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데카르트 수업하며 지금까지 와는 달리 이 사람에 대해 뭔가 올 듯 말 듯 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깨어서도 그 느낌이 가시지 않아 떠오른 생각 하나를 적어봅니다..
1. 새로운 약물이 필요하다..
데카르트 시대의 화학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trial & error..였을 겁니다.
주위에 보이는, 약초라 일컬어지는 모든 물질들을 계속 시도해 보는 겁니다.
현대의 화학자들은 어떻게 할까
일단 눈으로 보이는 모든 물질들은 원소 단위로 쪼개어 집니다.
그리고 원소들을 합성해 가며 약물을 개발합니다.
2. 데카르트의 눈에, 그렇게 들이대는 동시대의 화학자(실은 당시의 연금술사들) 들이 참 미련해 보인 듯 합니다.. 정신지도를 위한 4규칙에 이런 대목이 있네요..
“맹목적인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는 인간들은 자신의 정신을 종종 미지의 길로 유인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마치 보물을 찾아내려는 어리석은 탐욕에 사로잡혀 혹시 여행자가 그것을 길에 떨어뜨지지나 않았나 싶어 거리를 계속 배회하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화학자들이나 기하학자들 그리고 적지 않은 철학자들이 이런 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책 29쪽)
그래서, 데카르트는 그렇게 헤메지 말고 다음의 순서에 따라 연구를 진행해 보라 권합니다. 그것이 진리탐구의 ‘방법’ 이죠..
1) 명증적으로 참이라고 인식한 것 이외는 그 어떤 것도 참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
2) 검토할 어려움들을 각각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작은 부분으로 나눌 것
3) 생각을 가장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 계단을 올라가듯이 복잡한 것까지 순서에 따라 이끌 것.
4)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열거와 검사를 할 것.
3. 1789년 프랑스 혁명 와중에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라부아지에 에게도 나름의 ‘방법’ 이 있었습니다.
1) 모든 물질을 ‘원소’ 라는 가능한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2) 이 원소들을 결합하면 새로운 물질이 나오되, 결합 전과 후의 질량은 같음을 늘 생각해라.(질량보존의 법칙)
3) 그런 원소들을 빠짐없이 모두 열거해 보니 33가지이다.(현대의 원소주기율표는 110여종)
4. 제가 보기에 데카르트에게도 라부아지에 에게도 모두 진리탐구의 ‘방법’ 혹은 ‘원칙’ 같은게 필요했고, 둘 다 어느 정도의 성취를 한 듯 합니다. 하지만 둘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데카르트에게는 ‘지식은 정신의 직관이나 연역에 의해서만 획득될 수 있습니다.“(책 31쪽)
라부아지에에게 지식은 실험과 관찰에 의해 객관적 기반을 마련합니다. 그 이후 당연히 정신의 직관과 연역이 작용합니다.
데카르트에게 지식은 정신만의 작용이고, 그래서 진리를 추구함에 있어 직관과 연역이 중요합니다. 그에 반해 라부아지에에게 지식은 객관적 사물의 인식 체계였을 테고, 그래서 관찰과 실험의 결과가 더 중요했습니다.
5. 1636년의 데카르트와, 1789년 라부아지에는 왜 이렇게 달랐을까...그 사이 인류는 대체 무슨일을 겪었을까..무슨 일이 저 두 위대한 철학자와 화학자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그 핵심은 현미경과 망원경을 비롯한 과학도구의 발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의 발명 자체는 데카르트 이전에 되었으나, 그것이 과학적인 관찰에 적극적으로 사용된 것은 데카르트 이후에야 가능했습니다.
이 두사람의 시대 사이에 인류는 산소라는 것을 알게 되고, 공기펌프를 통해 하늘을 보게 되고, 정전기도 경험하고, 진공과 기압의 존재도 확인하고 뉴턴이 위치합니다. 그래서, 자연현상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관찰,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려 합니다..
6. 그래서 데카르트에 대한 저의 느낌은 이렇습니다. (이 느낌은 공부가 더 진행되면서 바뀔 수 있을테구요~)
데카르트는 자신시대 지식의 한계를 명확히 보고..., 그것을 허물고 더 확실한 진리의 기반위에 지식체계를 올려놓고 싶어 했고.., 그런 작업은 여러 사람이 하는 것보다 한사람에 의해 되는 것이 일관적일 수 있다 생각하며,... 그 일을 자임했다....는 측면에서 지성사의 혁명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방법은 찾았으되, 그 방법을 현실화 시켜 확실한 지식체계를 만들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 그런 도구는 자신의 세대이후, 과학과 기술의 결합, 산업혁명까지 기다려야 했다..
7. 그런 데카르트와 라부아지에..의 사이가 아마도 철학에서 과학으로의 지식추구방법에서의 주도권이 전이된 역사적 시기가 아닐까...하는...것이 한 자연과학 전공자의 추측입니다..
첫댓글 굿!
몸풀리셨네~~
다만, 4번이 약간^^
그럼.. 교수님이 좀 정정해 주심이..~^^
와~ 이런 현학적인 대화가....가능하군요!^^
뒤에 이어질 토론이 궁금합니다.
찬비님?..현학적?..뭥미?~^^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고 정리하려는 것 자체가 현학적으로 보임!!^^
저는 아직 데카르트의 실체가 안보임. 철학자들이 똑똑하고 예민하다는 느낌은 확인했지만 세상이치를 관통하는 관점인지도 잘 모르겠고. 아직 마이 무식함.ㅠㅠ
찬비님.. 현학적이란 표현에서.. 밖을 향한 느낌이 있어서 일까요...왠지 시비당하는 느낌~^^.. 물론 제게도 지식의 습득과 정리와 까페에 올림이 밖을 의식하는 느낌도 크지만...그보다 훨씬 큰 건 안을, 제 스스로를 향하는 겁니다.. 하물며 철학공부에서는..데카르트를 상대적으로 보려는것도, 17세기 유럽의 정신적 고민이 투영되어 있을 그와, 21세기 한국의 일산에서 사는 나와 뭔가 다른 느낌이 계속 있어서, 스스로 정리하고자 함이 더 크다는 겁니다.. 현학적~ 싫어욧!!~^^
저의 순수한 부러움을 "시비"로 보시다니요! 절대 아닙니다. 그저 생각을 논할 수 있는 이 자리가 좋고 정이 가는 관계로다가 표현하게 된 관심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