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손해보험 업계에서 10년 이상 보험모집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정상적인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험업에서 만큼은 그 업의 특수성(보험사고 발생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으로 인하여
계약자(피보험자)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알리고--고지의무 이행
보험회사는 고지하고 분석.파악한 대로 요율과 인수지침을 적용하여 계약을 해야겠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눈에 보입니다.
기존에 D보험사에 가입중인 자동차보험이 수일 내 만기되는 고객이 있습니다.
D보험사의 설계사는 1개월 전에 보험료 비교견적 싸이트에서 보험료를 비교하여 올해도 보험료가 가장 저렴하며
모든 면에서 타사에 뒤질게 없는 전계약사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고객에게 설명하였고
고객은 이 설계사에게 몇 년 전부터 보험을 맡겨 온 터라 당연 동의하였습니다.
이제 가입하기로 한 날이 되어 D보험사의 설계사가 고객에게 전화하였더니
뜻밖에도 사촌언니가 지방에서 S보험사의 설계사일을 하고 있어서 그쪽으로 어제 가입했다고 합니다.
D사 설계사는 보험료 비교견적서상 S보험사가 전계약사인 D보험사에 비하여 무려 24만원의 차이가 있으며
동일한 조건에서 S사는 최고가였고, D사는 최저가였습니다. S사와 D사는 업계에서 1.2를 달리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S사에 가입하였다니...
사전에 충분히 보험료 차이도 알려주었는데...
이게 우리나라 서민들의 소매금융 활용 현실입니다.
설계사는 고객에게 "고객님 그럼 보험료가 그렇게 차이가 나는데도 그곳으로 가입했다니 왜 그러셨습니까?"
이해 못할 바도 아니었지만, 그 차액이 자그마치 20%이상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Off Line사의 다이렉트 보험과 와 On Line사와의 경쟁도 아니고 말입니다.
고객 왈 "사촌언니가 실적이라도 맞추게 자기 수수료는 포기하고 처리해준다 하여 그리했다" 는 것입니다.
아마 2월 마감하면서 3월달 계약을 당겨 수수료 빼주고 계약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객은 보험료는 24만원 절약하면서도 좋은 보험회사에, 전에 가입했던 설계사에게 갱신가입하면 좋을 것을
S보험회사의 설계사(사촌언니)가 보험료를 일부 빼주었음에도 D사 보험료보다 무려 불구하고 십 수만원을 더 냈고
그 설계사는 수수료를 빼줘 버렸으므로 그 계약을 체결하므로써 발생할 수수료 수입도 없게 됩니다.
보험회사는 설계사가 총액을 입금하였기 때문에 아무 불이익이나 부담이 없이 신규 한 건 늘어난 것이죠.
이런식으로 보험회사의 설계사들은 바보같은 마이너스 경쟁을 합니다.
이 애기를 듣고 제가 두 회사의 계약을 컴퓨터로 조회하여 보았습니다.
S보험사에 이번에 가입한 내용과 D보험사에 작년에 가입한 내용을 보니 황당하였습니다.
차량가액에서 작년의 차명코드를 적용하지 않고 170만원, 즉 17.5%나 낮은 차명코드를 적용하여 보험료를
낮추어 가입하였더라고요.
이럴 때 자칫 자차 전손사고 발생시 사촌언니와 동생간에 불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고객은 기껏 돈 더주고 사촌언니에게 가입해주었더니, 차값을 낮춰가입하여 보상도 손해보고 받았다 할것이요.
설계사는 월말에 실적 맞추려고 자기 수수료 다 빼주고 동생 보험 유치했는데, 자차가액 낮춰가입하여
보험회사로 부터 구상당하지나 않을지... 걱정할 것이고.
이게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情)에 얽힌 계약관계의 한 단면입니다.
보험계약은 다수 고객들의 적은 보험료로 큰 사고를 보장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가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것이 바로 보험계약입니다.
친구가 어렵다며 돈 좀 빌려 달라하여 돈을 빌려 주었는데, 나중에는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보험계약에 있어서 이왕 친인척이나 연고설계사를 통하여 보험가입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지만
부실계약이 꼭 이런 곳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일로 D보험사의 설계사는 타사에 비교하여 확연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고객을 놓쳤으며
고객은 불필요한 보험료는 더냈지만 보장은 약하게 들어갔으며
S보험사의 설계사는 수수료를 고객에게 떼어 줬으므로 일 한 보람이 없고
S보험사는 부실계약으로 인한 민원 소지가 있는 계약을 보유하게 되었으므로 신규 하나 더 받았다고 좋아할 것 없다
이겁니다.
누구 이익일까요? 누군가는 이익을 보았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냐면 D사의 설계사가 황당한 경우를 당하여 갱신계약을 놓쳐버렷기 때문에 손해를 보았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모두가 피해의식을 갖게 만드는, 아무도 이익되지 않는 계약이었습니다.
제발, 우리 이런 상황에 빠지지 맙시다.
계약자는 정당하게 자기돈 내고 가입하고, 또 서로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던 사람을 버리지 말고
설계사는 정당한 수수료를 받고 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사회가 밝아지려면 정확하고 상호 성실한 계약관계가 정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비슷항 계약이 어제도 발생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무려 차량 두대의 차액합계가 60만원이 나는데도 교회 재정집사에게 가입하더군요. 그러면서 어쩔 수 없어서.... 라고 말끝을 흐리군요. 그 집 경제 사정이 요즘 엄청 어렵다는 것을 아는데...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