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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 수단이 없어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다가, 한글이 창제(1443)된 조선시대에야 비로소 문자로 정착된 작품들이 바로 고려가요이다. 그러한 이유로 현전하는 고려가요의 원형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로 인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작품들이 문자로 기록되어 전해질 수 있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작품과 관련된 정보들이 고려시대의 문헌들에 산발적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의 작가나 창작 배경 등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없다는 점이 연구의 난점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저자가 지적하고 잇듯이, 고려가요는 ‘무엇보다 텍스트 읽기가 가장 어렵다’라고 여겨진다. 작자의 확인이 어려움은 물론, 일부 작품의 경우 몇몇 구절의 어석도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이 책의 저자는 작가나 창작 배경 등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에, 연구자들은 ‘실재하는 텍스트가 아닌 상상 속에 재구성한 텍스트를 연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수도 되지 않는 작품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들이 제시되고 있기에, 이제 고려가요 작품들은 연구자의 상상력에 의존하여 ‘역사적 생성문맥이 모호하거나 무의미해져 버린 셈’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고려시대의 문학과 음악에 대한 다양한 주변 정보들을 확인하고, 그것을 고려가요의 연구에 적용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음악에 관해 가장 폭넓은 기록으로 평가되는 <고려사>의 ‘악지(樂誌)’가 그 중심에 놓여 있으며, 역사 기록을 꼼꼼히 읽고 분석하면서 당대의 음악과 고려가요의 존재 양상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음악이 체제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고려사>의 기록을 토대로 ‘고려시대의 가악체계를 탐색하는 연구’가 가능하다는 전제라고 하겠다. 그리하여 저자는 ‘생성 시기가 비교적 분명한 국어시가 텍스트가 대부분 국가 통치 질서 체계가 동요되거나 새로운 국가 통치 질서 체계 수립을 지향하던 시기에 생성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제목에서 단순히 고려가요라고 하지 않고 ‘국어시가’라고 명명한 것 역시 지금은 작품이 전하지 않지만, 실록 등 문헌에는 향유 양상이 전해지는 작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품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친 고려가요 연구를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나아가 고려시대 ‘국어시가의 창작과 전승 양상’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이 책은 고려가요의 창작과 향유의 양상에 대해서 폭넓은 시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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