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음 2.17) 쇠날
음냐 음냐... zzz
배움터에 인터넷이 아직 안되는 관계로
그동안 집에 돌아와 일기를 썼는데요,
하루종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정말 '돌아'다닙니다)
애쓴 발과 곤한 몸을 씻고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우선 사진 정리. '알씨'로 용량을 줄여야 50장이 올라가는데
어찌나 속도가 느린지 기다리다 꾸벅꾸벅...이러기를 며칠...
이것이 제니스의 일기가 며칠 밀린 이유. 헤헤^^*
오늘은 두더지. 신난다. 너구리가 차량 동승하시는 날.
8:10 AM
카풀 커플인 구랑실과 배움터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두 청소년.
소성이와 서광인 늦잠을 자서 아침도 못 먹었다네요.
민들레. 구랑실. 아몽과 차 한 잔 하며 아침 명상.
전날 하늘친구 40일 모임에서 나온 '씨앗 심는날'에 대해 다시 다듬어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 하루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는 아무개의 말에 크게 동감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성과 마음을 다시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예식은 예식답게 그러면서 축제처럼!
명상을 마치고 아이들이 도착하는 마을길로 마중을 나갑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발소리에 돌아보니 갈기를 휘날리며 달려오는 승보와 미르.
"너무 추워서요!"
오늘은 민정.동민아빠가 함께 걸었어요.
오늘 구랑실 가족 '아버지 밥상'날이라고 휴가까지 내셨나봐요. 오, 땡큐!
곰돌이와 함께 하신 두더지.
이로써 한 주간 등교차량 동승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배움지기들이 느낀 바를 다음주에 모두어 보기로 했습니다.
슬그머니 풀린 봄날 아침,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입니다.
저는 오늘 강 아무개(!)와 단둘이 걸었습니다.
고민을 털어놓대요. 자기는 몸에 털이 많아 여름에 긴소매만 입고 다닌대요.
길고 까만 털이 너무 부끄럽다나요. 그래서 저의 비밀도 털어놓았습니다.
"제니스는 어릴적 별명이 권지털이었다~"
깔깔 거리며 누가 더 털이 길고 많은지 확인하며 걸었습니다.
강 아무개가 '털사모'를 만들자고 하대요. 털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나요? ㅎㅎ
그러자고 했지요!
그런데 그거 아니?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너'라는 걸...!
배움터에 도착해 가족 나무 아래에 모여 하루를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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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지기들 아침을 열며 내일 있을 '씨앗 심는 날'의 의미에 대해 아이들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씨앗동생들과 중등형아들만의 입학식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배우는 학생으로 입학하는 날이란다."
"제니스도 학생이야?" "그럼~ 그래서 우리가 배움지기잖아."
"그럼 우리 엄마아빠도?" "당연하지."
살림방에 모여 리허설을 기다립니다. 각자 손에 리코더를 들고서...
우리 씨앗들, 왜 모였는지나 알까요? 그저 싱글벙글~
피어납니다 우린 예쁜꽃~ 하늘 천사가 내려왔어요~♬
고사리 손으로 온 맘을 다 해 고운 하늘의 소리를 내봅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눈물이 핑...
모두가 꽃이요 천사입니다.
우리 씨앗들의 첫 무대!
모여 있으면 더 귀여운 꼬마 천사들
한창 풋풋할 나이인데요. 영 쑥스러운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나이때 이런 것도 자연스런 모습인 것도 같아요.
괜히 주머니에 손 찔러 넣으면 멋있어보이고 ^^
리허설로 늘어진 밥모심 시간, 여기저기서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이들.
오늘은 구랑실 가족의 아버지 밥상에서 준비하신 카레라이스!
카레에는 백미가 최고라며 오늘도 흰 쌀밥을 지은 아이들...거 참...
예원아빠, 민정아빠, 현보아빠가 오늘의 공양간지기~ 멋져요!
내심 불안했는지 숨어서 내조하시는 우렁각시들
쨔잔~! 어찌나 맛있는지 밥도 카레도 김치도 모두 동이 났어요.
고맙습니다. 구랑실 아빠들도 오늘 즐겁게 배우셨지요?
다음 주 어머니 밥상은 너구리 가족이랍니다~
처음으로 맞는 공동체의 날,
오늘의 몸놀이는 '진뺏기' 되겠습니다!!
오늘의 심판은 구랑실.
