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 형제애가 더 생기는걸까. 오남매 중 나만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오빠들과 언니가 생각날때가 많다. 서로 연락도 자주 하고 서울가면 만나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어릴적 추억이 더 떠오르는것 같다. 모처럼 큰올케와 언니에게 부식거리를 보낼 마음이 생겨서 양동시장엘 갔다. 두 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니 서울에선 좀체 먹기 힘든 홍어가 생각났다. 얼른 홍어를 두 팩 사고 메생이와 김자반이 보이길레 똑같이 두개씩 사고 무쳐먹을 마른새우와 큰오빠가 좋아하는 땅콩도 샀다. 집에 와 큰 스치로폼 박스 두개를 준비해서 얼려둔 사골국을 아이스팩 대용으로 바닥에 깔고 미리 사놓은 꽃등심도 담고 이제는 익어가는 전라도표 김장김치도 담고 큰 패트병에 찹쌀도 담아 넣었다. 장가계에서 사온 깨로 짠 참기름도 신문지로 둘둘 싸서 넣고나니 더이상 넣을수가 없게되었다. 그래도 틈새엔 갈아둔 마늘을 찔러 넣고 더 좁은 틈새로는 고춧가루를 담아 꽉꽉 채운다. 더이상 담을수 없음을 알면서도 더 넣을게 없나 두리번거린다. 세어보니 12가지다. 뿌듯한 마음으로 우체국으로 향할땐 택배를 받고 좋아할 모습을 그려본다. 다음날이다. 은행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너무나 고마워하는 큰올케의 전화를 받고나자 언니에게서도 전화가 온다. 첫마디가 "영희야 눈물이 난다 이것저것 친정엄마처럼 일용할 양식을 보냈구나 잘 먹으마" 하면서 소리내어 운다. 같이 감정 교류할 주변이 아니어서 그래 잘 먹어 하고 서둘러 끊었지만 나도 울컥 눈물이 난다. 언니는 엄마가 생각났던거다. 엄마가 살아계신다면 꼭 그러하셨을텐데 싶었던게다. 언니도 엄마를 몹시도 그리워하고 있구나. 나이가 들어도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떨쳐낼수 없구나. 지금도 마음속으로 엄마 하고 불러볼때가 많다. 보고싶다거나 그리워서이기도 하지만 큰 결정을 앞두고 외로울때 서글플때 더 찾아지는것같다. 엄마...하고 부르면 따스한 눈길로 오냐 하던 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
첫댓글 동기간 우애, 엄마 생각... 혈육의 정이 깊이 느껴집니다. 바리바리 정성들인 택배 상자에 그리움까지 가득 담겼겠다 싶습니다. 정말 눈물이 나셨겠다, 공감이 갑니다.
나도 언니가 여러가지 물건들 택배를 보내오면 엄마생각나지요. 엄마의 마음이 박스 안 고스란히 담긴 😭...
눈물나네요. 감동입니다. 흉내내볼게요.
마음이 가득담긴 택배에서
느껴지는 뭉클함.
그리움으로 찡~~~하셨을 듯합니다.
저도 눈물이 납니다. 영희 언니의 따스한 인정, 묵묵함 안의 큰 사랑이 감동입니다.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절 때립니다. 좋은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마음이군요......
울컥하네요.
언니에게...
설이 오니 여기 저기...
챙기고 챙겨야 할 날짜가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