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 마시러 춘천에 가볼까?
아시아 최대 공장 내년 가동…소양강 연수, 수질 좋고 ‘효모’도 풍부
“딴 데 가자.”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는 김모(24)씨가 요즘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자주 하는 말이다. 맥주를 즐겨 마시는 김씨가 "일반 맥주보다 맛이 가득히 퍼지고 부드러워 좋다"며 수제 맥주를 즐겨 찾게 되면서부터 생긴 버릇이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시장 규모가 성장세다. 지난 2015년 218억원대에서 2020년 1180억 원대로 5.4배가량 커졌다. 이는 전체 맥주시장의 3.4%로 일반 맥주에 비해 상대적 규모는 작지만 2015년 0.5%에 비하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8년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 맥주의 생산·판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수제 맥주 시장이 순풍에 돛을 단 결과다.
수제 맥주의 인기 상승에는 일반 맥주에 비해 효모가 풍부한 수제 맥주의 독특한 맛도 한몫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 맥주의 경우 100% 멸균된 상태로 유통된다. 미생물 배지를 전문으로 하는 ㈜에코드림에 따르면, “맥주는 ‘효모’라는 미생물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유통과정을 거치면 그 시간동안 효모가 죽고 다른 미생물이 들어와 맥주가 상하게 되는 것”이 그 이유다. 반면에 수제 맥주는 유통과정이 짧고 빠른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모가 살아있는 채로 판매한다.
이런 풍부한 효모는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수제 맥주는 비타민B3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모가 다량 함유돼 와인보다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맛도 다르다. ㈜에코드림의 용석호 대표는 “효모는 종마다 풍미가 달라, 효모를 산 채로 마시면 그 풍미가 더 풍부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제 맥주 열풍은 강원도에서도 불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주류별·지역별 제조면허 현황>에 따르면 현재 강원도에서는 18개 기업이 맥주를 생산˙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광역자치단체 중 3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낭만의 도시라는 춘천에서는 춘천과 소양강을 브랜드로 삼은 수제 맥주들이 출시돼 쏠쏠한 성과를 내고 있다.
춘천 내 일반 가게에서도 만날 수 있는 수제맥주 '닭갈비어'. (사진=후평동 일점오 닭갈비)
그 중 하나는 우두동에 위치한 ‘감자아일랜드’에서 2020년 선보인 '닭갈비어'다. 소양강 물로 만들었다는 이 수제 맥주는, 춘천 시내의 일부 음식점에도 납품 중이다. 닭갈비어는 밀을 원료로 하는 다른 맥주들과 달리 감자를 원료로 해, “거품이 부드럽고, 감자의 풍미가 살아있어 춘천의 대표 음식인 닭갈비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감자아일랜드’는 이후 강원대학교와 협력, 새로운 효모 종균을 만들었고, 이를 이용한 옥수수 수제 맥주를, 최근에는 복숭아를 이용한 수제 맥주를 선보였다.
소양강 물을 사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또 있다. 효자동에 위치한 ‘스퀴즈 브루어리’는 소양강 물을 원료로 하는 맥주들로 2019년부터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하며 주조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이 곳의 대표적인 춘천 수제 맥주는 '소양강 에일'과 '춘천 IPA'다. 이들은 15˚C 이상의 상온에서 발효시킨 맥주인 에일에 속하는 맥주로, 업체 측에서는 "풍부한 과일향이 느껴지며 탄산이 적다"고 전했다. 다만 춘천 IPA는 소양강 에일보다 홉을 많이 넣어 상대적으로 쓴 맛이 강하다. ‘스퀴즈 브루어리’는 내년부터 동춘천산업단지에 아시아 최대 크기인 1만3200㎡ 규모의 수제 맥주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 효자동에 위치한 스퀴즈 브루어리 매장. 주조시설(유리창 뒤)에서 바로 나오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의하면 연수로 맥주를 만들면 상대적으로 덜 쓰고, 부드러운 맥주를 만들기 쉽다. 미네랄의 농도를 나타내는 데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으로 계산한 ‘경도’라는 지표를 사용하는데, 미네랄이 적으면 연수, 높으면 경수라고 한다. 소양 정수장의 2022년 4월 수질검사 결과에 따르면 소양강의 경도는 27㎎/L로 연수로 분류된다. 서울물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강은 89㎎/L의 경도를 가진 중경수다. 소양강 물이 덜 쓰고 부드러운, 대중적인 수제 맥주를 만들기에 좋다는 의미이다.
춘천에 본가를 두고 수원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문모(24)씨는 “맥주를 마시려고” 본가에 자주 내려올 정도다. “맛이 확실히 다르고 타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문씨는 “서울이나 수원보다 복잡하지도 않고 도시도 작기 때문에 왠지 모를 여유로움과 편안함도 있다”며, 춘천에서 수제 맥주를 마실 때의 장점을 말했다.
강이 많아 레포츠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에 좋고 높은 곳이 많아 카페에서 경치를 즐기기도 좋은 ‘봄시내’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같이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은 장소도 많으며 최근에는 레고랜드가 개장, 가족 관광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침에는 커피를, 낮에는 도시를 즐기고 밤에는 수제 맥주를 한 잔 기울인다면, 가족과 연인 모두 춘천의 낭만에 흠뻑 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용경민 심은영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