아무리 공평해도 원성을 사는 진뺏기 심판자리,
구랑실 오늘 얼마나 욕을 먹는 지 다같이 지켜보아요~ ㅋㅋ
민들레. 너구리 가족 VS 제니스. 구랑실 가족
거기에 중등과 씨앗들은 반반씩 나누어.
신난다에게 진뺏기 규칙을 설명듣는 씨앗들
옆에서 어떤 형아의 어드바이스, "그냥 막 뛰면 돼!"
실은 저도 아직까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일단 누가 우리 편인지도 모르겠고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던데요)
분명히 제가 늦게 출발한 것 같은데 잡혔다고 끌고 가대요...ㅠㅠ
자, 그럼 우리 아이들의 신명나는 진뺏기 장면 보실래요?
뭘 알고 뛰는지...ㅎㅎ
오... 하림이가 저 잡으러 달려오는데 무서워서 혼났어요 ^^
"에잇, 도대체 규칙이 뭐야? 이걸 왜 하는거야!!"
미르야, 한 두번만 더 해 봐라. 진뺏기의 묘미에 푹 빠질테니~
너구리 생포!
단골 포로, 너구리와 민들레
이쪽팀은 신난다와 제니스 ㅠㅠ
"왜 나만 잡냐고!"
"찬영아 이리 와 봐."
포로로 잡혀 있는데 자기 진에서 흙장난하며 무료하게 앉아있길래 불렀죠. 오대요.
그래서 같이 손잡고 서있는데 한참 후 조용히 말을 겁니다.
"제니스, 저 이 손 놔 주세요."
"이건 아니지!"
정확한 판결을 요구하는 정민. 구랑실에게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어이~ 심판이 너무 불공평해!"
"야, 내가 뭘 어쨌다고..쩝...."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진뺏기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규칙을 모르면 어때요
이렇게 한바탕 놀며 뛰며 즐거우면 그걸로 충분하지요!
아버지 밥상이 준비해 주신 새참은 방울 토마토.
땀흘린 뒤라서일까요? 반가웠던 싱싱한 새참!
씨앗 심는 날 무대를 장식할 글씨를 정성껏 그려봅니다.
내일, 우리 모두 배움의 씨앗을 심는 날
설레고 감사한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납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들어오는데
컨테이너 앞에서 야외용 테이블을 조립하시는 스컹크 부자
중등 친구들이 구빈.효건 아빠를 거들어 녹을 벗겨냅니다.
우리들의 공간 우리 손으로 되살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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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지기들의 마무리 명상은 살림방에서.
내일 있을 씨앗 심는 날 최종 흐름을 정리해 봅니다.
꼭두쇠 신난다와 아몽의 눈빛이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마지막 한 순간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짚어보고,
리코더와 노래 공연도 몸과 맘을 다 해 연습합니다.
우리가 부르면서도 안 신난다며 첫 음도 두 건반이나 높여부르기로 했고,
노래하며 몸도 흔들자고, 눈도 마주치자고, 박수도 치자고...
"우리가 먼저 신이 나야 해!"
리허설 때 저희들을 바라보던 눈망울들을 기억한다면
무엇하나 허투로 할 수 없겠다 싶습니다.
"내일은 결혼식장 가는 복장으로 옵시다!"
남은 할 일이 많겠지만 오늘은 일단 여기서 마치고 집에 가라고
두더지 힘주어 말씀하시니 처음엔 다들 머뭇머뭇...하다가,
"그러시죠!"
두더지가 저녁도 쏘셨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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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저의 씨앗을 심는 날
학생으로 수행자로 살겠습니다.
하늘의 소리를 가슴으로 듣겠습니다.
하늘의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하늘에 고하는 날...
"나는 당신의 손에 잡힌 몽당연필입니다."
[하늘기도 1000-41일째를 닫으며 제니스 배움일기 끝]
첫댓글 인간은 태어나서 자연과 어울려 자연의 순리를 배우며 산다. 항상 자연은 말없이 돌고 돌지만
언젠가는 그 자연을 정복하고 망가뜨리고 있는 인간 또한 그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 항상
자연과 함께 사는 너희들이 부럽당~~~잉! 하루하루 건강하고 씩씩하게만 자라다 ~~~오.
ㄱㅡ
진뺏기를 이해 못했는데 알고나니까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또하고싶어요 진뺏기를 하고싶어 미치겠어요 하고싶다 아 ㅏ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