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하여 이 소규모 대회를 작년에 이어 참가하게 되었다.
내 오랜(?) 마라톤 경험상 풀코스 다음주에 하프코스 기록이 잘 나왔던 기억이 있어 신청하게 되었다.
근데 당일 태풍급 강풍이 예보되어 있어서 참가를 주저하다 가까운 서울이라 참가를 강행했다.
요즘 마라톤 열풍을 실감하게 소규모 대회이고 휴일 이른시간임에도 많은 참가자들과 갤러리로 여의도 공원이 사람들로 붐볐다.
경험에 미루어 참가하게 된 것이지만 사실 엊그제 트래일 러닝 중 살짝 넘어져 무릅이 까이고 통증이 있어서 컨디션은
그리 좋은편이 아니다. 하지만 뛰다보면 또 그런 통증쯤은 잊혀지는게 예사이기 때문에 출발 총성과 함께
많은 마라톤 달림이들의 물결에 편승해본다.
오늘 목표는 하프코스 pb다
공식 pb는 작년 삼척 황영조 마라톤 에서의 1시간 33분대 이다.
그럴려면 4분20초 초반대로 밀어야하는데 컨디션과 기상조건으로 봐서는 만만치 않다.
오늘은 초반부터 4분 20초로 끝까지 밀어보는걸로 일단 출발한다.
역시나 강력한 서풍이 불기 시작하는데 반환점까지는 맞바람을 안고 가야만한다.
출발하고 3~4키로 까지는 인파가 바람을 제법 막아주더니 어느새 분산이 되어 올곧이 바람을 맞고 간다.
430 440 까지 떨어지고 가끔 부는 강풍은 몸이 밀릴정도로 강력하다.
바람을 이길수도 없고 하는 수없이 최대한 바람을 맞으며 낼 수 있는 속도로 반환점까지 가고
반환후에 뒤바람을 받으며 속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7키로에서 파워젤도 하나까먹고 반환점을 돌아 지긋지긋한 바람을 뒤로하고 속도를 올려본다.
좋은 컨디션이였으면 이때부터는 420이 찍혀야하는데 430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오면서 기운을 다뺐겼던것인가? 아니면 풀코스의 여파가 남아서인가?
이제 나이가 있어서 풀코스 다음주의 하프코스의 좋은 기록를 내는 것도 아련한 예전 무용담일 뿐이란 생각이 드니 씁쓸하다.
설상가상으로 17키로를 지날 즈음 비가 세차게 내리나 싶더니 몸이 따가운게 우박이다 ㄷㄷㄷ
곧이어 제법 굵은 우박이 도로를 세차게 때린다.
바람과 함께 입으로 함께 들어온 우박을 야무지게 씹어 맛을 보다가
황사예보를 떠올리며 소스라치며 내뱉었다. ㅋㅋㅋ
1시간 37분여의 기록으로 골인했는데 마지막 랩에서 질주하여 417페이스로 골인한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이다.
골인후 여기저기 느껴지는 통증을 보니 또 이틀은 푹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