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의 기억력
나무는 많은 미덕을 지녔지만
그 중 백미는 빼어난 기억력이다
전주시 팔복동 옛 기찻길
이팝나무 꽃길이 환한 것은
순전히 나무의 정정한 기억력 덕분이다
올해는
오월이 오기도 전에 꽃을 피웠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을까
나무는 알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나만 봐도 알 일이다
올해는 광주 망월동에 가서
눈처럼, 속살처럼 하얀 이팝나무꽃술을
시리도록 눈에 담갔다가 와야겠다
카페 게시글
시, 동시방
이팝나무의 기억력
안준철
추천 0
조회 124
21.04.25 18:53
댓글 6
다음검색
첫댓글 올해도 이팝나무꽃이 핀것은 기억력 때문이었네요.
사람들의 기억력은 점점 퇴화해가도 나무는 그 기억저장고가 녹슬지 않으니 그렇게 또 흰꽃이 눈부신가봐요.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려서 쓰레기통을 뒤져보는 날이 많아지네. 그런 부실한 내 기억력에 비하면 나무의 기억력은 어찌나 정정한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무처럼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소망인지는 아직도 깨달아가는 중이랄까...
@안준철 선생님 저도 잘그래요 저녁에 약 먹었으면 쓰레기통에 껍질 한 개. 약 껍질에 날짜를 써두기도 합니다 ㅎㅎ
@김점순 동무가 있으니 외롭지 않네요 ㅎ
여고때 온 교정에 휘날리던 라일락 향기와 눈부신 이팝나무의 어울림이 어찌도 그리 사랑스럽던지요 그날의 향기가 눈물겹습니다~~^^
라일락 이팝나무보다도 여고시절 그 자체가 더 눈부시고 눈물겹겠지만 지금 이 순간보다 더 눈부시고 아름다운 것은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