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위구르 탄압 ‘학살’ 규정 검토...IS와 같은 취급
폴리티코 보도, 냉전 후 학살 규정은 르완다와 IS 학살 등 5건 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집단 학살(genocide)’로 규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선거캠프도 “중국의 위구르족 등 억압은 집단 학살”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되든 중국에 대한 군사·경제·인권 압박은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폴리티코에 초기 단계이지만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토안보부 등의 실무자가 참여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집단 학살로 규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집단 학살이란 용어를 사용할 공감대를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마련하지 못할 경우 “반(反) 인권 범죄” 혹은 “인종 청소”로 비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엔 100만명 넘는 위구르 무슬림이 대규모 수용소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구르 인권단체는 이곳에서 고문과 낙태가 이뤄지고 있고, 이슬람을 비난하고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게 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 학살’이란 표현은 미국이 공식 문서에서 쉽게 쓰는 것이 아니다. 미 국무부는 냉전 종식 이후 보스니아(1993년), 르완다(1994년), 이라크(1995년), 수단 다르푸르(2004년),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2016년, 2017년) 등 5건의 사례에 대해서만 학살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공산당을 인신매매와 학살, 문화재 파괴를 일삼는 IS 수준으로 취급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 문건에 공식적으로 ‘학살’이란 용어를 쓸 경우 미 행정부는 반드시 군사적인 행동은 아니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중국과의 충돌 수위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무부는 이와 관련해 폴리티코에 “중국이 신장에서 벌이는 인권유린 행위를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평가하고 있다”고 해, 학살 지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백악관 NSC도 성명에서 “중국 공산당의 잔학행위에는 2차 대전 후 최대 규모의 소수민족 감금행위(위구르족 강제수용)도 포함된다”며 “이전 미국 행정부의 미사여구와 다른 세계 정상들의 공허한 발언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과감한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앤드루 베이츠 조 바이든 대선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 민족들에 대한 중국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억압은 집단 학살”이라며 “트럼프는 위구르족에 대한 끔찍한 처우를 묵인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캠프가 트럼프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 보좌관이 지난 6월 출간한 회고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시 주석이 위구르 강제수용소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트럼프가 “수용소 건설을 옳은 일”이라며 이를 부추겼다고 전했다.
독일에 기반을 둔 세계 위구르 망명의회의 돌쿤 이사 회장은 RFA에 미국이 중국의 위구르족 학대에 대해 집단 학살이란 낙인을 찍을 경우 “다른 나라와 단체들도 중국을 압박하고, (인권유린을 한) 중국 관리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의준 joyjune@chosun.com]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3&aid=0003558307
미 의회도 중국 때리기 지속…이번엔 '위구르 인권법' 통과
상하원 모두 통과해 트럼프 서명만 남아…중국 반발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 의회가 27일(현지시간)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학대와 관련해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책임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온 신장 위구르(웨이우얼) 인권 문제를 놓고도 또다른 전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위구르 인권법안을 413 대 1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 법은 지난 14일 상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상태라 이제 백악관으로 넘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이 법안은 신장 지역에 있는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족과 다른 이슬람 소수 집단에 대한 억류를 규탄하면서 억류 수용소의 폐쇄와 함께 미국 대통령이 탄압 책임이 있는 중국 당국자에 대해 제재 부과 및 비자 취소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행정부가 신장에서의 인권 위반뿐만 아니라 대규모 억류와 감시에 사용되는 기술 획득에 관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법안 표결 전 "우리는 박해 받은 이들에게 그들이 잊히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 국가 주석에게 '당신은 이들이 잊혔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시진핑 주석을 겨냥했다.
