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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소로의 저작 <월든>은 급속히 발전하는 기계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에 거처하며 손수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을 하며 살았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소로는 20대 후반인 1845년 친구인 에머슨이 소유한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약 2년 2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인간 사회와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면서 자급자족하며 지내는 자발적 고립을 택해 그 기간 동안의 생활과 성찰의 흔적을 담아 <월든>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친형과 함께 사립학교를 운영한 적도 있으나, 시간제로 일하고 지내면서 그의 삶은 대부분 산책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로 소일했다고 한다.
스스로 "내 직업은, 그것을 직업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자신을 가장 훌륭한 상태로 유지하고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언제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로는 천성적으로 기술문명에 반하는 기질을 지니고 있었으며, 자연에 머물며 자연과 더불어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는 이 시기에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는 의미로 인두세 납두를 거부해, 체포되어 잠시 감옥에 갇히기도 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고 한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동안 소로의 사상이나 경력 그리고 그의 자연주의적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월든>의 전문을 읽어본 적은 없다. 이번 기회에 그의 책을 읽으면서 비유와 고전의 인용이 적지 않은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친절한 주석이 달려있어 내용 파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책에 수록된 각각의 항목들은 독립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여겨졌다. 서문조차도 없이, 곧바로 자신이 인간사회를 벗어나 월든 호숫가에 정착하며 살게 된 계기와 생각들을 정리한 '생활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글이 가장 앞에 수록되어 있다. 당시 소로는 '매사추세스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숲속에서 홀로 살았'으며, 그곳은 '가장 가까운 마을과 무려 1.6킬로미터나 떨어‘졌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당시에도 그의 선택과 삶에 대해서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소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람에 관해서도 소박하고 진실한 글을 써야 한다'는 믿음에서 이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이든 여유롭게 갖춰놓고 사는 것을 추구하는 삶 대신에 '적은 것에 만족하는 법'을 전제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항목에서는 비교적 상세한 내용으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서술하고, 집을 짓는 과정과 그에 소요되었던 경비 내역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한다. 월든 호숫가에 집을 짓는데 당시 학생들의 1년 기숙사비에 해당하는 정도의 경비가 소요되었으며, 농사를 짓고 작물을 팔아 생긴 수입이나 식량이나 종자를 구입하는데 든 비용 등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정착의 과정과 생활의 내역들을 상세하게 밝히는 것은 자급자족하는 생활만으로도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으며, 비록 '자발적 고립'을 택해서 살고 있지만 그것 또한 '자기만의 삶의 방식'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라 이해된다.
책의 서두에서 이러한 내용을 상세히 밝힘으로써,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후에는 각각의 항목에 걸맞은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월든 호숫가에서의 생활과 그 속에서 얻어진 자신의 철학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경험과 얻어진 성찰의 결과들을 소박하지만 진지하게 풀어낸 내용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월든 호수를 바라보는 곳에 오두막을 짓고, 순수 농사를 지으며 간소한 생활을 영위한 소로의 삶을 기록한 <월든>은 '맺는 말'을 제외하고 모두 17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각자가 독립된 에세이이면서, 또한 그 내용은 기술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다양한 방향에서 기록하여 서로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먼저 서두에서 월든 호숫가에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과 자신의 자연친화적인 생각을 털어놓은 '생활의 경제학'이라는 항목은 일종의 총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어지는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에서는 자연에서 살아가기 위한 자세와 구체적인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각각의 항목들은 그 제목에서부터 주제를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예컨대 '독서'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틈이 어떤 책들을 읽었는가를 보고하고 있다. 홀로 생활하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에 대해 느낌을 토로하는가 하면, 방문객이 없는 생활속에서도 '고독'을 즐기는 방법이나 간간이 자신을 찾은 '방문객들'의 면면을 소개하기도 한다. 씨앗을 심고 자연농법으로 길러 자급자족으로 삼았던 '콩밭'의 상황도 드러나고, 인근 '마을'에 왕래하며 그곳의 주민들과 교류하던 내용들을 전하고 있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월든 호수 이외에 플린트와 화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들'의 특징을 소개하는가 하면, 산책길에 자주 마주치는 '베이커 농장'의 농법을 소개하면서 자급자족하는 자신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새로운 금욕을 실천하여, 정신이 다시 육체 속으로 내려가 타락한 몸을 구원하게 하는' 태도를 일컬어 '더 높은 법칙'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월든 호숫가에서 자주 마주치는 '동물 이웃들'과 겨울철을 지내려면 최소한의 '난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보고하고, '이전 거주민들과 거울 방문객들'의 면모와 겨울철에 자주 볼 수 있는 '겨울 동물들'과 '겨울의 호수'를 관찰한 상세한 기록과 그에 대한 느낌을 털어놓고 있다.
마지막 월든 호숫가의 '봄'이 오는 모습을 제시하면서 소로가 '숲에서 보낸 첫 해의 삶'을 보고하고 있는데, 1년 동안의 삶의 모습을 기록하는데서 그친 것은 '두 번째 해도 이와 많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부터 약 180여 년 전에 물질문화를 거부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택했던 소로의 방법은 아마도 21세기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소로의 경우처럼 누군가 자신의 땅을 무단 점유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가겠다는 이를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고, 이미 기술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소로가 처음 월든 호숫가를 찾아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은 경제적 이익을 좇아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세속적인 삶에 대한 회의로부터 비롯되었고, 그 대안으로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자!'라는 절실한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비록 2년 남짓의 대안적 삶에 그치고 말았지만, 소로우의 실험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지 않은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부동산 문제나 가상화폐에 대한 집착은 결국 물질만능적인 인간의 욕망에 휘둘린 결과의 한 단면이라고 할 것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영혼을 바꿀 수 있다는 그릇된 신념을 버리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가치를 찾기 위한 자세를 정립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태도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월든 호숫가에서 자발적 고립을 택하며 살았던 소로의 자연친화적인 삶에서 배워야 하는 본질적인 의미라고 하겠다.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며 자본의 욕망에 휘둘린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의 태도를 정립하고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선택한 삶을 이끌어 나가는 소로의 정신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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