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의 눈] "숙취해소제", 2년 뒤에도 살아남을까?
회식이나 술자리 전후에 숙취해소제를 찾는 것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2년 뒤에는 편의점 진열 매대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드링크류가 여전히 판매는 되더라도 용기병에서 ‘숙취해소’라는 표현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 지난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숙취해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2014년부터 이 표현의 사용을 제한’한 결정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조사들이 숙취해소 효과 입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그래서 ‘숙취해소제’라는 말은 여전히 일상에서 살아남을지, 이 일반 음료의 애용자라면 아직 2년이 남았지만 관심을 가질 만하다.
원래, ‘숙취해소제’로 불리는 음료는 의약품도 건강기능식품도 아닌 일반식품으로 분류된다. 수분·당류 보충으로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어지럼증, 구토 등의 증상들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지만 숙취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를 직접 분해해 주는 효능을 공식 인정받은 제품이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의 ‘숙취해소’에 대한 필요와 믿음 탓에 이 드링크의 시장규모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천400억원에서 2019년 2천500억원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고 코로나로 한동안 주춤 했지만 올해에도 2천60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병당 가격을 5천원으로 잡으면 5천만병이 넘는 것으로 1년에 국민 한사람당 1병씩은 마신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이들 제조업체들은 국민드링크로서의 ‘숙취해소제’의 이름을 보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모닝케어와 깨수깡을 각각 판매 중인 동아제약과 롯데칠성음료는 향후 식약처에서 숙취해소 표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기준에 맞춰 표현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컨디션을 판매하는 HK이노엔도 “변경 예정인 규정을 숙지하여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응이나 활동 내역은 내부적인 사항이라 안내해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효능 입증을 위한 노력보다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표현 조정 쪽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효능 입증에 적극적이지 않은 ‘숙취해소제’ 제조사들의 입장은 ‘천지개벽’ 관계자의 말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 관계자는 “숙취는 체질, 체구, 과음한 정도 등 천차만별로 발생하는 음주 후 반응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경우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특정한 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닌 이상 고통 완화 목적의 숙취해소제는 철저히 시장 논리에 맡겨놓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식약처의 규제에 따른 과학적 입증 또는 기타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경우 과거 ‘오이식초를 함유한 숙취해소용 음료 조성물’ 특허내용을 활용하여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관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이 종전의 표시 방법에 따라서 영업자 스스로 갖춘 과학적 근거에 따라 표시하고 있는 경우라면 2024년까지 표시할 수 있지만, 2025년 1월 1일 이후에도 표시하고자 한다면 ‘인체적용시험’에 따른 ‘숙취해소 기능’의 과학적 근거자료를 그전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종전의 방침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과거에도 식약처는 효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비슷한 이유로 ‘숙취해소’ 문구사용을 금지한 이력이 있지만 2000년 당시 헌법재판소가 영업·광고 표현의 자유,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용을 허가했다. 그 이후 숙취해소제는 우후죽순 생겨났고 또다시 '숙취해소' 표현이 다시 논란의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다.
이런 맥락들을 고려한다면, 소비자의 올바른 제품 선택을 장려하되, 제조 판매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 드링크류의 유통을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소비자들은 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당분간 숙취해소제를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 혼동하지 않고, ‘일반식품’으로 인지하여 현명하게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수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