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멀리하던 그녀는 오늘도 화원 한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새벽에 길을 묻고 물어 걸어온 출근길 바오바브나무처럼 굵어진 팔뚝으로 화원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간밤에 아프지는 않았니 네 상처도 이제 곧 뿌리를 내리겠지 일일이 식물들과 눈을 맞추고 살피는 건 하늘이 부여해 준 그녀의 책무 말없이 앉아 공상하거나 가끔씩 물을 마시고 밖에 나가 하늘을 보고 볕을 쬐다 보면 어느새 발바닥이 간지러워 이제 뿌리가 돋는 것일까 각질이 뚝뚝 떨어지는 발부리에서 거친 황야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나도 식물처럼 이 지상에 정박하고 싶어 어머니, 이제 저를 이곳에 뿌리 내려 줘요 아마 너도 발부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선 먼저 모든 걸 스스로 버려야 한단다 어머니의 지청구가 화원에 매일 가득차면 이제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바람 한점에 슬픔을 놓아 주고 적당하게 흔들리는 줄기와 가지를 지닌 채 말없는 파키라 한 채로 화원에 눕는다 . . https://youtu.be/q94g2yRmfxo
첫댓글 독자와 소통을 아주 잘 하는 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