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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분야 | 현대시 |
목차
시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서정시, 서사시라는 말은 흔히 들어봐서 알 것 같은데 다른 것들은 잘 모르겠어요. 특히 산문시 같은 것도 있던데 리듬이나 운율이 없는 산문도 시가 될 수 있나요? 시의 종류와 각각의 특징을 설명해 주세요.
서정시와 서사시
시의 이론에 대해서 최초로 언급한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입니다. 이 책은 사실 시에 대한 설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의 장르를 서정, 서사, 극으로 구분했지요. 이런 구분은 시에도 적용되어서 시의 종류도 서정시, 서사시, 극시로 분류 되었습니다.
일단 서정시는 개인의 감정을 노래한 시입니다. 우리가 접했던 수많은 시들은 대부분 서정시의 갈래에 속하는 것이지요. 어린 아들을 잃고 그 아픔을 노래한 정지용의 「유리창 1」이라든가, 고향을 멀리 떠나 고향의 옛 모습을 그리워하는 박용래의 「겨울밤」,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방황을 보여 준 윤동주의 「십자가」와 같은 작품들은 모두 개인적인 정서를 표현한 서정시입니다.
두 번째로 서사시는 개인의 정서가 아니라 집단의 경험을 표현한 작품을 가리킵니다. 여러분이 한 번쯤 들어 보았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모두 산문이 아니라 운문으로 지어진 대표적인 서사시이지요. 서사시의 주요 내용은 트로이 전쟁과 같은 민족의 역사나,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것 같은 영웅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서사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고려 시대 때 이승휴의 『제왕운기』라든가 이규보의 「동명왕편」은 모두 5언시로 이루어진 서사시였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서사시의 전통은 신동엽의 「금강」과 고은의 「만인보」 등으로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주제에 따라 : 주정시, 주지시, 주의시
시의 종류는 주제에 따라서 주정시, 주지시, 주의시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주정시는 인간의 정서나 감정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서정시는 대체로 주정시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지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위의 시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의 슬픔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설움”, “서운케”, “섭섭해 우옵내다” 등 자신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요. 이처럼 자기 감정 위주로 표현된 시를 주정시로 볼 수 있습니다.
주지시는 인간의 감정보다는 지적인 측면을 중시하여 관념이 의식, 지성을 표현하는 시입니다.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이나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 대체로 주지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김수영, 「푸른 하늘을」 중에서
위 시는 서정시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 감정보다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도드라지지요. 자유를 위해서 얼마간 희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엿보입니다. 이와 같은 시들을 주지시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또한 시의 회화성을 중시하여 시각적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사용할 때에도 주지시라는 말을 사용하지요.
세 번째는 주의시입니다. 인간의 정신 세계 중 강한 의지 표현에 중점을 두고 전개하는 시입니다. 대개 시에서는 의지만을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지성과 감정을 함께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유치환, 「바위」 중에서
위 시는 굳센 바위와 같이 현실을 초월하는 존재가 되고 싶은 화자의 의지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남성적이고 강인한 어조를 구사하고 있지요. 유치환의 또 다른 작품인 「생명의 서」라든가, 이육사의 「광야」와 같은 작품에서도 이러한 의지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데 이처럼 시적 화자의 의지가 분명히 나타나는 시를 주의시로 볼 수 있습니다.
주정시, 주지시, 주의시는 주제에 따라 구분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그다지 주목할만한 구분법으로 여겨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형태에 따라 :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
시의 형식에 따라서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정형시는 형태가 고정적으로 정해진 작품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형시로는 시조를 들 수 있습니다. 시조는 초장—중장—종장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각 장이 2구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3장 6구 45자 내외라는 정해진 형식이 존재하지요. 이러한 정형시는 시상 전개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독자가 주제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자유로운 표현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지요.
자유시는 정형시와 같이 정해진 형식이 딱히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리듬감이 느껴지는 시를 가리킵니다. 현대 시는 대부분 자유시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최근에 발표되는 시들은 리듬감이 다소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지만 일단 행과 연의 구분이 존재한다면 리듬을 지녔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유시에서 느껴지는 운율을 내재율이라고 부릅니다. 외형적으로 나타는 운율이 아니라는 의미인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산문시는 연과 행의 구분도 사라져서 산문처럼 서술되어 있는 시를 가리킵니다. 산문시에도 리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동일한 어구를 반복하거나 동일한 음운을 반복하면 충분히 리듬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참여시, 순수시라는 말도 있던데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참여시와 순수시는 시를 주제별로 나눌 때 사용하는 용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단 참여시는 문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발상 아래 창작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시인 김수영을 시작으로 사회 참여적인 작품을 많이 발표되었지요. 김수영은 「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와 같은 다양한 참여시를 발표했습니다. 순수시는 문학의 사회 참여를 자제하고 문학의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를 가리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2013. 9. 15., 북멘토)교과 연계표
시인 서정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분야 | 현대 시 |
목차
얼마 전에 우리나라 시인 중에 가장 과대 평가받는 작가로 미당 서정주 시인이 꼽혔다고 하네요. 서정주 시인이 친일을 해서라고요. 서정주 시인이 남긴 친일시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요.
