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God生)’살기에 푹 빠진 MZ 세대
온라인 클래스 수강, 자기 관리앱 애용, 블로그 기록하기...
최근 ‘MZ’세대는 ‘갓생’살기에 푹 빠져 있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영어 ‘GOD’과 ‘인생’의 합성어로 알차고 생산적인 일상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층에 ‘갓’이 ‘멋지다’,‘최고’의 뜻으로도 사용되므로 ‘최고의 삶’이란 의미가 내포되지만 겉으로 화려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계획한대로 열심히 사는 인생을 지향한다. 따라서, '갓생'은 거대한 목표와 큰 성취보다는 작은 일이어도 꾸준히 실천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요즘의 MZ 세대들은 과거 재력이나 귀중품 등을 과시, 혹은 ‘돈 자랑’을 하는 ‘플렉스(FLEX)'족이나, ‘인생은 한번뿐’이라며 즐거움의 추구를 우선시하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과 달리 온라인 클래스 수강, 자기 관리앱의 활용, 기록하기 등 생산적인 경험에 투자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데이터베이스와 온라인정보 제공, 광고 대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업체. 뱅크샐러드가 2019~ 2021년 6월 이용자 소비지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놓은 ‘디지털 콘텐츠와 온라인 클래스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클래스의 높은 인기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클래스 '클래스 101' 사진
온라인 클래스의 대표주자인 '클래스 101'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21년 5월에는 2019년의 동월에 비해 온라인 클래스 이용자 비율이 3.5배나 증가했으며, 전년 대비 2020년 온라인 클래스 결제 건수는 246%, 평균 지출 금액은 353% 성장,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온라인 클래스의 대표주자인 ‘클래스 101’은 창업 · 부업, 디지털 드로잉, 투자, 직무교육, 라이프, 미술,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업에 종사 중인 직장인 나모(29)씨는 “관심은 있지만 전공이랑 달라 일러스트를 배울 수 없었는데,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드로잉을 배웠다”며 “접근성이 쉬워 편리하다”고 말했다. 나씨는 “인스타툰 작가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자기관리 어플 '챌린저스' 사진
MZ세대들의 '갓생'은 온라인클래스에서의 배움과 같이,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생산적인 경험'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2L 물 마시기 챌린지'와 같이 일상 속 소소한 도전을 통한 ‘자기 관리’의 성취감을 추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매년 한 해의 트렌드를 소개해 주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21’ 등에는 따르면 지난해 ‘키워드’로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일상력 챌린저’ 등이 포함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습관형성과 자기관리를 도와주는 어플들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자기관리 어플의 대표주자인 ‘챌린저스’에 따르면 2020년 거래액이 841억원에서 2021년 1958억원으로 증가했고, 누적 가입수 역시 97만명으로 2020년 51만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각각 133%, 90%나 증가한 것이다. 누적 챌린지 참가수 역시 2020년에 비해 133% 증가했다. 지난 3월 기준, MZ에 해당하는 20-34세의 유저가 챌린저스 전체 유저 중 63%에 달한다.
‘챌린저스’는 참가비를 내고 ‘챌린지’에 도전해 목표 달성률에 따라 환급받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기, 운동하기, 책 읽기 등 같은 목표에 원하는 만큼 금액을 걸고 참가한다. 정해진 기간 동안 같은 목표를 선택한 사람들은 목표를 수행하면서 인증샷을 남기는데, 목표 달성률이 85% 이상이면 걸었던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고, 목표 달성률이 100%면 추가 상금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달성률이 85% 미만이면 돈은 달성률 만큼만 돌려받는다. 참가자들이 받지 못한 돈은 목표 달성자에게 상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참가비의 규모에 따라 상금의 크기도 달라지고, 돈을 많이 걸고 참가할수록 상금액도 늘어난다.
직장인 백모(25)씨는 퇴근 후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지만, 점차 빠지는 날이 많아졌다. 하지만, 챌린저스를 알게 돼 '주 운동 3회 인증 챌린지'에 참여하게 됐다. 백씨는 “운동을 통해 꾸준히 체력관리를 하고 싶었고, 인증에 성공하면 나중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참여했다”며 “확실히 더 신경 써서 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운동뿐만이 아니라 상품 리뷰 챌린지도 참가했다”는 백씨는 “또 다른 챌린지들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 '주간일기 챌린지' 사진
MZ 세대들은 기록하기도 중시한다. ‘생산적인 경험’과 ‘자기관리’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비교하려는 것이다. 이런 탓에, 네이버 블로그가 인기다. 다른 SNS와 달리 글자 수, 사진 수 제한 없이 쓸 수 있고, ‘서로 이웃’과 ‘이웃’ 등 자신의 글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설정할 수 있어 편안하고 과감하게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블로그는 지난해 6월 '오늘일기 챌린지'를 공개, ‘Lifelog, Blog’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기록이 쌓이면 내가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기록이 쌓이면 스토리가 된다’, ‘기록이 쌓이면 브랜드가 된다’, ‘기록이 쌓이면 이력이 된다’, ‘기록이 쌓이면 덕력이 된다’ 등 10대부터 20대를 저격하는 에피소드 영상들을 공개했다.
이에 반응하듯 블로거 다수가 MZ세대다. 2021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10대 9%, 20대 35%, 30대 26%로 전체블로거의 70%에 달했다. 2021년 한해에 신규 블로그가 2백만명이 늘어나기도 했다.
네이버는 여세를 몰아, 지난 6월 ‘오늘일기’가 아닌 ‘주간일기’를 시작했다. 6월 6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하는 주간일기 챌린지 역시 관심을 끌었다. 주간일기를 발표한 6월 6일에, ‘네이버데이터랩’ 기준, 검색량 최대 수치인 100%를 기록한 것이다.
주간일기를 통해 운동 기록을 적는 학생 유모(23)씨는 "바디프로필을 찍고 싶어 블로그에 아침 점심 저녁 식단이나 운동 일지를 세세하게 적는다"며 "하루하루 어떻게 운동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여자 직장인 김모(24)씨는 “블로그를 열심히 쓰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그때 당시 알았던 정보들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다”며 “내년에도 이런 챌린지가 나오면 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MZ세대의 특성에 대해, 한림대 사회학과 김미영 교수는 “구조적으로 2030세대가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이루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일상의 작은 노력으로 소소하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들을 택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SNS에 업로드하면서 스스로를 다잡기도 하고, 성실하고 알찬 삶을 살아가는 자기자신을 남들에게 드러내기도 한다”고 해석했다.
강유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