외교위 소속 마이클 매컬 공화당 의원은 중국이 "국가가 지원하는 문화적 집단학살"을 했다고 비난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측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약 100만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이 '재교육 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이슬람교를 부정하고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 교육을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중국 당국은 인도적 직업교육센터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 의회는 최근 미중 갈등 고조와 맞물려 중국을 겨냥한 법안을 발의하거나 처리하며 행정부에 힘을 싣고 있다. 상원은 지난 20일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중국 기업의 미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공화당 팻 투미,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 의원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jbryoo@yna.co.kr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11638904
중국의 ‘화약고’ 신장 위구르, 미·중 갈등 또 다른 ‘뇌관’으로
시진핑 ‘일대일로’의 요충지…분리 독립 세력 저지하려 집단수용소에 100만명 ‘강제 구금’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의회 결의안 발의…중 “내정 간섭” 반발, ‘미 인종차별 보고서’ 맞불
‘안전 품질 초심을 잃지 말자’ ‘책임과 사명을 마음에 새기자’ 같은 구호가 나부끼는 중국 신장 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의 재교육 수용소. 직업훈련소로 위장하고 위구르인과 무슬림 100만명을 가둔 이 수용소들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양국 간 오랜 쟁점인 인권침해가 위구르 문제로 일주일 새 급격히 끓어오르고 있다.
도화선은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내놓은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다. 종교와 민족 정체성을 없애기 위한 수용소에 80만명에서 200만명에 이르는 위구르족과 무슬림을 임의로 구금했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은 인권침해에 관한 한 독보적”이라고 직격했다. 이튿날 미국 의회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인권유린 인정과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14일 미국의 인종차별, 아동 안전 우려, 성차별이 심각하다며 ‘2018 미국의 인권 기록과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냉전 사고를 버려라” “내정 간섭을 멈추라”고 반박했다. 국무원은 18일에는 ‘신장 반테러·극단주의 척결 투쟁 및 인권보장’ 백서를 발표하고 5년간 해당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1만2995명을 검거했다고 주장했다. 또 “극단주의적 사고에 영향을 받은 이들만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며 재교육 수용소가 교화시설임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며 베이징 주재 유럽국 외교관들을 신장 위구르에 초청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현장을 보여주며 공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톈산(天山)산맥과 파미르고원이 관통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수세기 동안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차로였다. 중국의 점령과 독립을 반복하다 1885년 청나라에 완전히 복속됐다. 이후에도 독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고 1944년 신장 북부에 민족국가인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이 수립됐다가 1949년 병합됐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은 군대를 주둔시키고 한족을 대거 이주시키면서 본격적인 중국화 작업에 나섰다. 2000년대 들어 서부대개발을 내세워 고속도로, 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 한때 75%에 달했던 위구르족은 48%로 줄어들었다.
위구르인들은 중국 공산당이 이슬람교와 위구르 정체성을 말살하려 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1980~1990년대 민족 차별과 불평등에 반항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이 강경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붙어 있는 티베트 지역에서 1987~1989년 독립요구 저항 운동이 일어났고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톈안먼 사태, 1991년 소련 붕괴를 지켜본 공산당이 대응 수위를 최고치로 올렸다. 국제앰네스티는 1997~1999년 최소 190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구르인들의 독립운동도 폭력적으로 변했다. 2009년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분리 독립 요구를 중국이 강경 진압하면서 197명이 숨졌다. 2013년 베이징 톈안먼 앞 자동차 테러와 31명이 숨진 2014년 쿤밍역 흉기 테러도 위구르인의 테러 사례다. 티베트 독립운동이 비폭력적 방식인 반면, 위구르족의 경우 무력투쟁 방식이어서 중국 당국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화약고’로 변한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 전체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 탄화수소 매장량의 25%, 석탄 매장량의 35%가 있다. 시 주석이 추진하는 신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의 요충지다. 2016년 취임한 천취안궈(陳全國)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당서기는 공포 통치 수위를 높였다. 집단수용소를 확충해 현재 150만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늘렸다.
지난해 8월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는 1000개 넘는 수용소가 있다. 재판 없이 구금된 위구르인들은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육체적·정신적 고문도 자행된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어 대신 중국어를 가르치고 유교, 사회주의 등을 반강제로 주입시키면서 문화 말살을 시도하고 있다. 독일 문화신학대학원의 아드리안 젠즈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문화적 대량학살의 조직적 캠페인”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위구르 인권 문제를 정조준하면서 미·중 간 긴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 남중국해, 일대일로 등을 두고 중국을 비판하고 압박했지만 소수민족 탄압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서방이 이 문제에 개입할 경우 가뜩이나 과격해지는 위구르 독립 투쟁에 불을 지펴, 정정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다. 미국이 위구르 문제를 이유로 제재에 나서고 중국이 반격한다면 미·중 갈등은 꼬일 대로 꼬일 수밖에 없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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