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사고의 한계
비단 하느님과 관련해서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건 편협된 시선과 경직된 사고와 태도는 자기 자신을 물론 다른 사람들, 더 나아가 인류 문화유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친근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857년 이 작품이 처음 전시되었을 때는 많은 평론가들이 이 그림에 대해서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그림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세 여인들은 당시 사회에서 최하층에 속한 빈민 여성들로서, 그들은 밀레가 사회주의적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림 오른쪽 저 뒤편에는 말을 탄 감독관이 보일 듯 말 듯 작게 그려져 있어 전면에 부각된 세 여인들과 대조되는데, 이는 지주들의 학대를 고발하고, 농민들에게 지죽들을 대항하여 일어나라고 작품을 통해 선동하는 것이라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밀레는 사회주의적 개혁에 대한 신념으로 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노르망디의 한 가난한 농사군의 아들로 성장한 밀레는 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꾸밈없이 그리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수확이 다 끝난 들판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목가적인 풍경으로 소박하게 그린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평론가들은 농민과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눈뜨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밀레의 그림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불온한 작품으로 단죄했던 것입니다. 오류를 범함으로써 자신들은 물론이요, 다른 사람들도 이 작품의 예술성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청교도인 크롬웰Oliver Cromwell은 영국의 통치자가 되고, 가톨릭교회를 없애려고 가톨릭의 모든 흔적을 말살하기 시작했습니다. 군인들은 그의 명령을 받아 성당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성상들을 부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영국은 중세의 훌륭한 예술작품을 엄청나게 잃었고, 그 작품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그 시대의 영성을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크롬웰은 교회를 정화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찬 나머지 신앙의 유산뿐만 아니라, 건축예술을 포함한 인류 문화유산까지 말살한 것입니다.
경직된 사고로 고귀한 문화유산을 없애버린 사건이 또 하나 있습니다. 로마 시내에는 수많은 황제의 기마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뿐입니다. 그 까닭은 5세기에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을 박해한 로마 황제들의 기마상을 모조리 부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이 그나마 남아 있을 수 있던 것은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무지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 기마상이 그리스도교를 인정하고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표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마상으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하느님을 섬기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바르게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어떤 분으로 알고 있느냐에 따라 그분을 섬기는 태도와 신앙생활의 내용이 달라집니다. 하느님은 사랑과 자비로 우리를 돌보아 주시는 아빠이십니다. 우리는 그분께 절대적인 신뢰를 드리고, 애정과 진실이 담긴 대화를 나누며, 모든 영광을 그분께 돌리는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