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 춤이잖아요”… 탈춤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남양주 서부에 위치한 퇴계원에서 시민을 상대로 무형문화재인 퇴계원산대놀이 탈춤 강좌를 2023년 봄부터 개설한 뒤 운영 중이다. 퇴계원산대놀이는 1930년대까지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산대놀이 가면극 중 하나로, 1990년에 복원되어 33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2010년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됐으며 2022년에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퇴계원산대놀이는 전국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해당 탈춤 강좌는 기초반과 전승반으로 나뉘는데 그중 기초반을 지난 15일에 직접 취재했다.
기초반은 매주 금요일 저녁 19시부터 21시까지 퇴계원읍 다목적회관에서 진행된다. 내가 도착한 18시 30분에 벌써부터 창문 너머로 장구 소리와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수업은 19시에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비타500을 들고 서성이다 윤지한 퇴계원산대놀이 보존회 사무국장을 만나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퇴계원산대놀이 탈춤 강좌는 약 52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정식 이수자는 20명이고 나머지는 신규 회원이 차지한다. 회원의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고, 거주지 역시 퇴계원뿐만 아니라 평내, 구리, 고양시 등 다양했다. 퇴계원산대놀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탈춤 강좌를 들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취재 당시 좋지 않은 날씨임에도 회원 15명이 나와 춤 연습에 열중했다. 주로 5~60대가 많았으며 자녀와 함께 방문한 회원도 있었다.
수업은 장구 연주와 동시에 춤을 가르치는 이재훈 퇴계원산대놀이 보유자와 탈춤을 함께 가르치는 윤윤자 이수자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재훈 보유자의 말에 의하면, 산대놀이 강좌는 원래 주말동안 1박 2일 숙박하며 진행됐으나 2년 전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탈춤 강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보유자는 10월에 3번의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퇴계원을 넘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연을 한다고 전했다.
윤윤자 이수자는 탈춤만 10년 이상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아동 지역센터 등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탈춤을 전수했다. 기본기가 필요한 회원은 17시 30분에 나와 강사의 가르침을 받는다고 한다. 21세기에 탈춤을 배운다는 건 생소한 일인데,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탈춤의 매력에 대해 윤윤자 이수자에게 물었다.
“처음에 왔을 때 선배님이 ‘애사당(어린 사당)’이라는 춤을 추는데… 손끝에서 툭 오는 그거(춤사위)에 반했거든요. 매력 있고. 또 고정된 탈 속에서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는 게 되게 매력 있어요. 그 사람의 연기에 따라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어서 신기해요.”
여기 또 다른 주역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주민이 만들고 주민이 운영하는 마을 미디어 ‘마방’의 박현주 기자였다. 박 기자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퇴계원산대놀이의 활동 근황을 카페,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기록했으며 퇴계원산대놀이의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퇴계원산대놀이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음에도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다. 기초반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을 공동회관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승반은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 연습해야 한다. 다른 단체가 먼저 해당 장소를 사용할 경우 비어 있는 다른 공간을 찾아야 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연습을 중단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퇴계원산대놀이가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사무국장과 보유자, 이수자의 노력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꾸준히 연습하러 오는 시민들에 있었다. 시민들은 퇴계원 거주자가 다수였지만 평내, 진접, 구리, 일산, 심지어 고양시에서 올라와 수업 시작 한참 전부터 연습에 몰입한다. 단순히 탈춤을 함께 하기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퇴계원으로 온다는 의미이다. 나는 시민들에게 탈춤의 매력에 대해 물었고, 곧이어 가슴을 울리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춤이잖아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소수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신명 나기도 하고요.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예요. (웃음)”
퇴계원산대놀이가 33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사무국장과 보유자, 이수자의 피나는 노력을 비롯해 산대놀이를 배우고 전승하려는 시민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상관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춤’을 말이다. 퇴계원산대놀이 탈춤 강좌 기초반은 매주 금요일 19시부터 21시까지 퇴계원읍 다목적회관에서 진행되며, 전승반은 매주 토요일 16시부터 19시까지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된다. 강좌문의 및 신청은 010-8877-7644, 010-2788-8740 로 전화하면 된다.
한편 퇴계원산대놀이 공연은 10월 8일 안동탈춤페스티벌, 10월 15일 양주에서 진행되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축제, 10월 21일 남양주 궁집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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