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다시 찾은 백무동 계곡
임인년도 막바지로 달려가며 주변에도 단풍이 짙어가며 어딘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다.
수년전 왼쪽 발 골절상을 당한 이후로 부대끼기도 하고 하산 시에는 무리인 것 같아 전문의인 아들의 충고대로 등산을 삼가하고 있지만 오랜만에 지난 10월 3개로 나눈 수월한 코스도 있다기에 우리아파트등산동호회 주최의 거창 우두산(고견사) 등반대회에 참석한 봐가 있다,
지리산 백무동계곡을 탐사했다가 옛 동료이었던 두 사람은 그날 저녁을 그곳 느티나무산장에 머물며 가을을 만끽해 보겠다고 필자를 초청하며 마침 그 다음날이 진주에 사는 고교동기들의 매주모임인 중등교우골프모임에 참가토록 초청받은 일도 있어 한번쯤 합류해 보기로 하였다.
함양마천은 진주고 동기인 그곳 출신인 마천의 영재로 알려진 지금은 서둘러 떠난 고인이 된 김0상 교장과 추억이 얽힌 곳이기도 하고 20여 년 전 동래 로타리클럽 등산 활동 시 클럽 총무로서 달 밝은 가을날밤 마천 어느 산장에서 벽소령까지 둘러 본 야간등반을 시행한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였는데 상전벽해라드니 지금은 비까번쩍한 관광도시 마을로 변해 있었다.
오후2시에 부산을 출발하여 5시 무렵에 산장에 도착하니 퇴직 후 거의 10여년 만에 만나는 함양 출신 시인인 윤 학장은 벌써 도착해 있었고 오전에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백무동계곡을 산책하였던 부산대 임 처장은 다른 친구들은 모두 돌아가고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임시절에도 한잔씩 나누길 즐겨했던 사람들이라 별 인사도 없이 술판이 벌어졌으니, 임시인은 낮에 친구들과 마셔보니 괜찮았다면서 그곳에서 준비해온 산양산삼주와 윤시인은 지리산 그곳 산물인 머루포도주와 본인이 준비해간 포도주가 산채안주 등과 어울려 만포장을 이루어 깊어가는 가을 계곡물소리와 어울러 과히 백무동계곡 신선놀이터를 방불케 하였다.
산장식당도 잠에 취한다기에 우리들은 터 잡은 본관 1호실로 올라와 미리 준비해온 족발 등으로 2차 시연을 펼쳤으니 과히 주선(酒仙)의 흉내는 어림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주객의 노익장을 발휘하였으니 아직도 주당으로 10년은 거뜬하리라 사료되었다.
하루를 보내야 새날이 온다기에 깊은 휴식에 들었다가 다음날 일찍 기상하여 계곡을 둘러보니 산속의 안개 서린 계곡암석과 어우러진 유리알처럼 쏟아지는 계곡수하며 주위에 짙게 어우러진 가을철 단풍과 과히 선경을 이루고 있었지만 또 다른 인생살이 서둘러 떠나올 수밖에...
본인은 진주의 고교 동기들과 진산골프랜드에서 모임이 있어 지금 세상은 네비 믿고 행동하는지라 함양시장 새벽 황태해장국집에서 해장으로 속을 풀고는 헤어질 수밖에 없어 이번 모임엔 윤 학장 공이 컷었다며 또 한 번 더 기회를 가지자는 말을 남기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따라 산청 진산골프랜드에 도착하니 본인이 제 일착이고 연이어 친구들이 차례로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진주 친구들이 본인을 초대하는 것으로 하여 점심까지 대접 받았지만 언젠가는 돌려드려야지 하면서 고향 생가별장으로 향했는데 그런대로 저렴한 경비에 조용하고 건강에 좋은 여유로운 환경의 골프로 매주 1~2회씩 어울린다는 건강한 친구들이 부러웠다.
사실 요즈음은 나도 비거리가 조금 늘어 본보기를 보이고 싶었지만 아차 하는 건망증 실수로
오른쪽 엄지손가락 마디와 손톱 밑이 갈라진 틈에 붙일 반창고 준비를 깜박하는 바람에 상당히 불편했지만 변명 같아 내색도 못하고 빌빌거리며 마쳤다. 친구들에게 받은 초대도 언젠가는 갚아야지 다짐해 본다.
고향집에 도착해서는 이번 형제자매 곤지암모임에 사정상 동참할 수 없었던 동생과 마을식당에 나가 한잔으로 정을 나누면서 건강하길 당부한다. 다음날 동생이 준비해서 실어주는 고구마에 정을 느끼며 서둘러 부산으로 귀가하면서 며칠 지나면 고향마을 도남재 재실에서 지내는 조상님의 시제에 참석키 위하여 재방문을 다짐하면서 이번 백무동계곡 나들이를 마무리한다.
입동을 지나며, 부산 서재에서. 옥당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