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에 달이 뜨고, 벽에 손 닿으니 꽃이 피네
[한림랩뉴스룸] ‘강릉 아르떼뮤지엄’ 방문기…IT기술과 예술의 조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형콘텐츠로 현실세계를 모방한 메타버스 산업이 부상중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예술의 영역에서도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IT 신기술들을 활용,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융합예술 분야인 ‘미디어아트(media art)’의 전시공간이 곳곳에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강릉시의 ‘아르떼 뮤지엄’, 부산광역시의 ‘뮤지엄 원’, 담양군의 ‘딜라이트 담빛관’ 등 미디어아트 작품 상설전시관이 있다. <한림랩뉴스팀> 기자는 최근 강릉 경포호 인근에 개관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전시관 ‘아르떼뮤지엄 강릉’을 방문, 미디어아트의 세계에 빠져봤다. <편집자주>
앤디워홀이 직접 말을 걸고, 고흐의 작품들이 아름다운 물결을 그리며 움직이고, 꽃잎들이 바람을 따라 하늘 위로 휘날리고…미디어아트 관람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한 장면이다.
강릉시 난설헌로 131번길에 위치한 ‘아르떼뮤지엄 강릉’은 강릉시와 디지털 디자인 전문기업 디스트릭트홀딩스와의 업무협약(MOU)하에, 지난해 12월23일에 개관한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이다. 제주·여수에 이어 국내 세 번째.
1,500평의 이 전시관에는 "Forest" , "Cave", "Beach" 등 자연을 테마로 한 12개의 다채로운 미디어아트 전시가 진행중이다. 자연환경이 수려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자연(ETERNAL NATURE)’을 콘셉으로 준비된 전시 공간은 미디어아트의 시각적 강렬함과 감각적인 사운드에 주제에 맞게 가미된 자연 향기까지 더해져 완벽한 ‘자연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 관객의 몰입 경험을 위해 비주얼 작품 주제에 어울리는 사운드 연출과 각 테마에 맞는 감성적인 향기를 배치한 것이다.
다 감상하려면 1시간반은 족히 걸릴 강릉 미디어아트 전시관의 모든 전시관을 모두 지면에 담는 대신, ‘코스모스’(COSMOS), ‘정원’(Garden), ‘아르떼 찻집’(ARTE TEA BAR) 등 강원도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담거나 특히 기자의 눈길을 끄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코스모스, 디지털 공간의 꽃향기
전시관에 첫 발을 딛는 순간, 봄바람에 흩날리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반가운 듯 살랑거린다. 발 아래 바닥과 눈앞, 머리위 벽면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에서 강원도를 상징하는 꽃 코스모스가 실시간으로 피어나고 바람에 부드럽게 날리는 환상적인 공간. 피어있는 코스모스 사이를 지나다 보면 아름다운 꽃 향기를 직접 맡을 수 있다. 손을 뻗어 스크린 위의 꽃에 닿으면 꽃잎은 다채로운 컬러로 변하며 힘차게 자라나고, 코스모스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순환은 새롭지만 질서 있는 하나의 우주를 탄생시키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강원도 코스모스를 만나는 플라워 전시공간 내에는 바람·풍경·소리의 다양한 조합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된 테마룸, 만개한 코스모스 가운데서 아날로그 피아노를 연주할수 있는 피아노룸, 투명한 3면 유리공간에 크리쳐가 날아다니는 유리월, 신비로운 달을 마주하는 타임랩스, 삼각형의 거울방에서 대형 코스모스가 무한 반사되는 미러룸 등이 마련돼 있다.
정원, 자연의 시간이 빚은 아름다움
기획 전시 공간인 ‘정원(GARDEN)’에서는 ‘강원, 자연의 시간이 빚은 아름다움’ 이라는 주제에 맞춰 프로젝션 맵핑기술을 사용한 15분 가량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쇼가 진행된다. 프로젝션 맵핑기술은 특정한 물건이나 공간, 건물 등을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빛으로 실제처럼 꾸며냄으로써, 대상에 생동감, 역동성 등 새로운 느낌을 부여하는 미디어 작업의 일종이다.
‘정원’ 전시관에는 영월 섶다리, 인제 자작나무 숲, 철원 고석정, 설악산 백담사와 토왕성폭포, 함백산 만항재, 정동진 등 강원도를 상징하는 30여 명소와 야생식물들이 프로젝션 맵핑기술을 통해 마치 실제 그 자리에 있는 듯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나무 숲이 실시간으로 바람에 흩날리는가 하면, 단오제의 등불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장면 등을 구현하는 미디어 아트의 묘미가 새록새록 넘쳐나는 전시 공간이다.
아르떼 찻집(ARTE TEA BAR)
아르떼뮤지엄 관람이 끝날 즈음에 찻집이 나온다. 이 찻집에서는 넓은 공간을 이동하며 생긴 피로를 푸는 것은 물론, 강릉의 숨결을 담은 다양한 종류의 차들을 즐기며 방금 돌아본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차향으로 다시 음미할 수 있다. 아름다운 선율과 라이브 미디어아트도 곁들여진다.
특히, 아르떼뮤지엄 강릉 ‘Tea Bar’에서는 경포대의 서정성을 담은 ‘달’을 상징화하여, 찻잔을 테이블에 올리게 되면, 잔 안에 달이 서서히 떠오르는 색다른 미디어아트를 즐길 수 있다. 이는 테이블 전체를 찻잔에만 반응하도록 알고리즘 기술을 구현하여, 찻잔의 위치에 따라 초승달이 찻잔 위에 떠오르게 되고, 차 테이블 주변을 에워싼 스크린에 펼쳐진 초목들에 핀 꽃들이 찻잔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꽃잎을 활짝 열었다 닫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미디어아트의 한 특징이랄 수 있는 인터랙션 예술의 한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르떼뮤지엄 강릉’의 한 관계자는 “강원도의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해낸 초현실적이고 몰입감 있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특히, ‘자연’이라는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년층 이상의 관람객에게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감형 콘텐츠의 메타버스가 현실세계를 위상을 넘보는 가운데, 예술세계에서는 미디어아트가 예술작품의 위상을 훔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르떼뮤지엄 강릉에 가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김범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