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낙관주의
우연히 TV에서, 세계적인 해양학자로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상묵 교수의 희망메시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을 탐사하러 다니던 그는 2006년 미국에서 지질조사 도중 자동차가 전복되면서 목 아래(C4손상)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으나, 불굴의 의지로 6개월 만에 다시 강단에 서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지만 연구할 수 있는 뇌와 살아갈 수 있는 심장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새로운 인생을 가꾸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장애인이 되었으나, 인생을 재해석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연결어를 사용함으로써 생에 대하여 긍정하였고, 이것이 희망이 되어, 사고 이전보다도 더 행복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행복을 느낀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먼저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였습니다.
둘째, 할 수 없는 일은 저버리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였습니다.
셋째,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면 모든 게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넷째, 뇌와 심장이 살아 있어 지금도 연구할 수 있으니 자신은 오히려 행운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꾸 웃는다고 합니다. 왜 웃느냐고 묻자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은 얼굴근육 밖에 없으니 웃는 것이랍니다. 사고 이전에는 잘 웃지도 않고 나서지도 않으셨던 분이 삶을 긍정하면서 성격까지도 바뀐 것입니다.
이상묵 교수는 낙관주의를 학습한 분입니다.
개의 공포 반응 실험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 박사는 낙관주의도 무기력과 같이 학습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셀리그만을 소개하겠습니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E. P. Seligman)은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로 '학습된 무기력' 분야의 최고 권위자입니다.
셀리그만은 다음과 같은 ‘학습된 무기력’ 실험을 했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보인 적극적 회피학습을 개에게 행한 실험입니다.
①시그널(전구의 불빛)을 줍니다.
②전기충격을 줍니다.
③충격이 없는 옆방으로 몸을 피합니다.
위와 같은 실험을 계속하다보면
①시그널(전구의 불빛)을 줍니다.
②(충격이 올 것을 예견하고)충격이 없는 옆방으로 몸을 피합니다.(적극적 회피학습 완성)
이제는 적극적 회피학습이 이루어진 개(전구 불빛을 보고 전기 충격을 회피하는 법을 학습한 개)가 옆방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놓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회피학습 실험을 그대로 진행했더니, 그 개는 전기 충격이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침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맙니다. 바보처럼 무기력하게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날뛰어도 어쩔 수 없다. 그대로 당하는 수밖에.’
이렇게 해서 개에게 새로운 학습이 이루어졌습니다.
실험은 계속됩니다.
다음 실험에서는 묶은 줄을 다 풀어줍니다. 그래도 개는 여전히 전기 충격을 받으면서 그대로 서 있는 것입니다. 이 개는 어떤 해결책을 학습한 것이 아니라 해결책이 전혀 없다는 것을, 자신이 이 상황에서 완전히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침내 포기하는 법을 학습한 것입니다.
이것이 유명한 ‘학습된 무기력’ 개념입니다.
일의 원인을 해석하는 두 가지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가 그것입니다.
낙관적인 사람이 직장에서도 성공하며, 낙관적인 학생이 성적도 좋고, 낙관적인 운동선수가 시합에서 승리하며, 심지어 낙관주의자들이 비관주의자보다 오래 산다는 사실이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이러한 실험들을 바탕으로 그는 누구나 낙관주의를 학습한다면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으며,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후 셀리그만 박사는 20여 년간의 숱한 실험과 현장 조사 연구를 통해, 비관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상황 해석과 언어 표현 습관을 긍정적, 낙관적으로 바꿈으로써 누구나 희망에 찬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인지적 치료법'을 개발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행동주의, 즉 환경에 의해 인간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주장을 비판하면서 사고방식이란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고 개인의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소위 ‘낙관주의 치료법’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것은 습관적으로 몸에 밴 비관주의와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증, 그리고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치료법이었습니다. 오늘 날 그는 낙관주의 치료법을 널리 알리는 다양한 저서들을 저술하고 있으며, 이 낙관주의 치료법의 성과는 직장인, 가정주부, 학생,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성공과 건강 그리고 삶의 기쁨과 활기를 주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상묵 박사는 분명히 낙관주의를 학습한 분이라고 봅니다. 만약 장애자가 된 상황을 ‘그렇기 때문에’라는 연결어를 사용했더라면 그는 생을 부정하게 되었을 것이고 절망에 빠져서 급기야는 불행의 그늘에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학습된 무기력’이 아닌 ‘학습된 낙관주의’의 귀중한 사례입니다.
(2023.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