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멋져! - 금주 일지 39일(2022.10.22.)
오늘은 불교환경연대에서 진행하는 생태문화기행에 참가하는 날이다. 원래는 강하주 씨와 함께 참여하기로 신청하였는데 강하주 씨는 가을 축제의 초청을 받아 공연 일정이 생겨 할 수 없이 취소하고 나 혼자 참가하게 되었다.
환경생태를 생각하는 모임인지라 점심은 각자 도시락을 준비하도록 했다. 간식도 물론 각자의 몫이고.
어쨌든 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강하주 씨는 분주하다. 그냥 있는 밥과 반찬 두세 가지만 도시락에 담으면 될 것 같은데 강하주 씨는 그게 아니다. 밥도 새로 짓고, 아침에야 새로운 반찬 즉 달걀찜, 두부 부침개, 멸치볶음, 갓김치 등등을 만들어서 식히고 담느라 애를 쓰고 있다. 양도 더 많이 담아서 여럿이 나눠 먹도록 하려고 애쓰느라 내 눈치까지 살핀다. ’수고하도록 한 내가 눈치를 살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괜스레 미안하기까지 하다. 또 한 가지 빠진 것은 그 전 같으면 어디 나들이 갈 때 빠짐없이 술을 미리 준비해 가는데 오늘은 상관없음이다. 홀가분한 일이다.
아침 7시에 광주문예회관 후문에서 출발했다. 나도 늦지 않게 도착했다. 다행스럽게 아는 분 1명이 있어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나들이를 준비하신 대표께서 인사를 하면서 오늘 참여하신 분들이 각자 알아서 준비해 온 떡과 과일과 음료들을 나누어 주셨다. 모두 각자 알아서 넉넉하게 준비해 오시는 품이 우리 하하의 나들이 모습과 겹쳐져서 속으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행선지는 대구 비슬산 유가사 – 수도암 – 도성암 – 도성 바위 – 우포늪으로 되어 있다. 10시경에 유가사에 도착하여 절을 둘러보고 수도암을 지나 도성암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다. 도성암에서 바라본 비슬산 정상의 단풍이 너무 선명하게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아름다웠다. 원래는 양해를 구하고 도성암 암자의 뜰에서 식사를 나눌 예정이었으나 조금만 올라가면 도성 바위인데 도성 바위 앞이 평평하여 일행들이 식사하기에 좋을 거라는 안내를 받고 도성 바위로 올라갔다. 과연 도성 바위 앞은 널찍하여 식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 보따리들을 펴 놓았다. 갖가지 생김치, 묵은 김치, 각종 나물들, 국물 등으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내겐 아시는 분이 준비해온 따뜻한 된장국 한 컵이 더해졌다. 나도 강하주 씨가 마련해 준 반찬들을 쑥스럽고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다행스럽게 모두 맛있게 먹어 주어 고마웠다. 강하주 씨 말대로 ’좀 더 가져와서 널리 나누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싸 온 반찬들을 서로 집어 먹어 금방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식사가 마무리 되어가도 반찬은 모자라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 남았다. 조금 남은 반찬을 앞에 두고 누구랄 것 없이 ’빈 그릇 운동’을 말하면서 다 같이 십시일반으로 깨끗하게 정리하였다. 음식을 소중하게 대하는 같은 모습이 ‘하하와 같구나’ 여기면서 다시금 흐뭇한 마음으로 감사했다.
식사하는 중에 몇 분이 집에서 챙겨온 술들이 과하지 않게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전 같았으면 나도 한잔 모셔 들였을 텐데. 찾아온 주님을 ‘지금 1년 금주 중’임을 밝히면서 조용히 사양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우포늪으로 이동하였다. 사실 오늘 나들이에 참여한 것은 우포늪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든 한번 가보고 싶어 했던 우포늪이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우포늪에 도착하여 원시 그대로의 늪지대를 걸으면서 그렇게 원시적으로 생활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래, 내 어린 시절의 생명력을 지닌 곳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세계 최초로 따오기 복원에 성공한 곳이라고 해설사가 자랑스럽게 설명했는데 그 따오기를 만나보는 행운도 누렸다. 따오기복원센터도 둘러보면서 제한된 시간을 다음으로 기약하면서 귀향시간을 맞춰야 했다.
그런데 일행 중에서 양해를 구해 왔다. 1시간 늦게 광주에 가기로 하고 근처 우포와 따오기 식당에서 우포 막걸리를 한잔하고 가는데 동의해 달라는 것이었다. 두말없이 동의했다.
식당으로 이동하여 우포늪에서 잡은 우렁이 회무침과 우렁이 부침개를 주문했다. 물론 우포막걸리도 주문했다. 함께 하신 스님께서 첫잔의 건배사를 했다. 그리고 회장님의 건배사 ‘미사일(미소로 사랑하며 열심히 일하자)’ 등으로 이어졌다. 금세 막걸리 7병을 비우고 안주도 다 해 갈 무렵 마지막 잔을 들자며 나머지 술을 모두 따랐다. 이어서 대표께서 마지막 건배사는 오늘 처음 참석하신 이계양 이사장께서 해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모두 좋다며 박수하여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내내 술을 따르면서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애써왔는데 마지막에 분위기를 깨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일어섰다. 빈 잔에 일단 생수를 따르면서 잠시 뜸을 들이며 생각을 가다듬었다.
“오늘 불교환경연대의 생태기행에 참여하면서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당당해 보여서 좋았습니다. 또 이웃들과 교제하며 이야기하는 모습들은 정말 신나 보였습니다. 그리고 서로 좋아하며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피는 모습들은 비슬산 정상의 단풍보다 더 멋있었습니다. 나아가 각자가 떡과 과일과 차와 음료와 손잡음으로 나누며 배려하며 서로 져주는 모습은 금상첨화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무리 건배사는 ‘당신멋져’로 하겠습니다. ‘당당하고 신나게 멋있게 져주자’는 뜻입니다. 제가 ‘당신’ 하면 여러분은 ‘멋져’를 외치는 것으로 건배하겠습니다.
”당신!“
”멋져!“
이렇게 건배를 하고 함께 박수를 치며 일과를 모두 마쳤다. 모두들 오늘 나들이를 한마디로 정리한 최고의 건배사라는 칭찬을 들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대구 창녕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나의 금주는 이렇게 계속되고 있고, 금주 중에도 술자리에서 건배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하기만 하다.
첫댓글 건배사도 어쩜~~ 당신 멋져!!
멋지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