니다
파란 하늘
장성호 푸르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