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체육시설, 3만8천명당 1곳 뿐
비장애인은 1천여명당 1곳…평창올림픽 후 “150곳”계획, 실제론 1곳만 건설
생활체육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반 국민 절반 이상이 생활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지만 장애인용 시설은 턱없이 부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장애인전용체육시설 현황’에 따르면 장애인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전용시설은 전국적으로 69곳뿐이다. 장애인구 약 3만 8천 명당 1곳에 불과한 수치다. 반면 비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은 인구 1천 160명당 1곳으로 무려 30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 10만 명당 체육시설 수’ 자료에 따르면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체육의 즐거움은 장애인에게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비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이 60.8%에 달했다. 이는 2012년 43.3%였던 것에 비해 17%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절반 이상의 국민이 일상 속에서 체육활동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장애인의 체육여건은 열악하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장애인은 지난해 기준 약 26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1%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21년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 통계에 따르면 생활체육을 즐기는 비율은 20.2%로 5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이처럼 생활체육 참여율과 체육시설 현황 통계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생활체육 참여율이 낮은 것은 단순히 신체적, 정신적 제약이 더 많기 때문이 아니라 체육시설의 부족으로 참여를 못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특히, 체육시설 현황 격차에 비해 참여율 격차가 적은 것은 장애인의 일상 생활체육 참여 의지나 욕구가 상대적으로 더 강함을 유추할 수도 있다.
한편, 지역별로 장애인 체육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격차가 있어 개선 방향에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전광역시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중 장애인 전용체육시설 인프라가 가장 좋은 지역이다. 지역 내 장애인구 약 7만 2천명에 전용체육시설 8곳으로 평균 9천여명 당 1곳이 운영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장애인 시설 평균의 4배 이상에 달한다.
반면 인천광역시의 경우 장애인구가 약 15만 명으로 대전의 배에 이르지만 전용체육시설은 2곳으로 1/4 수준이다.
대전의 한 전용시설에서 3년째 수영 활동을 하고 있는 박모(26)씨는 “타 지역에 살 때는 운동시설에 가려면 장애인콜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왕복 2시간 이상 걸려 포기했었는데 여기 대전에서는 수영장 접근성이 용이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대전광역시가 이처럼 타 지역보다 좋은 장애인 체육시설 인프라를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장애인체육회를 자체 운영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기초단체 단위의 장애인체육회는 지역 맞춤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게 지역 장애인 체육활동 환경 조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은 5개의 기초단체 가운데 3곳이 자체적으로 장애인체육회가 있어 이들이 장애인전용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광역시 별로 보면 대전이 가장 많은 3곳의 체육회가 운영중이고 전용체육시설이 훨씬 부족한 인천에서는 장애인체육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 전용체육시설의 수는 많지 않지만 지자체의 운영으로 장애인 체육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평이다. 일본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체육·스포츠 시설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133곳의 장애인전용체육시설 중 85곳을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유산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 생활체육 거점인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을 기획했고 2025년까지 지자체 주도로 운영하는 반다비 체육센터를 150개소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건립된 곳은 지난달 18일 개관한 광주 북구 반다비 체육센터가 유일하다. 77개소 센터 건립이 확정된 상태지만 당초 계획된 150개소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지자체가 자체 운영하는 센터의 건립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센터 추가 건립도 좋지만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일반 체육시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장애인체육회 관계자 C씨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추가 건립도 우리가 체육활동에 참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체육시설이 지역 곳곳에 위치하는 것이다. 현재 운영하는 일반 체육시설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추가 설비를 한다면 시설 추가 건립보다 작은 비용과 시간으로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의 센터 추가건립, 일반 체육시설의 추가 설비 확충 등 다각적 모색을 통한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가 우리 정부, 지자체의 숙제로 던져졌다.
권대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