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건봉사는 달빛에 아득하고
- 망실토지 환수의 배청련화(裵靑蓮花)*
엄창섭
금강산 건봉사(乾鳳寺)의 허리 휘감은 물안개
아흐, 만상은 한 폭(幅)의 무채색 수묵화다.
백두대간 뻗어내린 산자락 그 천년의 고찰
‘아도화상이 창건하여 만일 염불회를 개최하고
7년 전쟁 당시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킨 호국 도량,
일제강점기 봉명학교가 건립된 선교 양종의 본산’
역사자료 찾기 디딤돌 마련하여 환수경비 쏟아붓고
놀라워라. 우주의 신비함에 깊이 잠긴 대가람은
저토록 적조(寂照)한 월광에 꿈인 듯 처연하다.
사법계와 잇닿은 자비의 불화 피워낸 삶의 교시에
촉촉이 비에 젖어 선명하게 빛나는 연초록 산하
청송(靑松)의 산자락에 탯줄 묻었으나 허명 멀리하고
지구촌 넘나드는 ‘길 위의 시인’으로 <세조실록>과
만해(萬海)의 <건봉사 본말사지기>를 펼쳐 들고
그렇게 목숨 걸다 끝내 망실한 7백만 평 찾아내어
건봉사 복원의 불사(佛事) 위해 심혈 쏟은 보살,
고독한 번뇌 끝의 만덕을 쌓은 화엄(華嚴)이다.
지난 1997년 ‘농업회사 법인 봉명합명회사’ 대표직에 올라
통분 삼키고 힘겹게 토지환수작업 주도하며
‘평상심이 불도임’을 체득한 법열은 비장하다.
견성성불(見性成佛)의 극명한 정중동의 전율로
종단의 도움 일절 경계한 배청련화의 송덕비!,
깊은 밤의 몽환처럼 존재의 꽃 또 피워놓고
삼라만상의 묘법과 법문 기호화한 깨달음(覺)
8백 년 그 목어(木魚)의 음조에 풀꽃 선잠을 깨다.
* 페이지 배선희 시인
* 약력 : 강릉출생,『華虹詩壇』(1966) 발행인, 한국시문학 학회 회장 역임, 현재 가톨
릭관동대 명예교수, 아태문인협회 고문, 사)k 정나눔 이사장, 월간『모던포엠』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