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는 건
우산이나 장바구니, 핸들카바 정도였는데, 작년부터는
하얀 비옷도 한 벌 자리하고 있다.
차안에 담긴 후론 입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입게 될까 싶은 옷이지만
내겐 더없이 따뜻한 기억이기에
창고에 걸려 먼지 쌓이는게 싫어 차안에 두기로 하였다.
작년 4월 사직서를 쓰고 나오며
유일하게 황제에게 전화를 했다.
통증이 심해 괴로워하니
일을 그만두라고 그는 계속 나를 말려왔던 터라 나의 퇴사소식은
그에게는 칭찬할 꺼리였다.
바람이나 쐬러 가자며 그는 나를
인천바닷가로 데려가주었다.
그 안에 여자가 살아
늘 다정한 황제는
보온병에 향긋한 커피를 담아오고
달콤한 캬라멜도 사주며,
앞으로 뭘 해먹고 살것인가
고민에 빠진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우리의 위로라는 건
플랜A 플랜B 이렇게 머리 맞대고
궁리하는 그런거 말고
그저 함께 커피마시며
걸어보는 것이면 충분하였다.
그러다가 비바람이 거세게 부니
그는 편의점에서 비옷을 사와
내게 입혀주었다.
"이걸 입으면 한결 안추울거야..
기분도 우울한데 당신 감기까지 걸리면 안되지.." 하고는
똑똑 단추를 채워주었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비옷의 똑딱단추 정도야
나도 채울 수 있는데
그는 굳이 허리숙여 단추를 채워주었고
나는 그의 다정함을 담아두었다.
그가 채워주던 순간의 온기때문에,
당신은 춥지 말라는 따스한 염려때문에
나는 비옷을
간직하겠다 하였고,
그는 김가야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흔쾌히 승락하였다.
어느 비오고 을씨년스런 날에
비옷이라도 꺼낼라치면
나는 바닷가로 함께 걸었던
그 위로의 날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