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게 빼앗겼던 기술로 “세계 4위 차지했다”… 한국의 통쾌한 반격에 ‘환호’
권용희 기자 님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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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이젠 세계가 먼저 찾는 ‘K-철도’
사진 = 연합뉴스
“그때는 뺏겼지만, 이제는 우리가 판을 바꾼다.”
한국 철도의 반격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철도 시스템을 강탈당했던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자립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을 위협하는 ‘철도 강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해외 수주 외교와 철도 기술 고도화를 앞세워 베트남, 필리핀, 모로코 등 주요 신흥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3월 28일부터 시작된 국토교통부의 동남아 철도 수주 외교는 그 상징적인 움직임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이끄는 수주 지원단은 베트남과 필리핀을 차례로 방문하며, ‘K-철도’의 기술력과 운영 경험을 적극 알렸다.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철도 기술 독립의 결실
사진 = 연합뉴스
2004년 4월,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됐다.
당시만 해도 프랑스 TGV 기술을 들여와 시작한 철도 사업이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독자 기술로 만든 고속열차 KTX-산천과 KTX-이음, KTX-청룡까지 보유하며 ‘철도 자립국’으로 올라섰다.
KTX-이음은 국내 기술로 설계부터 제작까지 완성한 준고속열차로, 동력분산 방식의 채택을 통해 에너지 효율과 가속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이 열차는 기존 선로에서도 운행이 가능해 실용성 면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사진 = 연합뉴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2020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철도 기술 수준은 세계 4위. 신호제어, 차량 제작 등 핵심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러한 기술력은 철도 부품 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안겼다.
철도 관련 부품 기업 수는 2004년 889개에서 2020년 1524개로 크게 늘었고, 산업 매출 규모는 8조 원을 넘어섰다.
‘팀 코리아’로 해외 공략… 모로코에서 사상 최대 수출
사진 = 연합뉴스
철도 기술 수출은 단순히 차량을 넘어서 운영, 유지보수, 도시 개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 국토부와 현대로템이 모로코 철도청(ONCF)으로부터 수주한 도시철도 사업이다.
이 사업은 시속 160km급의 2층 전동차 440칸 공급으로, 총 2조 2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단일 철도 수출로는 한국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국토부와 기업들이 ‘팀
코리아’로 움직인 결과이기도 하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국토부는 두 차례에 걸쳐 장관과 차관이 모로코를 방문하며 외교전을 펼쳤고, 현대로템도 전방위 기술 지원에 나섰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모로코는 오래된 철도 시스템을 갖고 있어 인프라가 열악한데, 이런 국가에 한국 철도를 수출하면 도시개발 전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수출은 지하철 등 도시철도가 필요한 여러 국가에도 긍정적인 참고 사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랍에미리트(UAE), 몽골 등도 한국 철도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술력으로 일본 제치고 동남아 수주 경쟁 선점
사진 = 연합뉴스
한국 철도 기술의 또 다른 무기는 ‘유연한 운영 구조’와 ‘가격 경쟁력’이다.
일본의 신칸센이 보수적 시스템과 높은 단가로 일부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과 달리, 한국은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공사와 유지관리 능력으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국토부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3월 28일부터 5일간 박상우 장관을 단장으로 수주단을 파견했다.
베트남에서는 건설부 장관과 철도 협력 MOU를 맺었고, 국회 경제재정위원장과는 기술 이전 및 인재 양성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 연합뉴스
같은 자리에서 열린 ‘한-베 철도협력 포럼’에서는 K-철도의 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한국은 설계부터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수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로, 베트남 고속철 수주전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인프라 협력 MOU를 체결하고, 메트로 7호선 운영·유지관리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시공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철도 수출’ 모델을 제시했다.
127년 전, 경인철도 부설권을 일본에 내줬던 한국이 이제는 철도 기술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 기술을 도입하던 위치에서 벗어나, 독자 기술로 일본과 경쟁하며 주요 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한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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