뛰어난 시인이지만 훌륭한 삶은 아니다
미당 서정주는 빼어난 작품을 많이 창작한 시인입니다. 여러분도 아마 서정주의 시 한두 편 정도는 어김없이 배웠을 것입니다. 「견우의 노래」, 「추천사」, 「무등을 보며」, 「자화상」, 「신부」 등 그는 토속적이면서도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가 지은 짧은 시 한 편을 감상해 볼까요?
내 마음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서정주, 「동천(冬天)」
이 시는 겨울 밤하늘에 떠 있는 그믐달을 바라보며 쓴 작품입니다. 시적 화자는 그믐달의 모습을 보며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눈썹과 그믐달의 모습은 형태적으로 닮은꼴이지요. 그런데 그 눈썹은 그냥 눈썹이 아니라 즈믄(천일) 밤의 꿈으로 맑게 씻은 귀하고 소중한 대상입니다. 또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놓은 것으로 봐서 시적 화자가 추구하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매서운 새’는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지만 결코 그것에 도달하기 어려운 세속적인 존재, 즉 세속적인 인간을 가리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상에 도달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숙명적인 인간의 한계를 그려 내고 있습니다. 마치 「추천사」에서 춘향이가 그네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싶지만 그넷줄이 묶여 더 이상 하늘로 날아가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시인 서정주는 이처럼 짧은 시 속에 인간의 숙명적인 한계를 아주 탁월하게 표현해 내는 시인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가 자신의 숙명적인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였을까요?
서정주 시인의 삶은 시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던 시인 고은이 서정주를 평가했던 「미당 담론」이라는 글을 보면 서정주의 부끄러운 삶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습니다. 고은 시인은 스승의 등에 칼을 꽂는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서정주 시인의 부끄러운 모습을 낱낱이 파헤쳤지요.
일단 서정주는 일제 강점기에 일제를 찬양하는 10여 편의 시와 소설, 비평문을 썼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해방 이후 독재자 이승만을 기리는 이승만 전기를 썼고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베트남 파병을 촉구하는 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설 때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그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으며, 전두환의 56세 생일에는 축하 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삶의 행적을 돌아볼 때 서정주가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소극적인 자세로 가담했다는 말은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는 친일 행적만 했던 것이 아니라 해방 이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권을 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문학 활동을 했던 것입니다.
부끄러운 시, 「송정 오장 송가」
그렇다면 실제로 서정주의 친일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자, 아래 시를 잠시 감상하겠습니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카제 특별공격대원
귀국대원
귀국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게로 왔느니
우리 숨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이 벌이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 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져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서정주, 「송정 오장 송가」 중에서
이 시에서 ‘가미카제 특별공격대원’이라는 말이 눈에 띕니다. 가미카제 특공대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 항공모함에 돌격해 그대로 자폭하는 자살 특공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전쟁물자도 부족하고 전세가 자신들에게 불리해지자 일제가 생각해 낸 방법이었지요. 특공대 중에는 불행하게도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도 끼어 있었습니다. 일제는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조선 청년들을 참여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 시의 주인공 ‘마쓰이 히데오’는 바로 조선 청년이었고 가미카제 특공대의 일원이 되어 값진 목숨을 허무하게 잃고 말았지요.
이처럼 안타깝고 허무한 죽음 앞에서 서정주는 흥분된 어조로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가미카제 특공대의 죽음이 마치 조국과 민족을 위한 숭고한 죽음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요. 이처럼 서정주는 정복자이자 침략자인 일제의 행위를 숭고한 것처럼 포장하는 데에 자신의 재능을 이용했습니다.
작품과 작품을 쓴 사람은 엄연히 다릅니다. 서정주의 시 작품 중에는 뛰어난 작품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서정주의 삶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인 행동을 거듭해 왔던 것이지요. 그가 창작한 뛰어난 작품의 가치는 인정할 수 있지만 그의 생애는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시가 아무리 빼어나더라도 그것은 최종적으로 시인이 쓴 것입니다. 따라서 시인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인식도 작품 속에 녹아 있다고 보아야 하지요. 서정주의 시들을 좀 더 비판적으로 감상하고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정주 이외에 친일 문인으로는 어떤 이들이 있는지요?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친일을 한 문학가들은 적지 않습니다. 이광수, 김동인, 김동환, 주요한, 모윤숙, 노천명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문인들이 친일 행적을 벌이거나 친일적인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노천명의 작품으로 알려진 「군신송」을 소개합니다. “이 아침에도 대일본특공대는 / 남방 거친 파도 위에 / 혜성 모양 장엄하게 떨어졌으리 // 싸움하는 나라의 거리다운 / 네거리를 지나며 / 12월의 하늘을 우러러본다 // 어뢰를 안고 몸으로 / 적기(敵機)를 부순 용사들의 얼굴이 / 하늘가에 장미처럼 핀다 / 성좌처럼 솟는다.” 자, 누가 봐도 일제에 동조하고 전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부끄럽기는 하지만 이런 사실도 부정하지 말고 우리의 역사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인 서정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2013. 9. 15., 북멘토)교과 연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