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대(신양균)님의 추천 도서: 뇌성 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김남주 30주기 헌정 시집,2024)◈
윤석렬 정부의 느닷없고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로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조금 나이 든 사람들은 1980년 5.18. 군병력을 투입해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하려고 전두환 군사 정권이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떠올렸을 듯합니다. 그리고 광주 하면 잊지 못할 인물 가운데 하나가 김남주 시인입니다.
그는 1978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으로 투옥되어 10년 후에 가석방으로 출소한 후, 광주 사태에 대한 애도와 해원, 국가권력에 대한 분노 등을 담아 시로 풀어냈고, 그 후 광주민주화운동을 직간접으로 체험한 시인들이 모여 "모든 것은 5월로 통한다."라는 믿음 아래 이른바 5월 문학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그가 옥중에 있을 때 지은 시인 “함께 가자 이 길을”은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가 부른 노래로 알려지고 80년대 말부터 투쟁의 현장에서 단합과 연대를 위한 곡으로 널리 불렸습니다.
시인은 1994년 2월 13일 서울 고려병원(현재 강북삼성병원)에서 지병인 췌장암으로 사망했고, 유해는 광주 망월동 국립 5.18 민주 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그리고 훌쩍 30년이 지났지만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며 한국에서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은 하나같이 시인 김남주를 별처럼 마음속에 새기면서 읽고 살았’기에 101명의 시인들이 모여 그를 위한 헌정 시집을 펴냈습니다.
황지우 시인(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김남주 시인과 광주일고 동문으로 1980년 5.18. 당시 광주의 진실을 알리러 서울 시내에서 유인물을 뿌리다 서대문 교도소에 수감되어 그를 만났던 인연으로 시대의 질곡을 함께 넘었고, 1994년 김남주 시인이 세상을 떠나던 날 전남대 5월 광장에서 낭송한 조사가 바로 이 헌정 시집의 제목인 “뇌성 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입니다.
이 시집을 해설한 홍기돈 교수는 1980년대 시대정신의 아이콘이었던 김남주 시인이 떠난 지금의 현실에서 주체가 없이 분열 파편된 삶을 힘들어하는 시인들의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남주 시인을 성찰과 반성의 매개로 삼는 시인들의 결의를 읽어내고 있습니다. 덥수룩하고 까칠한 수염에 담배 하나 물고 있는 인간적이고 따스한 시인의 모습을 통해 빛을 드러내는 개똥벌레를 그리워하는 시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본다면 어두운 현실이 어둡지만은 않게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