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월*
차부였던 곳이 소재지에선 터미널이다
가쁜 버스 승강 계단 오르며
된 숨 몰아쉬는 것만 다르지
쇠락과 흥이란 것도
허리께 힘들어 있을 때 말이다
아랫도리 휘청거리는데
두 팔 지렛대 질도 어려워
시골버스 고갯길 돌 때마다
산골 할매 중심을 놓치고선
목덜미를 삐져나온 부동맥이 한나절은 풀어졌다
좋던 시절 온데간데없는 운전기사 양반
허름한 시골 버스를 몰며
다섯 살배기 아이 둘이면
반표짜릴 더 끊어야 된다는
반 으름장이 엊지보다 낫다
어차피 시골버스를
몰고 가는 것은 기사 양반이 아니다
흰머리 틀어 채반처럼 인 할머니의 봇짐에다
빈자리 휑한데 불평 한마디 없이
반표를 끊으러 간 애 엄마에다
창밖 빈 달과 여섯 말고는 없다
비 포장 아흔아홉 고개라는
운봉 연재 넘어가는 버스도 그랬지만
엄마 대신 동생 어르며 방긋방긋 웃는 버스 안
열두시 반을 기억하는 차표가
능선에 걸린 달을 불러 들였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박명薄明
한 줄기 빛만 남았다해도
과분한 것
어둠을 뿌리치고 집을 나선 새벽 3시
세상 잠 못든 사람들이
어찌 한 둘 뿐이랴
긴박한 하루가 새면 들이닥칠
빚 독촉에 한 숨 푹푹 몰아쉬다
빈궁貧窮의 수를 헤아려보아도
동지 긴 밤보다 깊다
추수 이후 해 넘길 빚더미를
쌀 가마니로 환산하며
달라붙을 이자까지 헤아리다보면
본자를 넘고마는 말 빚이
등짝을 해 마다 내리 눌렀다
뜬 눈으로 궁리窮理를 거듭하다
무섭게 울어대는 뒤안 대숲 찬 바람 소리
앞산까지 내려온 핏발선 부엉이를 박차고 나가던
그때에다 치면 행복한 농사꾼이다
몸이 쓰러진다 해도
이것저것 청산하고 나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니까
농부도 아니면서 농사꾼을 흉내 내는 3월
경칩 지나 조바심만 궂어
흙 돋워 생살 희뿌연 논바닥에
어설프게 퇴비를 뿌린다
아직도 먼 새벽
텁텁한 기침을 해소처럼 내뱉으며
동로골을 나선 당신의 세월
그 길을 추억하며 걷는다
카페 게시글
시, 동시방
인월 외 1편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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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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